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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한국여자골프 릴레이 인터뷰 <1> 

박인비… “LPGA 대포 경쟁, 한국도 대비를”, “안나린·최혜진 하던 대로 하면 돼”, “한국 주니어 골프 비용 너무 비싸”


2022년 자신의 16번째 LPGA투어 시즌을 맞이한 박인비는 “코스 세팅이나 비거리에서 오는 부담 등 모든 게 힘들어요. 그래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계를 기회가 온다면 깨고 싶어요. 지난해 한국선수의 메이저 우승도 없었고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남편이 캐디로 함께 했던 국내대회 모습. /KLPGA



1998년 10개도 안 되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수는 올해 33개로 늘어나며 최고의 인기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KLPGA 투어의 성장 신화를 지탱해온 국제무대 성적이 도쿄 올림픽 노메달 등 내리막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해외 진출과 해외 대회 참가가 어려워진 데 따른 일시적인 부진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에선 국내 투어에 안주하려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외국 선수들 기량은 급성장해 앞으로 예전 같은 한국 여자골프의 세계 지배구도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화외빈(內華外貧)’ 양상은 KLPGA투어 인기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골프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전환점 위에 선 한국 여자골프를 살펴본다. 첫 번째 인터뷰는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21승(메이저 7승)을 거뒀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금메달을 차지한 박인비(34)다.


“코스 세팅이나 비거리에서 오는 부담 등 모든 게 힘들어요. 그래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계를 기회가 온다면 깨고 싶어요. 지난해 한국선수의 메이저 우승도 없었고요.”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해 21승(메이저 7승)을 거둔 박인비가 16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박인비는 20일 개막하는 2022시즌 LPGA 투어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에 나선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컨트리클럽(파71·6645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최근 2년 LPGA 투어 대회 우승자만 출전할 수 있는 ‘왕중왕전’으로 올해는 29명만 출전한다. 이번 대회 선수 중 가장 많은 21승을 거둔 박인비는 지난해 3월 기아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자격을 갖춘 한국 선수 중 박인비와 박희영(35), 이미림(32), 김아림(27) 등 4명이 참가한다.


박인비는 “제 골프 인생은 하산길이고 그렇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불가능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여자 골프의 반격에 앞장서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해 한국 여자골프는 도쿄 올림픽 노메달과 미 LPGA투어 메이저대회 무관 등 최근 20여년간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남기며 “한국 여자골프의 세계 지배 구도가 흔들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7승(29 대회)을 합작해 6년간 이어오던 최다 우승국 지위를 미국(8승)에 넘겼고 2019년 거둔 15승(32개 대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런 부진의 원인을 박인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인비는 “지난 2년간 한국 선수의 이름이 우승자 명단에서 점점 줄어든 것은 코로나의 영향, 올림픽 이후 실력이 뛰어난 외국 선수들의 유입, 장타자에게 점점 유리해지는 미국 코스 세팅의 변화, 한국 투어의 성장으로 인한 LPGA도전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보았다.


박인비는 “이제 남자 선수들만큼 치는 LPGA 선수들이 등장한 것은 하나의 큰 변화를 상징한다”고 했다.


정상권 선수가 되기 위해선 장타 능력만 갖고는 안된다. 하지만 일단 멀리 때리는 게 중요한 코스에서는 이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메이저 대회도 이런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인비는 “우리가 처음 투어 진출했을 땐 운동 너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제는 경기 있는 날에도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나가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피지컬이 좋아진다고 해도 아시아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 선수 따라간다는 건 무리다. 비거리를 강조하는 코스 세팅이 되면 그만큼 우승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박인비는 KLPGA투어가 미 LPGA투어 코스 세팅을 대비해준다면 미국에 오는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골프는 19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세계를 열었다. 박인비는 “한국 여자골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한계를 깨는 모습을 보여드리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며 “한국 여자골프의 성장은 지칠줄 모르는 도전의식과 맞물려 있다”고 했다.


KLPGA투어가 성장하면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 숫자가 줄고 있다. 박인비는 “한국투어 강해져서 좋고 스폰서와 골프 산업 발전은 좋은데 양날의 검이다. 나 같아도 음식 잘 맞고 고생 안 하고 굳이 힘들게 미국 갔을까? 굳이 가야 하나? 고민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미 LPGA투어에 뛰어든 2000년대 중반 KLPGA투어 대회 수는 10~15개여서 투어 생활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박인비는 “우리 때는 선택이 아니라 외국은 무조건 가야 했던 것이었다”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미국 투어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지만,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했다.


여자 골프 선수가 톱을 찍는 시기, 완전한 전성기는 길어도 3년이라고 한다.


박인비는 “메이저 3연승을 차지한 2013년부터 3년이 전성기였다”며 “요즘은 한국에서 보내고 온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적응 잘하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선수는 다시 한번 전성기가 온다”고 했다.


올해 미 LPGA투어에 데뷔하는 최혜진과 안나린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박인비는 “최혜진과 안나린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잔디에 적응하고 이동시간이 길어지는 점이 달라지지만 이미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다. 뭘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국 선수의 번 아웃 증후군(탈진 증후군)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비는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오랫동안 잘 치기 어려운 운동이다”라며 “조금만 길 잘못 들면 바닥치고 다닌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빠져나오는 것도 그냥 빠져나온다”고 했다.


그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점점 더 주니어 골퍼들이 나오기 어려워지는 국내 골프 환경이었다. 박인비의 말이다. “한국 골프는 변해야 한다. 여러 나라에서 프로암을 많이 해봤지만 한국만큼 골프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나라는 없었다. 대표 선수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주니어 선수 그린피 할인 혜택이라든가 퍼팅 그린을 오후 3시 이후 연습할 수 있도록 오픈해주는 시스템 등이 생겨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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