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은 “코로나 사태 이후 무서워 밖에 나가지 못하다 최근 리디아 고와 연습 라운드를 했다”고 말했다./양희영 제공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중 상당수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양희영(31), 박희영(33), 허미정(31), 최운정(30) 등이 그렇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LPGA 투어는 최근 이들 4명과 인터뷰를 한 뒤 그 내용을 29일 전해왔다.
이들은 투어가 중단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코로나 사태를 빨리 이겨내고 일상과 투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에게도 응원을 메시지를 보냈다.
LPGA 투어 통산 4승의 양희영은 "두 달 가까이 집(플로리다주 올랜도)에만 있었다"며 "집 차고에 네트를 설치했고, 퍼트 연습은 카펫에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사는 카운티에 몇 명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정보가 있다. 그걸 보고는 무서워서 못 나갔다. 최근에는 리디아 고와 만나 함께 연습했다. 각자 카트를 타고 조심해서 라운드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빅오픈에서 우승한 박희영은 "집에서 먹기만 하니 확 쪘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지인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미국에서는 알고 지내던 지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까지 들었다"며 "사람의 생명을 위해 노력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여러분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텍사스주 댈러스에 머물고 있는 허미정은 "3월 초 미국에 온 후 주로 집에서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사했다"며 "미국에 온 초반에는 미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쓴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지나가는데, 신호에 걸려서 서 있던 차에서 마스크를 쓴 내 사진을 찍고 간 적도 있었다"고 했다.
허미정은 "한국 대회에 초청을 받았지만 댈러스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고, 자가격리도 해야 하므로 가지 못했다"며 "의료진 여러분이 고생이 많다. 코로나가 없어지는 날까지 조금만 더 힘을 내시면 좋겠다"고 했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머물고 있는 최운정은 "계속 집에만 있었다. 백수가 되어 보니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모든 것이 엄청 그립다. 대회 준비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 골프가 재미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 요리 실력은 시집 가도 될 정도로 늘었다"고 했다.
다음은 선수들과의 일문일답.
<양희영과의 일문일답>
- 코로나 사태 이후 시간이 꽤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가?
양희영=계속 올랜도 집에 있었다. 호주 대회 후에 잠시 호주에 있다가 아시아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아시아 대회가 취소됐다는 얘기를 듣고 미국으로 바로 돌아왔다. 투어가 곧 시작할 줄 알고 집에서 훈련을 하면서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지금까지 왔다. 심각하게 번지기 시작한 후로 두 달 가까이 집에만 있었다. 시간 계산이 안 될 정도다. 꽤 오랫동안 연습장이 닫힐 거라고 생각해서 집 차고에 네트를 설치해 놓고 거의 한 달 넘게 공 치고 카펫에서 퍼팅 연습을 하면서 지냈다. 그동안은 장을 한 번에 많이 봐 놓고 대부분 집밥으로 생활했다. 바깥 음식이 진짜 필요하면 한 번씩 아버지께서 마스크 쓰시고 다녀오셨다. 계속 안심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뭔가 전보다는 나아진 느낌이다. 골프장도 나갈 수 있고 해서 조심해서 외출하고 있다. 골프장은 집에서 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그렇게 멀지는 않다.
- 최근 생활 패턴은 어떻게 되는가?
양희영=연습장을 오픈한지 일주일 조금 안 됐다. 선수다보니 골프장에 나가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력 훈련 조금 하고 연습장에 나가서 공치고 라운드도 돌고 있다. 이제 조금씩 대회 준비를 하듯 연습을 하고 있다.
- 일상에서 심각성을 체감하는 면이 있는가?
