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재단 꿈나무 출신… 24일부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출전
국내 투어 20년만의 3연승 도전 김한별과 우승 경쟁
“미 PGA투어 진출해 10승 이상 거두고싶다”는 같은 꿈
/KPGA 민수용 사진작가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출신인 김민규(왼쪽)와 이재경은 한국 골프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이들은 24일부터 열리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사진은 대회를 앞두고 함께 연습 라운드를 돌다 포즈를 취한 모습. |
“내년 말 미국 무대에 도전해서 PGA 투어에서 10승 이상 거두고 싶어요.”
한국 골프의 기대주로 꼽히는 이재경(21)과 김민규(19)에게 희망을 묻자 둘이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똑같은 대답을 했다.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출신인 이들은 친형제처럼 다정하게 지낸다. ‘벙커샷 마스터’로 통하는 최경주(50)에게 벙커샷을 배워서인지 모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10승은 자신들의 멘토인 최경주가 PGA 투어에서 거둔 8승보다 “조금만 더 잘하겠다”는 뜻에서 잡은 목표라고 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
이번 대회는 2000년 최광수 이후 20년 만에 3개 대회 연속 정상을 바라보는 김한별(24)과 그의 최대 맞수로 꼽히는 이재경과 김민규의 도전 구도로 관심이 쏠린다. 이재경과 김민규는 올해 치러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7개 대회에서 각각 준우승을 두 차례씩 했다.
/김민규 열 살 때 김민규(가운데)가 처음 최경주재단 꿈나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
이재경은 어려서 다부진 눈매와 몸집이 비슷해 ‘리틀 최경주’란 별명이 붙었다. 그는 지난해 부산경남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K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식사량을 늘리고 근육 훈련을 하면서 몸무게를 7㎏ 불렸다. 그는 “헐크처럼 독보적인 파워로 US오픈을 정복하는 브라이슨 디섐보를 보면서 벌크업은 이제 당연한 흐름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대 돌풍의 주역’ 김민규는 유럽 3부 투어부터 시작해 2년 전 2부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17세 64일)을 세웠다. 그도 “유럽 투어에 갔을 때 선수들이 대회 중이든 아니든 오전 오후 가리지 않고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먼저 몸이 되고 그다음에 기술이 받쳐주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재경은 열세 살이던 2012년, 김민규는 열 살이던 2011년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로 선발됐고, 프로가 될 때까지 후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김민규가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2015년부터 2년간 둘은 아마추어 국가대표 생활도 함께하며 해외 대회에도 자주 나갔다.
이재경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회를 함께 뛰었는데, 민규가 나이는 두 살 어리지만 골프는 정말 잘해서 신기하게 생각했다”며 “공을 다루는 감각과 상상력은 정말 배우고 싶다”고 아우를 칭찬했다. 김민규는 이재경에 대해 “같이 어린데도 배려를 참 잘해주는 진짜 형님”이라며 “2년 전까지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는데도 그것을 극복하고 신인왕에 오른 정신력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이재경 2014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처음 출전한 이재경은 3위에 올라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
이재경은 2014년 중 3 때 최경주재단 자체 선발전을 통해 이 대회에 처음 나와 삼촌뻘 선수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 대회에 이재경은 네 번째 , 김민규는 두 번째 출전이다. 김민규는 아직 국내 시드가 없지만 주최측인 현대해상이 그의 활약을 높이 평가해 추천 선수로 뛸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다른 어떤 대회보다도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들과 인터뷰하는 동안 미국에 있는 최경주가 대회 코스 등 준비가 잘되고 있는지 이들에게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KPGA 민수용 사진작가 최경주는 벙커에서 골프의 많은 훈련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이를 배워온 김민규와 이재경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올해 서로 다른 대회에서 연장전 패배를 경험했던 이재경과 김민규는 ’2011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연장전에서 승리할 때 관중도 많고 떨렸을 텐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는지?'를 물었다. 최경주는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평소에 연습은 많이 했으니 그걸 믿고 최대한 단순하고 자신 있는 마음으로 했던 것 같다. 우선 물에 공은 빠트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쳤다”고 했다. 당시 연장전이 열린 TPC 소그래스 17번 홀은 홀이 연못에 둘러싸인 아일랜드홀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3홀’로 불린다.
어려서부터 최경주의 샷과 철학을 보고 들으며 자란 이들은 전화로 들은 최경주의 구수한 말투를 그대로 흉내 냈다. 내용은 진지한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주=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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