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마친뒤 퍼터 던지며 화풀이… 논란 일자 뒤늦게 트위터로 사과
올해 US 오픈은 1년도 안 돼 몸집을 20㎏ 불린 브라이슨 디섐보가 엄청난 장타를 앞세워 별세계에서 온 것 같은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인지 2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하이라이트 동영상 인기가 높다. ‘필드의 괴짜 물리학자’ 디섐보는 고정관념을 깨부순 의지의 상징이 되었지만,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골퍼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로 떨어질 수 있는가’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그 반대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대니 리의 ‘6퍼트 동영상’에 붙은 댓글 하나가 눈길을 붙잡았다.
“대니 리는 정반대의 효과를 거뒀어야 하는데…. US 오픈에 나가는 건 대단한 일이고 자랑할 만한 일이다. 골프는 매우 어렵다. 그저 쉬워 보일 뿐이다.”
US 오픈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상위 순위자만 나설 수 있는 좁은 문이다. 단단하고 빠르고 경사도 심한 윙드풋 골프클럽 그린은 누구나 벌벌 떨며 퍼팅하게 되고 어이없는 결과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 영광의 무대에서 한두 번 실수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볼썽사납게 퇴장한 대니 리에 대한 아쉬움과 지름 108㎜의 조그만 홀에 공을 집어넣어야 하는 골프의 어려운 속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골프를 소재로 한 영화 ‘해피 길모어’의 대사 “볼아, 네 집(홀)인데 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거냐”는 글을 올려놓은 이도 있다.
대니 리는 3라운드 18번 홀에서 집어넣으면 최종 라운드에서 상위권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1.2m 파퍼트를 놓치면서 평정심을 잃고 무너졌다. 동영상을 다시 보면 대니 리는 두 번째 퍼트에 실패하고 세 번째 퍼팅 땐 마크도 안 하고, 퍼팅 라인도 보지 않고 대충 툭 쳤다. 그 공은 원래 남았던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굴러갔다. 대니 리는 이후 세 번을 더 쳐 홀을 끝냈다. 그러곤 퍼터로 자신의 골프백을 내리치고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나서야 코스를 빠져나갔다.
미국 현지 방송이나 기사를 보면 주로 윙드풋의 가혹한 테스트에 무릎 꿇은 골퍼의 좌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퍼트를 하고는 홀에 침을 뱉었던 세르히오 가르시아, 그린에서 아직 구르는 공을 퍼터로 다시 쳐 넣었던 필 미켈슨도 ‘비매너’ 단골로 등장한다.
3라운드 후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던 대니 리는 이틀 뒤 자신의 트위터에 “그렇게 자리를 떠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어리석고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사과하며 스포츠맨십을 갖춘 선수, 더 나은 사람이 돼서 돌아오겠다”는 반성문을 올렸다. 하지만 그가 어렸을 때 한국에서 자랐기에 대니 리의 행동에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한국 팬들이 많다.
중앙대병원 스포츠정신의학 한덕현 교수는 “우리는 유소년기부터 무조건 이기고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성장하는데, 좌절감이 들 때 부적절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국에서 매너를 지키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은 승부에서 무조건 이기기 위한 ‘게임스맨십’으로 상당수 변질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축구 야구 배구 등 종목과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선수들이 뜻대로 경기가 안 풀릴 때 반사적으로 ‘XX’ 소리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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