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12번홀 아멘 코너서 트리플 보기… 결국 공동 3위
“최악의 스윙이 최악의 순간에 나왔다.”
11일 3타 차로 선두 셰플러를 추격하던 캐머런 스미스(호주)는 12번 홀(파3)에서 9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듯 제대로 스윙을 못 하면서 공은 그린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물에 퐁당 빠졌다. 그의 첫 마스터스 우승 꿈도 물거품과 함께 사라졌다. 오거스타 내셔널을 상징하는 아멘 코너(11~13번 홀)의 한복판인 12번 홀은 155야드 파3 홀이다. 바람이 잠잠하면 피칭 웨지나 9번 아이언으로 공략할 수 있는 만만한 거리. 하지만 티잉 구역에 부는 바람과 그린에 부는 바람의 방향이 정반대인 경우가 있을 정도로 변덕이 심하다. 그린은 땅콩처럼 생겼다. 좌우로 길고 위아래 폭이 좁아 거리를 정확하게 재야 한다. 게다가 그린 앞에 실개천이 있어 마스터스의 수많은 참사가 이곳에서 일어났다.
스미스는 가장 어려운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의욕이 넘치는 상태로 12번홀에 도착했다. 핀이 오른쪽 구석에 꽂혔을 때는 조금만 거리가 짧아도 그린 경사가 심해 공이 물에 빠지기 쉽다. 스미스는 강공을 선택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티샷이 물에 빠진 스미스는 1벌타를 받고 드롭존에서 세 번째 샷을 했는데 그마저도 그린을 맞고 튕겨 러프에 빠졌다. 네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려 투 퍼트로 홀아웃해 파3홀 ‘양파’인 트리플 보기를 했다. 선두 스코티 셰플러와 차이는 순식간에 6타 차로 벌어졌다. 결국 5언더파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친 스미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꼭 그린 재킷을 입겠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매년 이 12번 홀에서 참사가 일어나다 보니 인디언 무덤이 있던 자리여서 그린 앞 실개천이 공을 수없이 삼킨다는 전설이 다시 회자됐다. 2016년 조던 스피스는 이곳에서 두 차례 공을 물에 빠트리며 4타를 잃고 2연패의 꿈을 접었다. 2019년 타이거 우즈가 재기 드라마를 쓰며 우승할 때는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브룩스 켑카 등 경쟁자 4명이 공을 물에 빠트리며 자멸했다. 당시 우즈는 침착하게 그린 가운데를 공략해 파를 잡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랬던 우즈도 2020년에는 두 차례 공을 물에 빠트리며 10타(7오버파) 만에 홀아웃해 자신의 PGA 투어 한 홀 최악 스코어를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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