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통과 함께 고개를 목표 방향으로 돌리는 동작은 오히려 실수를 줄여준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
‘스윙 모델’로 삼는 골퍼가 있는지 묻자, 김경태(34)는 스웨덴의 헨리크 스텐손(44)을 꼽았다. 1000만달러의 우승 보너스가 걸렸던 2013년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정상, 2016년 메이저대회 디오픈 우승, 리우올림픽 은메달 등 굵직한 성과를 이룬 골퍼이긴 하지만 타이거 우즈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시대의 골프 아이콘이 아닌데도 어떻게 그의 마음을 끌었는지 궁금했다.
김경태는 “스텐손은 스윙 내내 골프 클럽을 몸 앞에 두는 자세가 나오는 보기 드문 골퍼”라고 했다. 공을 치는 임팩트와 몸통 회전이 원활하게 조화를 이루면 손과 팔, 클럽이 모두 몸 앞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는 “같은 스웨덴 골퍼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자 골프 스타였던 안니카 소렌스탐처럼 스텐손도 임팩트 순간 머리를 목표 방향으로 빨리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는 공을 치기도 전에 머리(head)를 치켜드는(up) 주말골퍼의 헤드업(head up)과는 다르다. 소렌스탐이나 스텐손처럼 몸통과 함께 고개를 목표 방향으로 돌리는 동작은 오히려 실수를 줄여준다.
김경태는 “스윙 도중 얼굴이 바닥을 향하도록 멈추면 결국 손만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고 힘의 전달과 공의 방향성이 모두 흔들린다”고 덧붙였다.
임팩트와 회전의 조화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백스윙을 시작해 피니시를 잡는 순간까지 프로골퍼를 기준으로 보통 1.2초 안팎이 걸리는 ‘순간의 미학(美學)’이 바로 골프 스윙이다. 그중 임팩트가 이뤄지는 순간은 5000분의 1초다. 이 찰나의 순간에 복잡한 스윙 메커니즘을 생각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는가? 더 정확하게 더 멀리 치려고 시도했던 많은 골퍼가 입스(yips·실패불안 증세)의 희생자가 됐다.
경기 도중 감정 표현이 거의 없어 ‘아이스맨’이라 불리던 스텐손도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입스 지옥을 수년간 헤어나지 못했다. 2001년 신인 시즌에 첫 승리를 거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풀스윙 입스가 시작되면서 고난의 행군은 2004년까지 이어졌다. 그는 원래 스윙이 좋은 골퍼는 아니었다. 축구와 배드민턴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균형을 잃는 스윙을 하고도 마지막 순간의 손동작으로 스위트 스폿에 공을 맞히는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한때 그가 드라이버 샷을 하려면 축구장 3개 크기의 페어웨이로도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스텐손은 “티 샷 실수 후 캐디가 새 공을 찾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럽의 부치 하먼’이라 불리던 스윙코치 피트 코원과 각고의 노력 끝에 스텐손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스윙 플레인(plane)을 갖춘 스윙 교본 같은 플레이어(미 PGA투어)가 됐다. 골프교습가 용 태터솔은 ‘손과 팔의 동작이 몸통 회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본보기’가 되었다고 했다. 위대한 골퍼들도 손과 팔의 동작과 몸통 회전 가운데 한쪽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스텐손은 예외적일 정도로 조화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김경태는 “헤드업을 하지 않겠다며 머리 위치와 방향을 고정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몸과 함께 왼쪽 눈이나 귀를 좀 더 빨리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려주면 몸통 회전이 원활해지고 손과 팔이 계속해서 몸 앞에 놓이는 스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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