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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 골퍼> 33승 도운 정광천 JK골프 컨디셔닝 원장

“벌크업 하려면 연비도 따져야”… 무리한 몸만들기 오히려 몸 망쳐

추구하는 스윙과 몸상태 잘 맞아야…"매킬로이 고무줄 스윙 참고할 만"


최진호가 정광천 JKGC 원장과 함께 몸의 균형과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골프계 최고의 키워드는 몸집과 근육을 불리는 ‘벌크업’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괴짜 물리학자’로 통하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촉발시켰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체중을 약 20kg 불리면서 350야드 이상 날리는 초장타자가 됐고, 올해 US오픈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골프를 선보이며 우승하는 등 ‘게임 체인저’가 됐다. 국내에서는 동계훈련 기간 체중을 4kg 찌운 김효주(25)가 비거리를 15m 정도 늘렸고,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모처럼 우승을 거둬 주목을 받았다.

과거 웨이트 트레이닝은 골프선수의 스윙을 방해하는 '독'에 비유됐지만 지금은 우승과 부상 방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코스가 됐다.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근육 비타민’인 셈이다. 디섐보와 김효주의 사례 등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자 선수들 사이에서도 ‘벌크업’ 열풍이 불고 있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골퍼들도 몸집을 불리면 비거리가 늘고, 골프 스윙도 좋아질까. 정광천(45) JK골프 컨디셔닝 원장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골프피트니스 전문교육 기관인 TPI(타이틀리스 퍼포먼스 인스터튜트)의 레벨3 자격을 갖췄다. 아시아에서 레벨3 자격을 취득한 건 그가 최초(2008년)였다. 현재 최진호와 왕정훈, 김경태, 올해 부산경남 오픈 우승자 이지훈 등 정상급 선수들의 몸을 담당하고 있다.

“체중을 불리는 건 차로 따지면 배기량을 늘리는 것과 같아요. 2000cc에서 3000cc 엔진으로 바꾸면 힘은 좋아지죠. 그런데 연비가 낮아지는 단점이 생겨요. 몸으로 따지면 한두 번 강하게 칠 수는 있겠지만 18홀 내내 똑 같은 스윙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기죠.”

프로 골퍼들은 전문가의 지도 아래 올바른 자세로 균형있는 몸을 만들지만 아마추어들은 자칫 혼자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경우도 많다. “스쿼트나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는 데드리프트, 그리고 플랭크 등을 주로 하시는데 정확한 동작으로 하지 않으면 다른 근육으로 버티게 되면서 근육이 뭉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죠. 심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고요. 보호 장구 없이 하다 관절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고요.”

벌크업이 프로 골퍼에게 도움이 된다면 왜 모든 선수가 하지 않는 걸까. “저마다 스타일이 다른 거죠. 로리 매킬로이나 더스틴 존슨은 고무줄 같은 느낌으로 쳐요. 몸을 꼬았다 풀어주는 동작이 좋죠. 이에 비해 디섐보는 힘으로 밀어부치는 스타일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매킬로이 같은 스윙을 더 좋아해요.”

정광천 원장은 벌크업을 해서 단순히 근육만 키운다고 해서 파워나 지구력이 향상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근육을 둘러싼 근막이라는 게 있어요. 사실은 근막이 근육을 움직이는 거예요. 근막이 잘 늘어나야 근육이 원활하게 움직이며 힘을 발휘하는 거죠.” 근막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부터 진행됐다고 한다. 근육이 별로 없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의식을 치르면서 어떻게 10시간 넘게 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정광천 원장이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육은 뭘까.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코어는 당연한 거고요. 하체에서는 고관절 부위, 상체에서는 견갑골(어깨 날갯죽지 뼈) 쪽이 가장 중요해요. 두 곳의 위치나 움직임에 따라 스윙이 달라지거든요.”

근육과 몸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그의 골프 실력이 궁금해졌다. “한때 프로 테스트에도 응시했지만 낙방했어요. 지금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 스코어를 유지해요.” 고교 시절부터 보디빌딩을 하다 대학교 때 뒤늦게 골프에 입문한 그는 “운동에 자신이 있었던 터라 골프를 너무 만만하게 봤었다”고 했다. 무리하게 연습하다 몸도 상해봤다. “저도 아픈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골프 트레이닝에 대해 공부하고, 미국에까지 건너가게 된 거예요.”

그는 선수마다 몸 상태도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고 했다. “'알아서 몸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일단은 해당 선수의 몸에서 불편한 곳은 없는지, 근육은 어떤지 등 데이터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선수와 꾸준히 의견을 교환해 가며 함께 몸을 만들어요. 근력만이 아니라 그 선수의 전반적인 몸 상태, 즉 컨디션을 관리하고요. 센터 이름을 ‘골프컨디셔닝’이라고 한 이유죠.” 그와 지금까지 함께한 선수들이 정규 투어에서 거둔 승수는 33승이다. “한 50승은 채워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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