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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 마지막날 버디 4개 역전쇼… 작년 PGA챔피언십도 첫 출전 우승… 우즈도 못한 골프 역사상 첫 기록


첫 출전한 디 오픈에서 우승한 콜린 모리카와가 디 오픈의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콜린 모리카와(24·미국)가 영국의 링크스코스를 경험한 것은 지난주 유러피언 투어 스코티시오픈이 처음이었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에 무릎까지 차는 깊은 러프, 곳곳에 도사린 벙커, 단단하면서도 지루할 정도로 느린 그린에서 그는 공동 71위에 머물렀다. 2019년 프로 데뷔 후 컷을 통과한 대회 중 최악의 성적이었다. 골프의 고향은 2년전 프로 데뷔해 일약 스타가 된 20대 초반 미국 골퍼에게 “좀 더 경험을 쌓고 오라”고 충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주일 후 모리카와는 161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最古)의 골프 대회이자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 처음 출전해 정복자가 됐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있었던 걸까?


모리카와는 19일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디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뽑아 최종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2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상금은 207만달러(약 24억원). 11년 만의 디오픈 우승에 도전했던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은 3라운드까지 모리카와에 1타 앞서며 사흘 내내 선두를 달렸지만 이날 1타를 잃고 공동 3위(1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모리카와는 지난해 8월 처음 출전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자신의 8번째 메이저이자 처음 출전한 디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우승한 것은 모리카와가 처음이다. 그는 또 이날 우승으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25세 이전에 PGA챔피언십과 디오픈을 제패한 두 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며 명문으로 꼽히는 UC 버클리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2년 만에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통산 5승을 거둔 정상급 선수가 됐다.



19일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에서 콜린 모리카와가 메이저 골프 대회 디오픈 우승 트로피인‘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모리카와는 이날 발표된 남자 골프 세계 랭킹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EPA 연합뉴스


그가 디오픈의 마법을 준비한 시간으로 돌아가 보자.


스코티시 오픈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먼저 퍼터 헤드에 10g의 무게를 더했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집게 그립으로 손목 사용을 최소화했다. 이 처방은 느린 그린에서 극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그는 이 대회에서 3퍼트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마지막 라운드를 포함해 31홀 연속 노 보기 행진을 펼쳤다. 모리카와의 퍼터는 요술봉 같았다. 4라운드 7~9번 홀 3연속 버디에 이어 14번 홀(파5)에서 긴 거리 버디 퍼팅에 성공했다. 여러 차례 보기 위기도 퍼팅으로 넘겼다.


스코티시 오픈에서 좀처럼 그린에 공을 세우지 못했던 모리카와는 7~9번 아이언을 스핀이 잘 걸리는 모델로 바꿨고, 60도 웨지를 추가해 그린 주변 어프로치에서도 정확성을 높였다. 타이거 우즈 이후 최고의 ‘아이언 마술사’로 꼽히는 그가 6번 아이언으로 치는 샷의 정확성은 다른 선수들 웨지 샷 정확성과 비슷하다. 올 시즌 PGA 투어 통계를 보면 명확해진다. 모리카와는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능력에서 전체 선수 평균보다 라운드당 1.5타의 이득을 본다. 그와 2등인 폴 케이시(잉글랜드)의 차이가 무려 0.6타일 정도로 독보적이다.


이런 준비는 정상급 프로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모리카와의 적응력이 AI(인공지능)를 떠올리게 할 만큼 빠른 게 차이일 것이다.


그는 여덟 살 때부터 응용 스포츠심리학 박사인 자신의 코치와 독특한 훈련을 하고 있다. 처음엔 치고 싶은 대로 친다. 그리고 왜 그 샷을 선택했는지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나름대로 문제점을 고친 뒤 다시 샷을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조언을 들은 뒤 세 번째로 샷을 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온 것이다.


그는 마스크를 끼면 운동 선수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범한 체격(175㎝, 73㎏)이다. 평균 300야드 이상 때리는 대포들이 즐비한 PGA 투어에서 294야드(114위)짜리 소총을 날린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까지 잘해왔다는 것은 지금까지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걸 의미한다”며 “무리하게 비거리를 늘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백을 메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캐디 J.J. 자코비치는 “모리카와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선수다”라고 했다. 20대처럼 겁이 없고, 30대처럼 영악하며, 40대처럼 성숙한 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모리카와는 ‘역사적인 우승’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나는 겨우 스물네 살일 뿐이다. 2년 정도 짧은 프로 생활을 해서 돌아볼 것도 없다. 한참 모자라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일본계인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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