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 중시 일부 회원제 골프장들, 더위에도 반바지 금지 규정 고수
/AFP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달 PGA 투어 BMW챔피언십을 앞두고 반바지 차람으로 연습라운드를 돌고 있다. PGA 투어는 지난해부터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에서는 반바지를 허용하고 있다. |
“천하의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도 수천만달러짜리 이벤트 대회에서 반바지를 입고 치는데…”
명문을 내세우는 일부 수도권 골프장을 찾을 때마다 골퍼 A씨는 분통이 터진다고 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골프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도 한여름에는 반바지(주름 있는 골프용 테일러드 반바지) 라운드가 대부분 가능하다. 그런데 이 골프장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도 전통을 강조하며 반바지를 금지하거나 반바지를 입으려면 무릎까지 올라가는 롱스타킹을 착용하라는 고집불통의 ‘드레스 코드(dress code)’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반바지 허용 골프장 늘었지만
국내 골프장은 10여 년 전부터 대중 골프장을 중심으로 드레스 코드가 대폭 바뀌었다. 한때 거의 모든 골프장에서 클럽 하우스 입장 땐 반드시 재킷을 입어야 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골프를 칠 수 없었다. 하지만 골프장 수가 급증한 2000년대 들어 내장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젊은 층의 요청에 따라 까다로운 격식을 덜어내려는 쪽으로 변신했다.
다리털이나 겨드랑이털이 노출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적 터부 현상 때문에 반바지와 민소매는 점잖지 못한 옷차림 취급을 받았다. 서양에선 이미 이런 터부 현상이 엷어진 반면, 골프가 초창기 일종의 귀족 문화처럼 자리 잡았던 국내에선 좀처럼 반바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상당수 회원제 골프장이 반바지를 허용하면서도 대신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을 신도록 조건을 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꼭 유치원생 복장 같다”는 지적이 나오면 “에티켓을 존중하는 전통은 지켜야 한다”고 반론을 편다.
국내에서 이렇게 반바지 라운드를 기피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긴 스타킹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1980년대 중반 안양 컨트리클럽을 시작으로 남부, 이스트 밸리에서 주요 경영직을 맡았던 조한창 더스타휴 고문은 “원래 국내 골프 문화는 영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옛날엔 전통이었을지 몰라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한골프협회 해외이사인 재일동포 최종태 야마젠그룹 회장은 “반바지를 허용하는 일본 명문 골프장은 영국의 영향으로 대개 롱스타킹을 신도록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드레스 코드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출발했다.
/내셔널갤러리스 스코틀랜드 찰스 리스의 그림 ‘더 골퍼스 1847’. 1846년과 1847년 사이에 그려진 작품으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매치 플레이 대결을 담았다. 구경꾼들 사이로 플레이어들이 붉은색 코트를 입고 있는 게 가장 눈에 띈다. 이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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