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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오픈 2라운드

코스가 어려울수록 스스로의 우승 확률을 높이는 골퍼들이 있다. 이들은 무모한 공격보다는 기다릴 줄 알고, 한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아이언 샷이 정확하고 그린 주변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멘털도 강하다. 장타가 필수 조건은 아니다. 그래도 '짤순이'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이 '난코스 전문가'들이 국내 여자 골프 대회 사상 가장 긴 6962야드의 전장에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로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을 무장했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34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에 한 방 먹이고 있다.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는 19일 2라운드에 앞서 핀 위치를 1라운드보다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특히 워터 해저드 인근 홀들은 물과 가까운 지점에 핀을 꽂았다. 여자골프 세계 1위인 고진영이 1라운드에서 7언더파로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운 데 따른 대응책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조선일보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10번 홀에서 시작한 유소연(30)이 11~14번 홀 4연속 버디를 잡는 등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전날 6언더파 공동 2위였던 유소연은 11언더파로 선두로 뛰어올랐다. 오지현(24)은 6타를 줄이며 1타차 2위에 올랐다. 세계 1위 고진영(25)은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7언더파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날 새벽에 비가 내려 그린이 부드러워진 건 선수들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유소연은 "내셔널 타이틀이 열리는 대회들은 코스가 까다롭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럴수록 더 재미있고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US여자오픈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중국 등 4국 내셔널 타이틀에서 우승했다. 유소연은 "골프는 타이밍인 것 같다"며 "기회가 있을 때 잡지 못하면 위기로 변한다"고 했다.

국내 6승 대부분을 '난코스'에서 거둔 오지현(24)은 퍼팅이 잘될 땐 5m 이내는 모두 집어넣을 자신감이 있다는 '퍼달(퍼팅의 달인)'이다. 까다로운 퍼팅 라인도 저절로 보인다고 한다. 그는 2018년 이 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17언더파로 우승했다. 한국여자오픈이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2014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당시 러프를 너무 짧게 깎았다는 평이 있긴 했지만 오지현은 2위를 8타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해엔 이다연이 4언더파, 2017년엔 김지현이 5언더파로 우승했었다.

세계 1위 고진영도 LPGA투어 6승 중 2승을 메이저에서 거뒀다. 레이저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언 샷에 몰아치기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한참 타수를 줄일 때 오히려 1주일 뒤 이 대회가 지나고 나면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한다"고 했다. 연속 버디 같은 기록을 의식하다 실수가 나오곤 하는데 먼 관점에서 지금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이겨낸다는 설명이다. 대한골프협회 구민석 과장은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참가한 데다 날씨 영향으로 스코어가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며 "3~4라운드에 예년 같은 바람이 불고 그린이 단단해진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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