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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희(32)가 웃는 사진 한장을 어렵게 찾았다.


2010년 에비앙 마스터스(현 에비앙 챔피언십)를 앞두고 김송희가 동갑 친구 박인비와 함께 밝게 웃는 모습이다.


생각해보니 그가 대회 중 웃음 띤 얼굴을 하고 있던 기억이 없다. 선머슴처럼 짧게 깎은 머리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공만 치던 그가 떠오른다.


지난 14일 이미림(30)의 극적인 ANA인스퍼레이션은 현역 시절 ‘준우승 전문가’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김송희를 다시 팬들 앞에 불러냈다.


지난여름 “골프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다”며 찾아온 이미림은 김송희 코치와 훈련 한지 한 달 반 만에 메이저 챔피언이 돼 연못(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감동적인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됐다. 김송희는 “미림이가 연장전 직전 스윙에 대해 묻기에 ‘하고 싶은 거 다해보라’고만 했다”고 했다. 그는 “대회에 나가는 미림이에게 ‘너무 여러 가지로 파고들지 말자. 단순함이 강함이 될 수 있다. 어디든, 어느 순간이든 단순함을 끌고 가야 한다’고 얘기했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역 시절 김송희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줄 코치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해본다.


/JNA

10년 전 '숫기없는 (김)송희가 영어 인터뷰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우승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돌았다. 워낙 힘있는 샷으로 미들 아이언으로도 백스핀을 걸어 단단하고 빠른 그린에서도 공을 세울 줄 안다는 평을 듣던 그였다. 그가 2006년 미 LPGA 2부 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신인상을 차지하고 이듬해 1부 투어에 진출하자 현지 언론에서 “제2의 안니카 소렌스탐이 될 재능”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김송희는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013년을 끝으로 LPGA 투어를 떠났다. ‘준우승 전문가’ ‘새가슴’ 등 넌더리가 날 정도로 지긋지긋한 꼬리표만 따라다녔다. 그는 “1부 투어에서 우승하려면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이 벌어지면 눈앞이 깜깜할 정도로 심적 부담이 컸다”고 했다. 그는 당시를 “지옥 불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평소 레이저 같던 아이언 샷이 중요한 순간 거리가 맞지 않아 그린을 지나치거나 짧았던 그의 경기들이 떠올랐다.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드림 투어(2부 투어)에서 잠시 뛰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김송희는 2017년 연세대 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프로골프 선수들의 첫 우승 전·후의 심리적 요인 탐색’이었다.

그는 용하다는 선생에게 다 배워본 경험이 있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에게는 직접 배웠고, 부치 하먼, 행크 헤이니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도 샷을 연마했다. 우승 문턱에서 자주 무너지면서 스웨덴 국가대표 지도자로 소렌스탐도 지도했던 피아 닐슨과 린 메리엇에게 심리 상담을 받기도 했다.

공부를 마치고 골프 선수들의 코치가 됐다. 그의 이력을 아는지 실력은 있는데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선수들이 찾아왔다. PGA투어에 진출했다가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김비오(지금은 다른 코치와 함께한다)도 그중 하나였다. 마지막 날 다 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놓쳤던 장타자 성은정도 그와 함께 한다.

그리고 이미림이 지난여름에 찾아온 것이다. 그는 리베라 CC(경기도 화성)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그는 기본을 중시한다고 했다. 우선 자신의 잠재적인 스윙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한 뒤에는 스윙의 기본을 철저히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회때는 자신감을 갖고 리듬만 중시하는 플레이를 권한다. 예전 그가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는 가끔 후배들 과 라운드를 하며 언더파를 치고는 ‘현역에 복귀해볼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골프는 아픔도 많이 주었지만, 그의 인생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숫기가 전혀 없던 김송희가 “지금은 가끔 화를 낼 줄도 안다”며 웃었다.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했다.

그가 겪은 모든 아픔이 이제는 그를 지탱하고 후배들을 돕는 버팀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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