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인 1997년 그는 정복자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밟았다. 마스터스 첫우승과 함께 세계의 골프 아이콘이 된 그가 걷는 곳마다 우레 같은 함성이 따랐다. 그때처럼 우승의 상징인 빨간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타이거 우즈(47·미국)가 그린에 오르는 홀마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우승과는 동떨어진, 컷을 통과한 선수 중에는 바닥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그렇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여전히 불편한 걸음걸이에 전날부터 도대체 말을 듣지 않는 무딘 퍼팅 감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우즈는 영원한 골프 챔피언이었다. “땡큐, 타이거”라는 외침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울렸다.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 14개월 만에 ‘꿈의 무대’라 불리는 마스터스에서 기적 같은 복귀전을 치른 우즈가 4라운드를 완주했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의 성적으로 “우승 경쟁을 하고 싶다”던 꿈이 이루어지는가 싶었지만 2라운드 2오버파, 3라운드 6오버파에 이어 4라운드도 6오버파로 마무리했다. 6오버파 78타는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기록한 가장 나쁜 스코어다. 이틀 연속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점수를 적어내고도 우즈는 “이번 대회 출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많은 이가 도와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즈는 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더블보기 1개, 보기 5개, 버디 1개로 6타를 잃고 합계 13오버파 301타 4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우즈는 2번 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홀에서 전날처럼 퍼팅 난조로 힘을 쓰지 못했다. 4∼6번 홀에서 3연속 보기를 했고 11번(파4)과 14번 홀(파4)에서도 1타를 잃었다.
우즈는 17번 홀(파4)에서 그린에 세 번 만에 공을 올리고 나서 10m 거리에서 3퍼트를 해 더블보기를 했다.
하지만 18번 홀을 파로 마무리한 우즈는 활짝 웃으며 환호성을 보내는 팬들에게 답례했다. 우즈는 “이 대회에 나오기 위해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쳤다”며 “정규 투어 대회를 다시 뛸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우즈는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 재킷을 다섯차례 입었지만 컷을 통과한 52명 가운데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올린 이번 대회에서 그 못지않은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 올해 86회를 맞은 마스터스는 지난 달 중순까지만 해도 전혀 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우즈가 지난달 말 깜짝 연습 라운드를 돌고, “대회 임박해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개막을 앞두고 연일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엄청난 홍보와 마케팅 수익을 올렸다.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등 각종 대회 수익금 규모에 따라 3라운드가 열리는 날 상금규모를 결정하는 마스터스는 올해 역대 가장 많은 1500만달러(약184억원)를 상금으로 내놓았다. 지난해 1150만달러보다 350만 달러가 늘었다.
올해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받은 우승 상금은 270만달러(약33억원)로 지난해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받았던 207만 달러보다 63만 달러가 많다.
우즈는 7월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디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우즈는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두차례 우승했다. 메이저대회 중심으로 일정을 짤 예정인 우즈는 다음 달 열리는 PGA 챔피언십과 6월 US오픈은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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