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를 되찾기 위해 지난 1년간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골프라는 경기를 즐기고 있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최고가 되기 위해 매일 더 노력 중이다”
24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며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은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는 한글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우승 트로피를 들고는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1년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에 맞서 선수들을 결집시키고 적극적인 발언으로 PGA투어의 수호자 역할을 해온 매킬로이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 이어 올 시즌 처음 참가한 CJ컵에서도 우승하며 남자 골프의 확실한 1인자로서 위상을 확인했다.
매킬로이는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질랜드의 콩가리 골프클럽(파71·7655야드)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2위 커트 기타야마(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상금 189만달러(약 27억원)를 받았다. 매킬로이는 이날 챔피언 조에서 기타야마, 이경훈과 접전을 벌이다 14~16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매킬로이는 6월 캐나다오픈, 8월 투어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 세 차례 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PGA투어 통산 23승(메이저 4승)째다. 2012년 3월 처음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던 매킬로이는 통산 9번째이자 2020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1위 자리에 복귀했다. 공동 45위로 대회를 마친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올해 3월 말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7개월 만에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로리 매킬로이가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PGA(미 프로골프) 투어 CJ컵에서 우승하며 2년 3개월만에 세계 랭킹 1위에 복귀했다. /CJ컵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매킬로이가 경기력과 투어에 대한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타이거 우즈와 같은 지배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매킬로이는 우즈를 보고 골퍼의 꿈을 키운 ‘타이거 키즈’의 선두 주자다. 골프 신동으로 생후 21개월에 처음 플라스틱 골프채를 잡았던 그는 네 살 때 지역 방송에 나가 칩샷으로 골프공을 세탁기에 집어넣는 묘기를 선보였다. 우즈 사진으로 자신의 방을 도배해놓고 살던 열 살 무렵 우즈에게 “내가 당신을 잡으러 간다. 이것은 시작이다. 계속 지켜보라”는 편지를 보냈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에서 최저타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첫 메이저 정상에 올랐으나 2015년 이후 조던 스피스(미국), 더스틴 존슨(미국), 욘 람(스페인) 등에게 밀렸다.
매킬로이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평균 361.7야드 드라이버 샷에 83.3% 그린 적중률이라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이번 대회 1~4라운드 통틀어 장타력 1위에 그린 적중 시 퍼팅 능력 5위였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CJ컵 우승을 터닝 포인트로 퍼팅이 좋아지면서 전체적으로 경기가 편안해졌다”고 했다. 2017년 CJ컵이 출범한 이래 2년 연속 우승은 매킬로이가 처음이다.
한국오픈에 세 차례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그는 “내년에는 2013년 한국 오픈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대회 3연패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CJ컵은 대회 창설 후 3년 동안 한국에서 열리다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동안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치렀다. 내년부터 다시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경훈(31)은 선두에게 2타 뒤진 단독 3위(15언더파)에 올라 이 대회 한국 선수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2017년 김민휘(30)의 4위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이경훈은 “매킬로이는 나보다 티샷을 30~40m 더 멀리 치고 트러블 샷까지 섬세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며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많은 걸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김주형(20)이 공동 11위(10언더파), 임성재(24)가 공동 34위(4언더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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