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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른 골프 천재’ 이창우, 최경주인비테이셔널 극적 우승… 85m 러프서 친 공이 홀에 들어가


이창우(27)는 프로 데뷔 7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허망하게 놓칠 위기를 맞았다. 27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치러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4차 연장. 이창우의 공은 18번 홀(파5·553m)에서 홀까지 85m를 남긴 러프에 있었다. 연장 상대인 전재한(30)이 세 번째 샷을 홀 2m에 바짝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앞서 이창우는 4라운드부터 세 차례 연장까지 모두 18번 홀에서 아쉽게 버디 퍼트를 놓쳤다. 눈앞에 다가온 우승을 떠올리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한다.

“이렇게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어요. 오늘 이 거리에서 친 샷은 모두 핀 가까이 붙었지 않았느냐며 스스로를 격려했죠.”

27일 최경주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4차 연장에서 기적 같은 샷 이글로 우승을 차지한 이창우. 프로 데뷔 7년 만에 우승한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2014년 아마 신분으로 마스터스 무대를 섰던 이창우는 “한눈팔지 않고 노력해 다시 마스터스 무대를 밟아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PGA

그가 60도 웨지로 친 공이 러프를 가르며 힘차게 솟구치더니 홀 3m 앞 그린에 떨어지고는 두 번을 튕기더니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앞서 네 차례나 흔들렸던 퍼팅을 할 필요조차 없었던 기적 같은 이글이었다. 본인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르며 포효했다.

이창우는 이날 1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했으나 퍼팅이 흔들려 추격을 허용한 끝에 나란히 3언더파 285타를 기록한 전재한, 김태훈과 연장 승부를 펼쳤다. 김태훈이 1차 연장에서 탈락하면서 아마 시절 국가대표로 함께 출전했던 전재한과 피 말리는 대결을 이어 갔다. 전재한은 ‘에릭 전’이란 영어 이름으로 세계 아마 대회에서 40승을 거뒀다. 그도 프로 무대에서 부침을 겪다 올해 서른 살에 KPGA 투어에 데뷔했다.

이창우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마스터스’ 얘기를 꺼냈다. 그는 스무 살이던 2013년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그해 9월 아마 신분으로 출전한 코리안 투어 프로미오픈에서 프로대회 첫 우승을 들어 올렸다. 기세를 몰아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 정상에 올랐고, 마스터스 출전권을 거머쥐며 이듬해인 2014년 베테랑 프레드 커플스, 웨브 심프슨(이상 미국)과 1·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를 펼쳤다. 컷 탈락했지만 한국 남자 골프에 ‘이창우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프로에 데뷔해선 ‘게으른 천재’로 전락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온통 골프 뿐인 삶에 지쳤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생활이 좋았다”고 했다. 서서히 실력이 녹슬더니 2019년 2부 투어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2부 투어 창피해서 나가기도 싫었죠. 그런데 어느 대회에선가, 골프를 치는데 ‘저 친구 어렸을 때 마스터스 나갔던 친구잖아’라며 한 팬이 사인을 부탁했어요. 그때 정신 번쩍 들었어요. 대회에 출전한 120명 중 나보다 못하는 선수가 누가 있느냐는 생각도 들면서 골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어요.”

그는 지난해 11월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해 1부 투어에 복귀했다. 슬럼프 탈출에는 사랑의 힘도 컸다. 사귄 지 2년 된 그의 여자 친구 여채현(28)이 이날 그의 가방을 멨다. 국내 여자 프로골프 무대에서 뛰기도 했던 여씨는 김우현, 고석완, 박효원의 첫 우승을 함께해 ‘챔피언 제조기’라 불린다. 이창우가 게으름이라도 부릴 성싶으면 ‘매서운 누나’가 돼 연습장으로 이끌었다. 이번이 그녀가 이창우의 골프백을 멘 세 번째 대회였다.

이창우는 1부 무대에 뛰면서도 여전히 출전권이 있는 2부 투어도 함께 뛴다. “한 번이라도 더 잔디를 밟으며 2부 투어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되새긴다”고 했다. 이창우는 “다시 마스터스 무대를 밟을 때까지 한눈 팔지 않고 노력하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여주=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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