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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20㎏ 늘린 디섐보, 메이저 US오픈까지 우승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우람한 근육질의 두 팔을 번쩍 추어올리는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의 모습은 온갖 비웃음을 무릅쓰고 골프의 통념을 바꿔버린 정복자처럼 보였다.

로리 매킬로이가 그의 우승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까지 알던 US오픈 우승자와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골프에 바람직한 방식이든 그렇지 않든 예전 경기와는 다른 것이다.”

◇골프 통념 뒤엎은 ‘장거리 닥공’

21일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파70)에서 막을 내린 US오픈. 1년 전 몸집을 불려 게임의 법칙을 바꾸겠다는 ‘신체개조 실험’을 선언해 뜨거운 벌크업 논란을 일으켰던 ‘필드 위의 괴짜 물리학자’ 디섐보가 그의 승리를 증명한 무대였다. 키 185cm인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남짓한 기간에 하루 최대 6000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고 근력 운동을 하며 체중을 88kg에서 108kg까지 불렸다.

1년 전만 해도 날씬했던 ‘필드의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왼쪽 상단 사진)가 벌크업을 거쳐 메이저대회마저 정복했다. 그는 21일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1250만달러)에서 유일하게 언더파(6언더파 274타) 스코어를 냈다. 통산 7승째를 거둔 그는 상금 225만달러(약 26억원)를 받았다. 파이널 라운드를 마치고서 우승이 확정된 뒤 퍼터를 번쩍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인스타그램·AFP 연합뉴스

이날 2타 차 2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던 디섐보는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 274타로 2위 매슈 울프(미국)를 6타 차이로 따돌렸다. 디섐보는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 7월 로켓 모기지 클래식 이후 두 달 만에 트로피를 추가했다. 디섐보는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에 이어 US 아마추어와 US오픈을 모두 우승한 6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열린 5차례 US오픈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1984년 나란히 4언더파를 기록해 연장전을 벌였던 퍼지 죌러(미국)와 그렉 노먼(호주) 두 명뿐이다. 당시 죌러가 연장에서 승리했다.

US오픈은 클럽 14개를 모두 잘 다루고, 전략적인 코스 운영을 하는 선수가 챔피언이 되도록 한다는 코스 세팅 원칙을 갖고 있다. 그리고 윙드풋은 이런 US오픈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는 험난한 코스의 대명사였다. 이 가혹한 테스트를 디섐보가 드라이버를 앞세워 통과한 것이다.

벌크업에 쏟아졌던‘4불가론’과 그의 해법

윙드풋은 “한번 빠지면 공은커녕 발목을 찾기도 어렵다”고 할 정도로 질기고 깊은 러프로 악명 높다. 페어웨이는 좁고 코스가 좌우로 굽은 곳이 많아 장타자의 무덤이 되기 쉽다. 윙드풋의 ‘러프 지뢰’를 피하기 위해 드라이버 대신 2번 아이언이나 우드로 티샷하는 게 ‘코스 공략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디섐보는 러프를 두려워하지 않고 ‘드라이버로 일단 멀리 쳐놓는’ 닥공을 선택했다. 이날 그의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336.3야드로 출전 선수 평균(305.7야드)보다 30야드를 더 보냈다. 페어웨이에 적중한 것은 14개 중 6개(43%)에 그쳤지만, 대신 그린 적중률은 61%나 됐다.

디섐보는 “골프에서 나의 목표는 노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봐,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길 바란다”고 했다.

◇마스터스에선 400야드 치겠다

디섐보는 어린 시절부터 ‘괴짜 천재’로 불릴 만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여섯 살 때 대수학을 이해할 정도로 수학 영재였다.

열세 살 때 골프장 프로숍에서 벤 호건이 즐겨 쓰던 베레모 스타일의 모자를 보고는 지금까지 쓰고 있다. 그는 무수히 많은 점을 찍어서 화면을 구성하는 점묘법을 배워 벤 호건의 스윙 모습을 그렸다. 그의 캘리포니아 집에 아직도 걸려 있다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으로도 똑같이 사인을 할 수 있다. 그는 “뭐든 집중하면 할 수 있다”고 한다. 열다섯 살 때 스윙 코치에게서 기계처럼 정확하게 골프를 치기 위해선 ‘싱글 플레인’ 스윙을 해야 한다고 설파한 책 ‘골핑 머신’을 선물 받았다. 그는 지금도 그 이론대로 스윙하고 있다.

열일곱 살 때 그의 스윙 코치와 함께 60도 웨지부터 3번 아이언까지 10개 클럽의 샤프트 길이를 92.25cm(6번 아이언 길이)로 통일했다. “같은 길이의 아이언은 늘 같은 자세로 세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고교 시절 200달러짜리 물리학 교과서를 도서관에서 빌려 필사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골프를 지원해주는 부모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필사를 통해 내용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나친 근육 불리기는 타이거 우즈처럼 부상을 부른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디섐보는 “어려서부터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수술을 고려했지만 몸에 칼을 대는 대신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근육량을 늘리기로 했다”고 벌크업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트램펄린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쳤고 이후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골프 스윙 때문에 고질적인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디섐보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시적으로 과다하게 늘린 몸집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그는 “11월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48인치 샤프트를 사용하고 체중도 111kg까지 불리겠다”고 했다. 그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400야드를 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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