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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2년차 박현경, 캐디인 아빠와 KLPGA 챔피언십서 생애 첫 우승 합작
아빠도 선수 출신… "승부근성 뛰어나 골프시켜… 마찰도 있지만 이젠 친구"

박현경이 중학교 1학년 무렵 신었던 골프화 모습. 스윙 연습을 많이 한 탓에 깔창의 엄지 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났다./박현경 제공

"자식 잘 되는 것 말고 더 이상 바랄 게 뭐 있겠습니까." 투어 2년 차 박현경(20)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퍼트를 넣은 후 말없이 캐디인 아버지와 포옹을 나눴다.

1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박현경은 이날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인 임희정(20)과 배선우(26)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일궜다.

박현경의 우승 뒤에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뒷바리지한 아버지 박세수(51) 씨가 있다. 박 씨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프로 골퍼다. 1990년 세미 프로(준회원)가 된 그는 1997년부터 투어 무대를 뛰었다. 2002년 현역 은퇴 후 그해부터 전북 전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세수골프클리닉’과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지난해 딸의 1부 투어 데뷔를 앞두고는 전주 생활을 정리하고 기흥으로 이사했을 만큼 열성이다.

박현경이 KLPGA 챔피언십 최종일 우승 확정 후 아버지와 포옹을 하고 있다./KLPGA박준석

박현경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연습장에서 플라스틱 채를 가지고 놀았다. "제가 골프를 했으니까 운동 신경이나 여러가지 가능성을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승부 근성이 강하고 소질이 비치길래 현경이가 만 8세이던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켰어요.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쳤는데 다행히 잘 따라와 준 게 고마워요. 주변에서 아빠가 예전에 실력이 뛰어난 선수였다고 하니까 불평 없이 그랬던 것같기도 해요."

박 씨는 원래 왼손잡이였지만 그가 골프를 배우던 1980년대에는 왼손용 채가 없어서 골프는 오른손으로 했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채로 쳤으니 아무래도 제 기량을 발휘 못했죠."

박 씨의 고향은 전북 익산이다. 어린 시절 집 근처에 팔봉 컨트리클럽(현재 상떼힐익산)이 생기면서 골프장이 놀이터가 됐다. 아까시나무를 깎아 골프를 쳤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앞으로는 골프가 유망하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그의 마을에 60가구가 살았는데 16명의 프로 골퍼가 나왔다. 그의 집안에서도 5형제 중 4명이 프로가 됐다.

박현경의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스윙 모습.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연습장에서 플라스틱 채를 가지고 놀며 골프를 익혔다./박현경 제공

박 씨는 1부 투어에서는 우승을 못했지만 1999년 2부 투어인 016투어 5차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박현경이 태어나기 약 4개월 전의 일이다. 그런 아버지의 지도를 받은 딸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승부욕도 강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 8시까지 연습장에 나오라고 하면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어요. 어느 날은 골프화를 봤더니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으면 깔창 엄지발가락 쪽에 구멍이 생겼더라구요."

박현경은 착실히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쳤고, 아마추어 대회가 자주 열리는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우승을 많이 해 ‘오라 공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7년 송암배 아마추어 선수권에서는 무려 29언더파 259타로 우승했다. 국내 72홀 최소타 기록이다. 2위를 8타나 앞섰다. 지난해 3승을 달성한 임희정과 신인상을 수상한 조아연(20)이 국가대표 시절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하지만 박현경은 지난해 KLPGA 투어에 데뷔해서는 친구들의 우승을 그저 지켜봐야 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 박현경과 아버지 박세수 씨의 모습./박현경 제공

겉으로 내색을 안 했지만 마음 고생이 심했다. 캐디를 맡은 아빠와도 종종 마찰이 생겼다. "시합 중에 이것저것 간섭도 하고 엉뚱한 샷을 날리면 혼내기도 했어요. 초반에 8개 시합 정도 뛰고 나더니 ‘다른 캐디와 하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죠. 그렇게 7개 대회를 치르더니 다시 ‘아빠랑 하겠다’고 해요. 제가 좀더 편하다면서요."

이번 대회에서 부녀는 잦은 의견을 충돌을 빚지는 않았을까. "둘 다 마음이 편했어요. 우승은 정해져 있는 거니까 편하게 가자고 마음 먹었죠. 이전에는 부녀지간이었다면 이번에는 친구같은 느낌 같았어요. 이제 우승 물꼬를 텄으니까 더 편해지겠죠. 고맙다는 말요? 제게 특별히 한 말은 없어요. 그래도 서운하지 않아요. 자식이 잘 되면 그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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