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4일 KLPGA챔피언십에서 티샷을 날리는 김효주. photo KLPGA |
김효주(25)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 시계는 2016년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서 3승째를 거두고 멈추었다. 10대 시절 무서운 기세로 한국과 일본, 미국 무대를 차례로 정복해 나가던 킬러 본능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열아홉이던 2014년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백전노장 캐리 웹(46·호주)에 역전 우승을 거둔 게 ‘골프 신동’의 정점이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렇게 LPGA투어를 삼켜버릴 것 같던 김효주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동 거리가 길고 대회 수가 많은 미국 무대에서 주니어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받던 체력 부족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지난해 김효주는 상금 순위 10위(129만달러)에 오르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퍼팅은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27.59개)와 그린 적중 시 퍼트수(1.72개) 모두 1위에 올랐다. 평균 타수는 2위(69.41타)였다. 그런데 준우승만 3차례 했다. 에비앙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14번홀(파3)에서 뼈아픈 트리플 보기를 해 동갑내기 친구인 고진영에게 역전패했다.
김효주는 지난 5월 14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주요 투어 가운데 처음으로 재개된 KLPGA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지난해 11월 미 LPGA투어 시즌 최종전 이후 무려 6개월 만이다.
예전보다 몸집이 단단해진 김효주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는 거리가 너무 안 나갔다. 마지막 날엔 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우승을 하려면 정말 운이 많이 따라줘야 했다.” 김효주의 지난해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44.70야드로 최하위권인 154위였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7위(81.2%)였지만 매번 긴 거리를 남겨 놓으니 그린 적중률이 97위(67.6%)에 머물렀다.
김효주는 지난 동계 훈련 이후 최근까지 틈만 나면 체력훈련에 몰두했다. 하루 2시간 이상 체육관을 찾아 근육을 키웠다. 목표는 세게 치는 게 아니었다. 예전의 부드러운 스윙을 유지하면서도 멀리 칠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몇 년 전 강하게 치는 스윙으로 비거리를 늘려 놓았지만 정확성이 떨어져 오히려 성적이 떨어졌던 아픈 경험이 있었다. 김효주는 코로나19 사태로 길어진 휴식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다. 열심히 근육을 키워 놓으니 부드럽게 쳐도 드라이버 거리가 15야드가량 늘었다. 아이언샷도 한 클럽 정도 거리가 늘었다. “힘을 길러야 더 힘을 빼고 스윙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를 지도한 한연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쉴 새 없이 이어지던 투어 생활에서 벗어나니 예전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김효주는 10대 시절 아마추어 국가대표 에이스로 세계 무대를 휩쓸곤 했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열린다면 출전 기회를 잡아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는 세계랭킹 13위로 한국 선수 6번째다. 고진영(1위), 박성현(3위), 김세영(6위), 이정은(10위), 박인비(11위)가 그의 앞에 있다. 네 명까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김효주는 “한때 지겹고 두렵기까지 하던 대회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라며 “욕심 부리지 않고 필드에 서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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