양희영=지금까지도 가게 문을 닫은 곳이 많다. 물건을 사러 가거나 음식을 사 먹으러 가도 온라인이나 전화로 미리 주문한 후 문 앞에 두면 받아오는 식이다. 어디 한 군데 제대로 연 곳이 없다. 골프장만 최근에 열기 시작한 것 같다. 사실 골프장은 열려는 있었는데 연습장을 닫아 놔서 라운드만 할 수 있었다. 코로나맵USA 같은 사이트가 있어서 내가 사는 카운티에 몇 명이 걸렸다는 정보가 있다. 그걸 보고는 무서워서 못 나갔는데, 요즘은 또 갑자기 차가 많아진 느낌이다. 어쨌든 다니면서도 늘 조심하려고 하고 사회적거리를 지키면서 다니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에 대해 걱정하고 묻고 있다. 최근 누구와 가장 많이 연락하고 있나?
양희영=제니퍼 송, 애니 박 선수와 연락을 자주 하고, 최근에는 리디아 고 선수와 만나서 같이 공을 쳤다. 처음에는 조심해서 안부를 묻곤 했는데, 서로 다들 집에만 안전하게 있었던 걸 아니까 이제는 상황을 보고 조금씩 만나서 연습 정도는 하고 있다. 각자 카트를 타고 조심해서 라운드하는 정도다.
- 이 기간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은 무엇인가?
양희영=아무래도 친구들과 식당에 가서 앉아서 밥먹고 얘기하고 그런 게 그립다. 마주보고 재미있게 얘기도 하고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그런 게 안 돼서 아쉽다. 특히 오랫동안 못하니까 더 아쉽다. 그리고 특정한 장소가 생각나진 않는데 대회장 자체가 그립기는 하다. 샌프란시스코의 골프장과 밖의 거리나 식당들, 그런 곳의 풍경이 생각난다. 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그 곳을 올 해 못갔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 그래도 조금씩 연습을 한 것 같다. 지난 해에 비해 좋은 면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는가? 골프가 아닌 부분에서는 발전한 것이 있나?
양희영=없다. 초반부터 꾸준히 매트에서 치긴 했지만, 매트에서 치면 피드백이 없어서 모르겠다. 공이 날카롭게 맞았다거나 하는 감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감을 다듬는 것은 실제 연습장에서 공을 치면서 만들어야 한다. 쇼트 게임이나 퍼터 연습을 카펫에서 했다고는 해도 실제와는 전혀 다르다. 나는 골프 말고는 딱히 하는 게 없는데, 이 기간 동안 평소보다 책을 좀 더 읽고 게임을 많이 한 것 같다. 책 읽는 건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마쳤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 미국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소식이 오히려 그리울 것 같은데, 누구와 연락을 주고 받았는가?
양희영=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많이 하는데 한국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KLPGA 대회까지 했다고 해서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행이다. 한국에 있는 동료들과도 전화는 했는데 일상적인 대화들만 나눴다.
- 다 같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상황인데,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양희영=전세계적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의료진이 가장 생각난다. 이 상황에서는 그 분들만큼 힘든 분들이 없을 것이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지난 2월 빅 오픈에서 우승한 박희영은 “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서 먹기만 하니 살이 확 쪘다”며 “그래도 출전권 걱정이 없어져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박희영 제공 |
<박희영과의 일문일답>
-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가? 집에만 있었는가?
박희영=확 쪘다. 하하. 아무 것도 못하니 집에서 먹기만 한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출전권 걱정이 없어져서 마음은 좀 편하다. 지난 호주 대회를 마치고 한국에 잠시 들어갔었는데, 그때 미국 입국 금지가 될 것 같다는 소문이 들리고 해서 일정을 조금 앞당겨서 들어왔다. 돌아온 후, 캘리포니아는 상태가 심각해서 완전히 다 닫힌 상태가 돼서 아무 것도 못했다. 일단 대회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대기하면서 있었다. 예전에 플로리다에 살았을 때는 밀집된 곳이 아니어서 연습도 할 수 있고 걷거나 뛸 수도 있었을 텐데, 캘리포니아로 온 후에는 아파트에 사니까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겁날 정도다. 연습장이나 골프장 모두 닫아서 실내에 망을 해놓고 겨우 공을 칠 수 있을 정도만 만들어 놓고 연습을 했다. 열흘 전쯤 LA 외곽 지역 골프장은 다시 열려서 잠시 시간을 내서 팜 스프링에 다녀왔다. 미션힐스 골프장 안에 아는 분의 별장이 있어 그 집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오랜만에 연습을 했다.
