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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정행위·거짓말로 파문
"내게 적대적인 세상에 익숙"

'온 세상이 당신에게 적대적이라고 느낄 때 기분은 어떤가?'

수시로 선두가 바뀌는 승부 끝에 짜릿한 우승을 거둔 패트릭 리드(30·미국)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곧바로 "난 세상이 내게 적대적인 것에 익숙하다"는 대답이 돌아갔다.

'골프계 악당'으로 불리는 패트릭 리드가 2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골프클럽 17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명승부 뒤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골프계 악당'이란 비난을 듣는 리드의 경우라면 달라진다.

2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인근 나우칼판의 차풀테펙 골프클럽(파71)에서 막을 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

리드는 이날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 2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를 1타 차이로 제치고 상금 182만달러(약 22억1600만원)를 받았다. 14번 홀까지 디섐보에게 2타를 뒤지다가 15~17번홀 3연속 버디를 잡아 승부를 뒤집었다.

리드는 지난해 8월 노던 트러스트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우승컵을 차지하며 통산 8승째를 올렸다. 이 대회에선 캐딜락 챔피언십이라는 명칭으로 열리던 2014년에 이어 6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했다.

리드는 이번 대회에서 퍼팅 관련 각종 지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3m 이내 퍼트 성공률은 94%(60/64). 나흘간 퍼터를 휘두른 게 98번에 불과했다. 72개 홀 중 45홀을 원 퍼트로 마쳤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손가락질이 대회 내내 이어지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우승까지 차지하는 리드의 독특한 멘털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부정행위와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리드는 클럽을 흔드는 동작을 취하면서 공 뒤쪽 모래(벙커는 아니어서 클럽을 바닥에 댈 수 있었음)를 치우는 모습이 적발돼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았다. 문제를 키운 건 그가 "카메라 앵글을 달리하면 공이 멀리 떨어져 있어 실제로 라이 개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에겐 '거짓말쟁이(cheater)'란 주홍글씨가 깊게 새겨졌다. 리드는 지난해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도 끊임없는 야유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번 멕시코챔피언십에서도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브룩스 켑카(미국)는 이번 대회 전 "지난해 히어로 월드 챌린지 때 리드의 행위는 '사인 훔치기로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똑같다"고 잘라 말했다. 오랫동안 미국 방송 CBS 해설가로 활동한 피터 코스티스는 "리드가 규정을 위반하는 것을 내가 직접 목격한 것만 4번이나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 대한 리드의 답이 가관이었다. 그는 "헤드폰을 끼고 연습하면 실력도 올리면서 잡음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리드가 2018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자 현지 언론은 '마스터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챔피언'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대학 시절 동료의 클럽을 훔쳤다는 논란부터 친부모와 의절, 경기 도중 잦은 욕설, 라이더컵 패배 후 단장 탓을 하는 등 '악당' 이미지가 쌓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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