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4kg 늘고 비거리는 15m 증가… "일반 골퍼는 건강한 신체 비율 목표로 하는 게 좋아"
김효주가 한국여자오픈 다음날인 22일 체육관을 찾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고안한 ‘아널드 프레스’ 운동이다. 손목을 돌리면서 덤벨을 위아래로 들었다 내리는 운동이다. 어깨 삼각근 단련에 효과적이다./박상훈 기자 |
"업(up)! 업! 조금만 더." "으으~악!"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팀 글로리어스 체육관. 전날 한국여자오픈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김효주(25)는 휴식 대신 트레이너와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골프 천재’로 불리고, 국내 무대를 평정한 후 지난 2015년부터 미국 무대에 진출한 김효주는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2016년 초 바하마 LPGA 클래식 우승으로 끝으로 서서히 내리막 길을 걸었다. 체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LPGA 투어는 매주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고 국내와 달리 대부분 4라운드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체중이 6kg까지 빠졌던 김효주는 "마지막 날이 되면 힘이 달리고 거리도 더 안 나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효주는 지난해 말부터 팀 글로리어스와 함께 하며 몸집과 체력을 불리는 벌크 업(bulk-up)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속이 꽉 찬 근육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평정한 ‘수퍼맨’ 브룩스 켑카(미국)가 모델이었다. 김효주는 지난 1월 말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때도 트레이너와 동행했다. 운동뿐 아니라 체계적인 식단 조절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였다.
김효주의 2015년 금호타이어 여자오픈과 2020년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당시 모습. 김효주는 “몸이 단단해지니 멘털도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KLPGA박준석 |
동계 훈련을 마쳤을 때 김효주의 몸은 이전보다 4kg 불어 있었다. 지방은 줄고 그 자리를 근육에 메웠다. 덕분에 비거리는 15m 정도 늘었다. 김효주는 "예전처럼 부드럽게 스윙해도 비거리가 늘면서 골프가 훨씬 쉬워졌다"고 했다. 드라이버 거리는 265야드에 이르고, 아이언도 한 클럽 거리가 더 나간다. 파4 홀에서 예전 같으면 7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하던 위치에서 9번 아이언이나 피칭 웨지를 잡는다. 그만큼 버디 기회가 많아졌다.
체력도 강화되고, 성적도 좋아졌다. 지난 5월 중순 재개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개 대회를 모두 소화했다. 25일 개막하는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도 출전한다. KLPGA 챔피언십 4위,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우승, 한국여자오픈 준우승을 거뒀다. 상금랭킹은 1위다.
김효주는 2015년 미국 무대에 데뷔할 당시에도 "동계훈련 기간 배에 왕(王) 자가 새겨질 만큼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전과 달라진 건 뭘까. 박솔빈 트레이너는 "먹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또한 과거에는 무게를 드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고 했다. 이어 "몸을 바꾸기 위해서는 운동과 휴식, 그리고 영양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잠자는 것까지 체크했다"고 말했다.
그럼 식단을 어떻게 바꿨을까. 김효주가 가장 많이 먹은 건 달걀과 닭가슴살, 그리고 밥이다. 달걀은 하루에 7~8개, 닭가슴살은 하루 평균 600g 정도, 일주일에 두 차례는 특식으로 미니 백숙 1.5마리를 먹었다. 김효주가 "이러다 닭이 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밥도 끼니마다 1.8~2공기씩 먹는 등 전체적으로 식사량이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단백질 외에 탄수화물 섭취도 늘렸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근육으로 사용돼야 할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흔히 몸이 커지면 감각이 둔해질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체중은 불리면서도 체지방율을 높이지 않아 컨트롤 능력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했다. 김효주가 워낙 공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도 섬세한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체력 훈련을 하다 쉬는 시간에는 벽에 테니스 공을 던져 한손으로 받는다던가 테니스 공으로 족구를 했다. 잠도 하루 8~10시간씩 푹 잤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하루 2시간씩 주 6일을 했다.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와 바벨을 들어올리는 데드 리프트, 그리고 벤치 프레스 3가지를 기본으로 했다. 김효주가 감당하면서 8~12회가 가능한 무게로 3~5세트씩을 했다. 이와 함께 전력질주와 숨고르기를 병행하는 달리기, 메디신 볼 던지기, 박스 점프 등을 통해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능력을 길렀다. 처음 벤치 프레스를 할 때는 20kg을 들었지만 지금은 45㎏까지 늘었다. 20~30kg부터 시작했던 데드 리프트는 이제 70~80kg까지 든다. 박스 점프 높이는 60cm에서 83cm로 증가했다. 현재 시즌 중에도 주 2~3회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하체와 어깨 강화, 그리고 밸런스 운동을 한꺼번에 하고 있는 김효주의 모습. 한쪽 다리를 의자 등에 걸치고 천천히 앉았다 일어서는 불가리안 런지와 덤벨을 한손으로 위아래로 들었다 내리는 숄더 프레스를 하면서 한쪽 발은 밸런스 패드에 올린 채 하는 운동이다./박상훈 기자 |
일반 골퍼들도 벌크업을 하면 골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걸까. 박솔빈 트레이너는 "무조건적인 벌크업보다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신체 비율을 가지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다"며 "운동은 주 3~5회 정도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시작을 하고 불규칙한 식습관과 수면 패턴 등을 조절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후 점진적으로 운동량과 식사량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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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답글삭제우승을 더하고 떠드러라. 말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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