- 최근 생활 패턴은 어떻게 되는가? 일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체감하는 것들이 있는가?
박희영=주로 집에서만 보낸다. 얼마 전 정부에서 50개 업종에 대해서 오픈 허가를 내 줬더니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차도 많이 막혔다. 그걸 보니 또 조심스러워지더라. 또 다시 번질 위험성도 있어 걱정스럽다. 한국은 서로 마스크도 쓰고 조심하는데, 미국은 무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지인이 걸렸다는 얘기를 전혀 들은 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알고 지내던 지인이 돌아가셨다는 얘기까지도 들었다. 사태가 심각한 것이 느껴진다. 결혼하고 집을 렌트해서 지내고 있었는데, LA는 렌트비가 비싸서 집을 옮길까 생각 중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밖으로 다니면서 보기는 애매해서 온라인으로 집을 보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에 대해 걱정하고 묻고 있다. 최근 누구와 가장 많이 연락하고 있나?
박희영=제니퍼 송이나 산드라 갈하고 연락 주고받으면서 지냈다. 워낙 투어 다닐 때도 룸메이트도 하고, 동생인 주영이랑도 친하게 지내서 제니퍼 송이랑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제니퍼한테 연락하면 양희영도 있고, 애니 박, 리디아도 같이 라운드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그런 친구들과는 연락을 주고받았다. 대부분 한국에 있는 것 같더라. (지)은희 언니도 미국에 머물러 있었는데 한달 전쯤인가 한국으로 갔더라.
- 미국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소식이 오히려 그리울 것 같다.
박희영=한국은 동생이나 부모님 외에는 연락을 거의 안 했다. 주영이랑은 맨날 영상통화 한다. 스윙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부모님 소식도 전해 듣고 있다.
- 이 기간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은 무엇인가?
박희영=나는 딱히 없다. 2018년에 결혼을 했는데, 사실 그동안 투어 때문에 바빴고 둘이 제대로 같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시간을 못 보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서 함께 할 시간이 많아서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웠던 것을 오히려 이번 사태가 해결해 준 느낌이다.
-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냈나? 지난 해에 비해 좋은 면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는가? 골프가 아니라도 좋다.
박희영=우승 후 감이 괜찮았는데, 그동안 계속 쉬어서 골프 실력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다시 골프 클럽을 점검하고 있다. LPGA 대회 스케줄이 7월 마지막 주에 첫 대회로 되어있는데, 보통 훈련을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 하면 충분하다. 지금 시즌 중처럼 연습을 하면 금방 지치고 부상을 입을 염려도 있어서 천천히 조절을 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 바깥 외출은 가능하니 집 근처에서 걸을 수도 있고 줄넘기도 할 수 있다. 천천히 체력 훈련 위주로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골프도 다시 치기 시작했다. 휴젤-에어프레미아 LA오픈이 열리는 윌셔골프장에서 명예 회원증을 주셔서 거기에서 연습과 라운드도 할 수 있다. 지난 주에 다시 열었는데, 연습장 이용은 못 하지만 크로스 백을 매고 코스에서 라운드는 가능하다. 두 달 정도를 쉬었으니 감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몇 번 치고 나니 샷감은 빨리 회복되더라. 일단 대회가 열릴 때까지 대기를 해야 하니 조금은 답답하다. 한국에 갈 수는 있지만 비행기를 타는 동안의 위험을 굳이 감수하기는 그렇다. 아무래도 집에만 있다 보니 이것 저것 많이 해 먹어서 요리 실력은 좋아지지 않았을까? 인터넷 보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하니까 한국음식이랑 외국 음식이랑 조금씩은 할 수 있게 됐다.
