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계단 뛰기로 시작해 식사·휴식 빼곤 운동 또 운동… 고교 시절부터 7년째 구슬땀
"겨울에 몸 만들어야 부상 줄여… 미국 와서 골프 더 즐기게 됐죠"
"하악~ 하악~ 하악!" 계단을 뛰어오르는 이정은(24)은 연신 거친 숨을 토해냈다. 지난 연말 전남 해남의 우슬 체육공원. 32칸 공원 계단을 이정은이 처음엔 한 칸씩, 그리고 두 칸, 세 칸, 네 칸씩 뛰어올랐다. 이정은은 지난달 12일부터 땅끝마을 해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정은은 겨울이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교 시절부터 7년째다.
이정은은 5일까지 몸을 집중적으로 만든 뒤12일에 태국으로 건너가 2~3주간 샷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2월 6일 호주에서 개막하는 빅오픈부터 2020시즌을 시작한다.
매일 어두컴컴한 오전 5시 40분에 일어나 6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언덕과 계단 등을 뛰어오르며 근력 강화와 스피드 훈련을 하고 있다. 아침 식사 후 9시부터는 인근 연습장에서 골프 스윙을 다듬고, 오후 2시부터 5시 40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다. 일주일에 6일을 이런 식으로 한다. 특히 무게를 점점 늘려 최고 90~95kg까지 스쾃 무게를 늘리는 게 목표다. 지난해에는 85kg까지 들었다.
|
이렇게 체력 훈련에 공들이는 이유는 뭘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스윙을 할 수가 없어요. 미국에 진출하고선 더욱 실감했죠. 올해도 하반기에 2~3승 정도 더 할 수 있었는데 체력 관리를 못 해 치고 올라가지 못했어요. 겨울에 몸을 만들어 놔야 부상 위험도 작고, 정신력도 강해지고요."
이정은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신인상과 함께 상금 랭킹 3위(205만2000달러)에 올랐다. 성적보다 더 큰 소득은 골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정은은 "레슨 프로를 하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주변 권유로 골프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는 국내 시절 인터뷰 때도 "돈을 벌려고 골프를 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생계형 골퍼'였다.
이정은은 "골프는 재미와는 관계없는 직업이었는데 미 LPGA 투어에서 뛰면서 골프 자체를 더 즐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매니저랑 틈틈이 구경도 다니는데, 캐나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정은의 체력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정상욱(53) 코치는 "정은이는 왼쪽 코어 근육이 약하고 어깨 근육이 안으로 말린 '라운드 숄더'라 무리하면 자칫 부상 위험이 있다"며 "몸의 좌우 균형을 맞추면서 어깨와 등 근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정은은 지난달 초 친구 34명을 초대해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이정은은 "지금까지 어떤 상을 받아도 축하를 해 본 적이 없는데 미국에서 US여자오픈 우승 후 축하 파티를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했다"며 "골프 시작 후 가장 재밌게 지낸 겨울이었다. 올해도 작은 파티를 하고 싶다. 성적에 민감한 게 선수의 숙명이지만 이런 작은 여유를 느끼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정은은 올해 LPGA 투어 2년 차를 맞는다. "첫해보다 성숙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1년 전엔 미국 진출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뚜렷한 목표가 없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목표가 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땄으면 좋겠고, US여자오픈 타이틀 방어를 비롯해 3승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도 섣달 그믐도 평상시처럼 땀을 흘렸다. "1일에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근처 산에서 새해 첫 해를 보면서 제 목표를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겼어요." 쥐띠 이정은이 맞는 2020년 쥐의 해는 어떤 모습일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