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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의 All That Golf] 그녀는 입담도 세계 1위

주변 눈치 안보고 하고픈 말 다해 중·고교 시절엔 ‘고 선배’로 불려

대회전 “5타차 우승” 호언장담도… 전문가 “한국선 드문 표현형 선수” 


세계 1위 고진영(27)이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AFP연합

여자골프 세계 1위 고진영(27)은 중·고교 시절 ‘고 선배’라 불렸다. 선배들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이 충고를 한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다.


그는 프로가 돼서도 실력 못지않게 ‘센’ 말들로 화제를 모았다. 프로 데뷔 2년 차이던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포부를 묻자 “올해는 (내가) 다 해먹겠다”고 말했다. 신인상을 동갑 친구 백규정에게 내주었던 아쉬움을 성적으로 풀겠다는 각오였다.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건방지다”는 내용의 악플이 쏟아지고 일부 동료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고진영은 그런 가운데서도 시즌 3승을 올렸다. 한국에서 못 이룬 ‘싹쓸이 꿈’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해냈다. 2018년 LPGA 투어 신인상에 이어 2019년 상금왕·올해의선수·최저타수상을 휩쓸었다.


고진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11개 대회 중 6개 대회 우승과 10개 대회 톱6라는 말도 안 되는 고공행진을 벌였다. 지난해부터 LPGA 투어를 이끄는 몰리 마르쿠스 사마안 커미셔너는 “이렇게 대단한 선수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LPGA 투어의 마케팅 활동을 고진영과 함께하고 싶다”고 극찬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제동이 걸리자 국내에선 그의 ‘센’ 말을 겨냥한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든다. “말이 너무 앞선다”는 이야기들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는 정서가 강한 한국 문화에서 고진영이 독특한 선수인 것은 맞는다.


지난 두 대회 상황을 보자.


지난 1일 개막했던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 2004년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베테랑으로 미국 골프 채널 해설가로 활동하는 캐런 스터플스(잉글랜드)는 “우즈가 전성기에도 해내지 못하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며 “고진영이 압도적으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진영은 공식 회견에서 “아직 (나의) 최고의 때가 온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회에서 5타 차 이상으로 우승하면 최고의 경기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언장담과 달리 고진영은 1라운드부터 퍼팅 난조로 힘을 쓰지 못하고 공동 53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LA오픈에서는 선두 경쟁을 벌이다 3라운드에서 ‘양파’를 치며 무너졌다. 페널티 구역인 실개천의 진흙 위에 놓인 공을 벌타 없이 치려다 두 차례 실수를 해 파4홀에서 4타를 까먹었다. 고진영은 “이런 게 골프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고진영이 지나친 걸까?


한덕현 중앙대 의대(스포츠정신건강의학) 교수는 “고진영은 한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드물 정도의 ‘표현형 선수’다”라며 “목표를 제시하고 최선을 다해 성적을 내고, 또 더 큰 목표를 거침없이 밝히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표현형 선수의 대표적 사례가 ‘영원한 챔피언’으로 불리는 복싱 레전드 무하마드 알리(1942~2016)다. 알리는 극심한 인종차별 속에서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명언들을 쏟아내며 성적과 인기 모두 거머쥐었다. 그는 싸우기 전 이미 상대를 이기는 데 천재였다. “나는 단순히 세계 최고가 아니다. 난 그 두배 이상이다. 상대방을 KO 시킬 뿐 아니라 눕히고 싶은 라운드를 내가 정한다”고 했다. 고진영에게도 복서의 피가 흐른다. 그의 아버지가 복싱 선수였다. 그래서인지 골프도 자기 자신과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


고진영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의 홍미영 전무는 “우승하기 싫은 선수가 누가 있나. 고진영은 속마음을 그대로 꺼내 놓고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세다고 느껴지는 말들은 자기 최면이다”라고 했다.


이시우 코치는 “진영이에게는 말이 자신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고진영만큼 독하게 훈련하면 너도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고진영은 LA오픈을 앞두고도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자 남몰래 한국을 다녀갈 정도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가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고진영은 이번엔 무슨 말을 할까 늘 흥미롭다. 팬들 관심과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 스포츠에 최적화된 선수라는 생각이다. 빈말이 아니라 모든 걸 걸고 그 말을 이루려 하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스 버디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신설 대회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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