- 우리 선수 뿐 아니라 모두가 어렵다. 다 같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상황인데,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박희영=너무 많지만 가장 마음에 쓰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다. 병원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나도 아프지 말란 법이 없는데, 어떤 사람은 무책임하게 다니는 반면에 그 분들은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노력해 주신다. 그 모습이 고맙다. 그리고 아무래도 가깝게 있는 사람 중에서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다. 선수나 스폰서, 스포츠 전체를 위해서 노력하고 뒤에서 힘쓰고 있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야 오래 뛰었고 해서 괜찮은데, 사실 생계 걱정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런 선수들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챙기려는 모습이 너무 고맙다.
허미정은 “얼마 전 살던 집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사했다”며 “최근 들어 다시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허미정은 “의료진에게도 감사하다”며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했다./허미정 제공 |
<허미정과의 일문일답>
- 코로나 사태 이후 시간이 꽤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가?
허미정=주로 집에 있었고, 잠시 어딜 나가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뭐 하나만 만져도 손소독하고 그러면서 지냈다. 내 느낌에는 그다지 좋아진 것 같지는 않은데, 벌써 가게는 열고 사람들도 많이 돌아다닌다. 친오빠가 플로리다에 있어서 매일 통화하는데 플로리다는 어느 정도 풀렸지만 그래도 좋지는 않은 것 같더라. 텍사스는 내가 볼 때는 그렇게 안전하진 않은데도 어느 정도는 풀려 있다. 최근에 살던 집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사했다.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참에 이사라도 하자고 생각해서 이사했다. 사람을 부른 것이 아니고 집에 있는 식구끼리 조금씩 옮기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 시즌 초 플로리다 대회 이후로는 집에만 있었는가?
허미정=나는 플로리다 대회가 끝난 후에 한국에 잠깐 나가 있다가 3월 초에 미국에 들어왔다. 그때는 한국이 엄청 상황이 심각했던 때였고, 미국 입국자 자가격리 이야기가 나올 때 즈음이라 원래 스케줄에서 열흘 정도 당겨서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오고 나서 사나흘 정도 있다가 미국이 터지더라. 어쨌거나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 그 동안 연습은 좀 했는가?
허미정=1월 말 플로리다에서 대회를 하고 한국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 즈음에 태국과 싱가포르 대회가 모두 취소가 된 터라 푹 쉬다가 들어오자는 마음이었다. 돌아오자마자 여기 상황이 심각해져서 골프장도 문도 닫았고, 이사도 하고 그러다보니 연습은 자연스럽게 쉬게 됐다. 지금 골프장은 열려 있는데, 새로운 룰이 생겼다. 까다롭게 운영 하고 있다. 3월 말에는 각자 카트도 타야 하고 티잉 그라운드에는 한 명만 올라가서 플레이했다. 지금은 좀 완화가 됐다. 다만 출입에 제한이 생겼다. 나는 멤버가 아니지만, 이 골프장에 다닌 지 5년 정도 됐고, 직원들이나 멤버들도 잘 안다. 얼마 전에 연습하려고 갔더니 멤버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상황이 조금 나아진 후에는 클럽에 가기 전에 반드시 연락을 하고 가야하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더라.
- 최근 생활 패턴은 어떻게 되는가? 일상에서 이번 상황에 대해 체감하는 것들이 있는가?
허미정=거의 비슷하게 돌아간 것 같다. 연습하고, 운동하는 패턴은 이전과 비슷해졌다. 초반에 여기 사람들은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많았다. 한참 심할 때도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뒤에서 수근거리고 그러더라. 한번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지나가는데, 신호에 걸려서 서 있던 차에서 유리문은 안 내리고 마스크를 쓴 내 사진을 찍고 간 적도 있었다.
-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에 대해 걱정하고 묻고 있다. 최근 누구와 가장 많이 연락하고 있나?
