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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챔피언십 17언더파 우승]

4라운드서 임희정 제치고 역전, 조아연·임희정과 2000년생 트리오
"캐디 백 멘 아버지가 긴장 풀어줘… 고진영 샷 따라해 스윙 비슷해져"

피 말리는 첫 우승을 차지한 딸과 캐디 백을 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서로 끌어안았다. 주니어 시절 각종 아마 대회가 열리는 제주 오라CC에서 우승을 워낙 많이 해 '오라 공주'란 별명이 있던 박현경(20)은 프로 무대 첫 우승을 차지하고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출신으로 2부 투어에서 딱 한 번 우승을 경험했던 아버지 박세수(51)씨도 자신이 우승한 듯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주요 골프투어 가운데 처음 열려 관심을 모았던 KLP GA 챔피언십(총상금 30억원)이 1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렸다.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 뛰는 베테랑 선수가 여럿 출전했지만, 우승자는 KLPGA 투어 데뷔 2년 차인 스무 살 박현경이었다.

꽃잎 축하 - 17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막 내린 KLPGA챔피언십 우승자 박현경(왼쪽)에게 마스크 쓴 동료가 꽃잎을 던지며 축하해주고 있다. /KLPGA

박현경은 3라운드 선두 임희정에게 3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지만 이날 5타를 줄이며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16언더파)인 임희정과 배선우를 1타 차로 제쳤다. 박현경은 상금 2억2000만원과 함께 메이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3년 시드(2023년까지)를 받았다. 박현경은 11~13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승부를 뒤집었고, 13번홀에서 보기를 한 임희정을 두 타 차이로 따돌리며 처음 단독 선두가 된 뒤 남은 홀들을 잘 지켜냈다.

박현경은 우승 후 동료들의 꽃 세례를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동료들은 포옹 대신 팔꿈치를 부딪치며 축하를 했다.

박현경은 "투어 경험이 있는 아버지가 퍼팅 라인도 잘 봐주시고 긴장도 풀어줬다"며 "가장 고비였던 9번홀 3퍼트 보기 이후 아버지가 '괜찮다'고 해 안심이 됐다"고 했다.

아버지 박씨는 "작년엔 엉뚱한 샷을 하면 혼내기도 해 한동안 다른 캐디를 쓰는 등 의견 충돌도 있었다"며 "이번에는 부녀지간이 아닌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식 잘되는 것 말고 더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느냐"며 감격해했다.

아버지 박씨는 1990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 1·2부 투어를 오가며 1999년 2부 투어 5차 대회에서 우승한 게 유일한 1승이었다. 박씨는 2002년부터 전주에서 연습장과 아카데미를 운영하다 지난해 박현경이 1부 투어로 올라오면서 기흥으로 올라왔다. 아버지의 지도 속에 실력을 키운 박현경은 2017년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에서 국내 72홀 최소타 기록인 29언더파 259타로 우승해 주목받았다.

박현경은 지난해 3승을 거둔 임희정, 2승을 거둔 조아연과 주니어 시절부터 국가대표를 함께하며 경쟁한 사이다. 그는 "지난해 친구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2000년생 '뉴밀레니엄 용띠'들은 '세리 키즈'라 불린 1988년생 용띠 군단(박인비·신지애·최나현 등)의 초창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세계 1위 고진영을 비롯해 김효주, 김민선 등이 포진한 1995년생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박현경은 세계 1위 고진영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둘은 KPGA 투어 프로 출신인 이시우씨에게 스윙 지도를 받고 있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국에서 동계 훈련을 함께했다.

이번 대회 박현경의 아이언 스윙은 마치 고진영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비슷했다. '강철 멘털'로 유명한 고진영은 지난해 여러 차례 우승 기회를 놓친 박현경의 '멘털 선생님' 역할도 했다.

박현경은 "어제 (고)진영 언니와 통화했더니 '우승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며 "욕심내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은 하늘에 맡기자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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