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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 마스터스서 72홀 최소타 타이 기록 정상… "올해 전 대회 컷 통과 목표"

유해란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최종일 우승 확정 후 선배들이 뿌려주는 물세례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KLPGA박준석

"올해 챔피언 조 경기가 3번째인데 처음과 두 번째는 잘 치고 싶은 생각이 강했어요. 결점 없이 플레이를 하려고 하자 우승을 놓쳤어요. 그래서 우승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알았죠. 이후 급해질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생각을 바꿨죠."

루키 신분으로 아직 스무살이 안 된 유해란(19)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일 제주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 앤드 리조트(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2위 이정은(24∙20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신인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건 KLPGA 투어 역대 4번째 진기록이다. 유해란은 초청 선수로 출전한 지난해 이 대회에서 악천후로 일정이 36홀로 축소되면서 ‘행운의 우승’을 차지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이번에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을 비롯해 박인비(32), 이정은, 김효주(25) 등 빼어난 실력의 해외파 선배들 앞에서 보란듯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23언더파 265타는 KLPGA 투어 72홀 최소타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또한 첫날부터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유해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는 우승을 하고도 우승을 안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들 행운의 우승이라고 했는데 오늘은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면서 정상에 올라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날 중반까지 주춤한 사이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이정은이 2타 차로 추격을 했지만 유해란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막판으로 가면서 견고한 아이언 샷을 앞세운 버디로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유해란은 "빨리 버디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캐디 삼촌도 ‘버디는 언젠가는 나온다’고 말해줘 마음이 편했다"며 "13번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이후에 버디 3개를 추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남은 대회 목표에 대해서는 "우승이나 톱10이 아닌 예선 통과를 우선 목표로 한다. 반짝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아닌 기억에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유해란과의 일문일답.

Q. 우승 소감은?
"대회에 나오기 전부터 편하게 즐기면서 플레이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생각대로 되면서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 루키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와서 우승할 수 있게 된 건 드문 일인 것으로 아는데 해내서 다행이고 매우 영광이다."

Q. 초반에 답답하고 긴장됐을 것 같다. 어떻게 흐름을 바꿨나?
"버디가 빨리 안 나왔을 뿐이다. 후반에 많은 홀 남아서 조급해하기 보다는 넓게 보자는 생각이었다. 캐디 삼촌이 옆에서 계속 버디는 언젠가는 나온다고 조언해줘서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터닝포인트는 13번 홀이었다. 보기를 기록했지만 급해지기보다는 차분해지고, 무엇보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버디로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Q. 본인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대회 기간 아이언이 잘 떨어졌다. 남들보다 미들과 롱아이언을 조금 더 편하게 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압박감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압박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 퍼트 터치 실수가 나와서 오늘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홀이 많이 남았고, 속으로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찬스를 더 살리자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올 시즌 들어와서 챔피언 조 경기가 3번째인데 처음과 두 번째는 잘 치고 싶은 생각이 강했고, 결점 없이 플레이를 하고 싶어서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승은 내 마음대로 안되는 걸 알았다. 급해질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생각을 바꿨다."

유해란이 우승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KLPGA박준석

Q. 올 시즌 루키 첫 우승인데.
"대회에 나올 때 ‘우승을 해야겠다’, ‘톱10에 들어야겠다’ 이런 목표를 잡지 않는다. 괜히 더 신경 쓸 것 같아서다. 예선 통과만 하자는 생각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하반기에도 그런 생각으로 하면 좋은 성적 나올 것 같다. 시즌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고 착실히 신인상 포인트를 쌓겠다."

Q.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아진 것은 더 차분해 진 것이다. 결과를 먼저 생각 안하고 차분해진 것 같아서 플레이가 좋아진 것 같다. 아무래도 숙소나 집에서 항상 뒷바라지 해주시는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까지 도와주신 많은 프로님들께도 감사하다. 대회 전에 몸을 풀어주시는 팀글로리어스 등등 감사할 분이 너무 많다."

Q. 베테랑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성격인가.
"원래 성격 자체가 급하지 않고 차분하고 낙천적이다. 근데 플레이는 작년까지 조금 급했던 것 같다. 실수도 많고, 미스샷도 나왔다. 차분하게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Q. 하반기 남은 대회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전 대회 컷 통과가 목표다. 딱히 정한 것은 없지만 추구하는 것은 반짝하고 없어지는 선수가 아닌 대중들에게 많이 기억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Q. 마인드 컨트롤 방법은 무엇인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차에 타면 뭐가 잘 됐고 안 됐는지 생각하는 편이다.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런 과정이 성숙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Q. 제주도에서 강한 이유가 있나. 우승 상금으로는 뭐 하고 싶나.
"삼다수랑 잘 맞는 것 같다. 잘 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기다 가자’는 이런 마인드로 쳤더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은데 사실 잘 모르겠다. 우승 상금은 부모님이 알아서 할 거다."

Q. 티샷부터 마무리까지 경기력 좋다. 좋아하는 선수나 플레이 스타일이 있나.
"다른 선수의 스윙이나 경기를 잘 안 보는 편이라 모르겠다. 원하고 추구하는 플레이는 차분하게 버디를 저축하는 플레이다. 상황마다 버디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고, 버디를 잡으면 저축하는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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