허미정=나는 그냥 한국에 있는 (전)인지와 연락을 가끔 했다. 우리 언제 보냐고 맨날 그런 얘기만 하다가 끊는다. 인지는 잘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부모님은 여기에 같이 계셔서 따로 연락은 안 해도 된다. 부모님도 이사하는 일 때문에 신경쓰고 물건 옮기고 그러시느라 그다지 무료하지는 않으신 것 같다. 얼마 전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KLPGA 대회에 초청이 됐다고 하더라. 몸이 여기 있고, 자가격리도 해야 하다 보니 못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가고 싶어도 비행기가 없다. 의외로 달라스에서 한국으로 뜨는 비행기가 없다. 곧 풀린다고는 했는데, 지금은 없다.
- 이 기간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은 무엇인가?
허미정=그런 건 딱히 없었다. 쉬어서 너무 좋았다. 아쉬운 것은 있다. 이번에 남편과 같이 대회장을 다니려고 스케줄을 짰었다. 남편이 하와이를 한 번도 못 가봐서 이번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하와이 대회가 취소돼서 아쉽다. 이번에 꼭 같이 가자고 얘기하고 몇 달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다.
- 그동안 클럽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해에 비해 좋은 면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는가? 골프가 아닌 부분은?
허미정=전혀 없다. 유지라도 하고 있으면 다행일 것 같다. 집에서 연습을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잔디에 망을 설치를 할까 했는데, 이사를 하다보니 그것도 마음대로 못하겠더라. 이사짐 센터를 부르면 여유가 있을 텐데, 길 건너인 데다가 사람들을 부르면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고 여러 부분 신경쓰이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이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 달 정도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했던 달고나 커피나 그런 것들을 만들어 봤다. 요즘은 베이킹 쪽에 관심이 생겼다. 새언니가 플로리다에 있는데, 베이킹에 빠져서 아마존에서 좋은 것이 있으면 주문해서 보내준다. 나도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서 좋은 게 있으면 언니한테 보내주면서 서로 베이킹을 시킨다.(하하)
- 모두가 어렵다. 다 같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상황인데,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면?
허미정=너무 많다. 너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의료진 분들이 너무 고생하고 계신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코로나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조금만 힘 내시면 좋겠다. 그리고 자영업하시는 분들에게도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은 여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이동인구가 줄어서 자영업하시는 분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웠는데, 코로나 때문에 휘청이는 것 같다. 그런 분들에게도 꼭 같이 힘내서 이겨내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최운정은 “골프를 그만 두면 백수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막상 백수가 되어 보니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했다./최운정 제공 |
<최운정과의 일문일답>
- 코로나 사태 이후 시간이 꽤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가? 집에만 있었는가?
최운정=큰언니와 같이 계속 잭슨빌 집에만 있었다. 미국에서도 시골인데, 우리 카운티는 확진자가 많이 없다. 그리고 골프장도 계속 열려 있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타지에서 왔다고 하면 좀 꺼려한다. 예를 들어 동네에서 사는 사람의 자식들이 뉴욕에서 공부를 하다가 돌아오면, 금방 소문이 퍼진다. 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에 살고 있는데, 엘리베이터도 사람들이 많으면 안 타고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올해 초에 한국에 있는 둘째언니가 조카를 낳아서 엄마가 자주 보러 가신다. 나도 보고 싶은데, 엄마는 내가 비행기를 타고 오는 길에 위험할 수도 있으니 한국으로 오지말라고 하시더라. 대회는 5월에 할 수도 있고 6월에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계속 대회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면서 여기에 남아 있었다. 어쨌든 여기는 연습은 가능한 상황이라, 마스크만 쓰고 있으면 밖에서 연습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돌아가서 자가격리를 하면 2주일은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돌아가기가 망설여진다.
- 최근 생활 패턴은 어떻게 되는가?
최운정=그 전에는 연습장에만 갔는데 제일 늦은 시간, 저녁 6시30분에 가서 8시까지하고 들어왔었다. 지금은 오전 9시에 나가서 네시간 정도 연습한 후 특별히 라운드를 하지 않으면 2시 전에는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오후에 내 시간을 쓴다.
