KPGA 프로 된 60세 가수 허송씨./민학수기자
“제가 사랑하는 노래와 골프의 공통점은 리듬이죠. 리듬을 타면 힘들이지 않고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고 공도 멀리 똑바로 보낼 수 있어요. 세월을 잊게 해주는 마법의 힘이 있다는 공통점도요. "
코로나 광풍이 휩쓴 지난 3년 죽다 살아났다는 트로트 가수 허송(60)씨가 얼굴을 활짝 펴며 이렇게 말했다. 조용필 닮은 음색과 가창력으로 ‘추억’ ‘야’ ‘몰라요 몰라’ 등 자신의 히트곡을 앞세워 라이브 카페와 주부 노래교실, 각종 행사에 나서던 그는 코로나 기간 졸지에 무대를 잃었다. 공연 수입이 말라버린 그에게 취미였던 골프가 삶의 든든한 동아줄이 됐다. 11년 전 기록한 최고 점수가 10언더파 62타(떼제베 CC, 버디 6·이글 2)일 정도로 골프 고수인 그는 김국진, 최홍림, 임창정, 박학기 등 연예계 최고수가 누구인지 입씨름이 벌어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그는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부쩍 늘어난 골프 이벤트 행사에 초청받고 지인들 소문 덕분에 골프 개인 지도를 하며 번 돈으로 혹독한 보릿고개를 넘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골프 훈장까지 가슴에 달았다. 이달 초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처럼 어렵다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을 최고령 기록으로 통과한 것이다.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이 관문은 1년에 3차례 열린다. 최종 합격자에겐 KPGA 프로 자격과 2부 투어 예선전 참가 자격 등을 준다. 1부 투어에 뛰려면 투어 프로 선발전까지 통과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문을 두드렸으나 탤런트 류용진·개그맨 최홍림·가수 이훈성·탤런트 홍요섭씨 등 몇 명만이 KPGA 프로 자격을 따냈다.
트로트 가수 허송씨가 쇼트게임에서 스윙 크기에 따라 거리 맞추는 법을 설명하는 모습. /민학수 기자
허송씨가 통과한 11월 선발전에는 1223명이 예선(2라운드)에 참가해 241명이 본선(2라운드)에 진출했고 50명만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아마추어 고수라고 해도 60세의 그가 프로 선발전을 통과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17세 이상 참가할 수 있는 프로 선발전에는 10대와 20대 프로 지망생이 주로 참가한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골프 교습을 받고 비거리도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자들이 대부분이다.
허씨는 체격(162cm, 64kg)도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4번 도전 만에 프로 자격증을 따냈다. 그것도 이전 KPGA 최고령 프로 선발전 통과 기록이었던 56세를 뛰어넘었다.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일까?
허씨는 “제가 260야드 안팎을 치니까 또래 중에는 장타지만 젊은 골퍼들과는 거리에서 상대가 안 된다”며 “본선이 열린 전남 영암에 워낙 강한 바람이 불어 쇼트게임과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게 행운으로 작용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다.
강원도 속초에 살면서 차에 골프채와 자전거를 싣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골프 연습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스키, 스노보드 강사 자격도 있다. “불규칙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2001년 자신도 넉넉지 않은 밤무대 가수이면서 불우청소년을 돌보며 함께 산다는 미담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적도 있다.
주변 권유로 마흔넷 나이에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는데도 그는 기본기가 탄탄하고 쇼트게임과 퍼팅에 빈틈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때 가르쳐준 티칭 프로 덕분이라고 한다. “제대로 치고 싶으냐고 묻더군요. 그러고는 3개월 동안 7번 아이언으로 빈 스윙만 하면서 제대로 움직임을 익혀야 한다고 했어요. 빈 스윙만 하니 재미없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기본 단계를 지나자 쇼트 게임은 1m 단위로, 퍼팅은 자신의 걸음 수대로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비결을 익혔다. 이렇게 기초를 탄탄히 다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8개월 만에 70대 타수를 치고 2년이 지나니 언더파 점수를 적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골프 빨리 잘 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며 “정말 잘 치고 싶다면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꾸준히 기본기 연습을 하라고 한다”고 했다. 연예인들끼리 누가 최고수인지를 따지다 프로 선발전까지 통과한 그의 다음 꿈은 50세 이상 참가하는 KPGA 챔피언스 투어에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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