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여자오픈서 아이언 샷을 날리는 조아연. photo 호주골프협회 |
“제가 가장 잘하는 게 100야드 이내 어프로치 샷이었는데 그걸 가장 못하겠더라고요. 떨린 것도 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강풍과 국내와 다른 잔디에 단단하게 말라붙은 페어웨이에서 샷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조아연(20)은 2월 호주에서 열린 두 차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다 마지막 라운드에 무너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2승과 함께 신인상을 받은 그녀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초청 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다. 조아연은 잊고 싶은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에도 평소 스타일대로 높고 빠른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지난 2월 9일 끝난 빅오픈 대회. 조아연은 1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4라운드에서 무려 9오버파를 치며 공동 16위(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버디 2개, 보기 7개, 더블보기 2개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하고는 가장 나쁜 스코어였다고 한다. TV중계와 팬들 관심이 집중되는 LPGA투어 챔피언조(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는 최종 라운드 마지막 조)에서 치는데 부담이 없을 수 없었다. 우승은 생각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소용없었다. 당일 최고시속 47㎞ 강풍이 불어 그린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승부는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에서 났다. 국내에선 거의 홀에 넣을 듯 정교한 어프로치 샷을 하던 조아연이 터무니없이 짧거나 긴 샷들을 남발했다.
“낮은 탄도로 스핀이 많이 걸리는 어프로치 샷이 주 무기예요. 그런데 한국에선 양잔디 아니면 한국 잔디인데 대회 코스가 버뮤다 잔디에 페어웨이가 워낙 단단해서 공을 정교하게 칠 수 없더라고요. 차라리 맨땅에서 경기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주특기가 흔들리니 티샷부터 퍼팅까지 자신감이 없어졌다. 아버지는 “좋은 경험 했다. 애 많이 썼다”고 오히려 격려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지난 2월 16일 호주여자오픈. 조아연은 4라운드를 박인비에 3타 뒤진 2위로 출발했다. “인비 언니랑 처음으로 같이 라운드를 하는 거였어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전혀 긴장이 안 됐어요.”
이날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 역시 어프로치 샷에서 실수가 많았다. 버디 2개, 보기 6개로 4오버파를 기록하며 공동 6위(8언더파)를 했다. 하지만 그 대회에서 통산 20승을 거둔 박인비에게 많은 걸 느꼈다. “LPGA투어가 워낙 여러 나라에서 열리고 미국도 지역마다 코스의 특성과 바람과 날씨 등 모든 게 다르기 때문에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양한 코스 특성에 맞게 여러 가지 샷을 구사할 수 있어야겠고요. 인비 언니는 타수 차에 따라 홀 공략을 도전적으로 하다 방어적으로 바꾸는 등 유연하게 변화를 주더군요.”
챔피언조에 들어가면 실력 발휘를 못하는 ‘챔피언조 징크스’에 빠질까 염려가 되는 두 대회였다. 하지만 조아연의 심리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뛰어나 보였다. 역경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다시 튀어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래 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골프시합은 모든 선수가 경기가 끝나야 비로소 챔피언이 결정되는데 "챔피언조" 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이 안됩니다. 차라리 "마지막조" 란 표현이 정확합니다. 마지막조 선수들이 부진해서 앞조에서 더 좋은 플레이를 한 선수가 우승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중계방송이나 기사에서 무심코 쓰는 한국식 표현, 이제 고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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