요즘 매일같이 다니던 헬스장에 갈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집에서 하려고는 하는데, 집중도 안 되고 제대로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초반에 살이 쪘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앱을 깔아서 선수들이랑 영상 켜 놓고 같이 홈트레이닝을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에 대해 걱정하고 묻고 있다. 최운정 프로 같은 경우 최근 누구와 가장 많이 연락하고 있나?
최운정=양희영 언니, 리디아 고, 제니퍼 송 등 여기에 있는 선수들과 연락이 많다. 아무래도 가까이에 있다 보니 연락을 많이 한다. 리디아나 제니퍼와는 가끔 골프도 치는데, 1인 1카트, 사회적 거리를 잘 유지하고 티잉 그라운드에는 한 명만 올라간다. 그렇게 만나서 연습한지 3주 정도 된 것 같다. 지금 골프는 같이 치지만, 끝나면 곧바로 돌아간다.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건 상상도 못한다. 서로 부담이니 서로의 집에 놀러가는 것도 꺼린다. 영상통화로 같이 얘기하면서 밥을 먹는 게 보통이다.
- 이 기간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은 무엇인가?
최운정=평소에 '선수 생활 은퇴하고 골프를 그만두면 내가 뭘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면 나는 항상 백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꿈을 이룰 줄은 몰랐다. 백수가 되어보니 비로소 나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일상의 모든 것이 엄청 그립다.
- 그래도 꾸준히 연습을 한 것 같은데, 지난 해에 비해 좋은 면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는가? 골프가 아니라도 좋다.
최운정=연습을 많이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모든 선수들이 똑같겠지만 어떤 시합을 이미지로 떠올리며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제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대로 연습하면서 오히려 골프를 너무 즐기고 있다. 골프가 재미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골프장에 가고 싶어 하는지를 솔직히 몰랐다. 대회 준비에 대한 압박감이 없으니까 너무 재미있는 운동이더라. 공도 굉장히 잘 맞는다. 요즘 골프는 그렇게 하고 있다. 또 요즘같은 때에는 요리가 안 늘 수가 없다. 시집가도 되겠다. 자주 해 먹는다.
- 뭘 주로 많이 먹는가?
최운정=사실 해먹게 되니 삼시세끼를 안 먹게 되더라. 두 끼만 해먹고, 아침에 브런치 매뉴를 해먹는데 계속 미국 식으로 먹었다. 어떤 때는 너무 한식이 먹고 싶어서 아틀란타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여기는 동네가 작아서 한인마트가 없다. 거기서 고추장, 된장을 사와서 찌개도 끓여 먹었다. 배달은 속 터져서 안된다. 뭘 시키면 주문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주문을 하면 거의 3주가 걸린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도 다 닫았으니 뭘 살 수가 없다.
- 미국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소식이 오히려 그리울 것 같은데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가?
최운정=나름 여기서 언니와 잘 생활하고 있지만 가족이 그립고 같이 투어를 다니던 친구들이 그립다. 그래서 매일 같이 미향이, 효주, 세영이와 연락한다. 단체 채팅방이 있으니까 매일 하게 된다.
- 모두가 어렵다. 다 같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상황인데,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면?
최운정=항상 바쁘고 여유가 없은 생활이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여유가 많아지니 무기력해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다 같이 이 어려운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다운되지 말고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절대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에게도 매일 다짐하는 것이다. 매일 처지기 때문에 매일 다짐한다. 모두가 그렇게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느꼈다. 사실 대구에서 확산 사태가 일어났을 때, 커피숍에 갔는데 사람들이 나를 꺼리는 느낌을 받긴 했었다. 물론 지금은 당당하다. 한국 사람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한국에서는 남을 위해서 나를 자가격리한다는 개념이 확실한데 이런 점을 미국 친구한테 얘기하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신기해한다. 얼마 전 이태원 사태가 뉴스에 나오긴 했지만, 지금 미국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너무 잘 하고 있다고 여긴다. 너무 신기하고 부럽다고 하더라. 모든 한국 국민들이 지금처럼 잘 해주시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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