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솔하임컵 당시 수잔 페테르센이 우승 직후 아들 헤르만을 안고 뽀뽀하고 있는 모습./트리스탄 존스(LPGA 홈페이지) |
지난 9월 은퇴한 수잔 페테르센(38·노르웨이)이 어린 아들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11일(한국 시각)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A letter to my son)’라는 제목으로 이를 공개했다. 미국 골프채널 등도 이를 소개했고, 편지를 읽어본 많은 팬들이 감동했다.
편지는 페테르센이 지난해 태어난 아들 헤르만에게 보내는 것이다. 내용은 아들을 가진 후 일어난 일상과 생각의 변화, 그리고 올해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 기간 자신이 얻은 교훈 등을 적은 것이다.
여자 골퍼와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균형을 유지하는 어려움과 자신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LPGA 투어도 이날 전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편지를 읽어볼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테르센은 지난 달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솔하임컵 최종일 당시 마지막 18번 홀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버디를 성공해 유럽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 후 은퇴를 선언했다. 페테르센은 "완벽한 마무리다. 나의 프로 선수 인생을 이보다 더 좋게 끝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페테르센은 LPGA 투어에서 메이저 2승을 포함해 통산 15승을 거뒀고,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도 7승을 거뒀다. 세계 랭킹은 2위까지 올랐다.
다음은 페테르센이 아들에게 쓴 편지의 전체 내용이다.
사랑스러운 헤르만에게.
나의 소중한 선물! 너는 아직 어려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 못할 거야. 엄마가 프로 골퍼로서 마지막으로 참가한 그 일주일 동안 너는 아빠와 나와 함께 있었지. 우리는 2019년 9월 솔하임컵에 참가하느라 스코틀랜드의 글렌이글스에 있었단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마. 먼저 네가 알아야 될 게 있어. 엄마는 너의 옷을 개거나 가족을 위해 저녁을 만드는 전업 주부로 살기 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에서 20년간 활동했었단다. LPGA 투어에서는 메이저 우승 2회를 포함해 15승을 거뒀고, LET 대회에서도 7승을 거뒀지.
엄마는 전 세계에서 꾸준히 상위 10위 안에 드는 여성 골퍼였지. 2위에도 여러 차례 올랐단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까지는 감내해야 할 것도 많았어.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투어 생활은 개인적인 삶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때론 분리할 수 없었단다. 엄마의 정체성은 직업과 연결돼 있었어.
내가 어떻게 플레이를 하고, 어떻게 연습 시간을 보냈고, 얼마나 많은 퍼트를 성공하거나 실수하느냐에 따라 엄마의 기분이나 우선 순위, 주위 사람과의 관계, 대부분의 결정 등이 영향을 받았지. 어느 정도 이기적이기도 했어. 그건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누군가 또는 어떤 일이 내 시간에 방해가 된다고 느껴지면 "아니오"라고 쉽게 말하곤 했지. 그게 엄마의 직업이었고, 난 세계 최고의 골퍼 중 한 명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단다.
엄마는 골프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걸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단다. 나의 승리는 헌신, 인내, 희생, 열정,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을 하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주었지. 뿐만 아니라 운동 선수로서의 성공은 돈도 풍족하게 벌게 해주면서 내가 꿈꿔왔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길을 열어주었단다.
너는 첫 숨을 쉬기도 전에 엄마에게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어. 예를 들면 인내와 삶을 바라보는 관점, 직업 윤리와 균형잡힌 행동, 그리고 모든 워킹맘들이 매일 하는 희생과 이타적인 선택 등에 관한 거였지.
엄마와 아빠가 너를 임신한지 4주가 됐다고 알게 된 건 2017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이었어.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 엄마, 아빠는 너를 너무 원해서 주사를 맞아가면서 체외 수정 치료를 받았거든.
솔하임컵 당시 유럽 응원단의 모습./가베 룩스_LPGA |
나의 계획(엄마는 항상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었어)은 임신에 잘 대처하는 거였지. 아마 2018년 5월 말이었을 거야. 몸이 평소와 조금 달랐어. 다른 때처럼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1월에 올랜도에 갔었지. 그런데 엄청 피곤하더구나.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잠을 잤어. 한낮에도 2시간 정도 잤는데 그런 건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니었지. 같은 집에 머물고 있던 친구들이 들어올 때마다 자고 있거나 소파에 있었는데 친구들이 엄마를 매일 소파에서 뒹굴뒹굴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도 했단다.
그 후 LPGA 투어의 시즌 초 일정인 아시안 스윙에 참가하기 위해 태국으로 가야 했는데 그 일주일 전에 임신 증세를 겪기 시작했어.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았지. 완전히 놀라서 미친 듯이 차를 몰고 아놀드 파머 병원 응급실에 갔단다. 의사들이 진찰을 하더니 별 이상은 없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어. 엄마는 임신 과정에 대해서 약간 평화로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3일을 보내는 건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
병원에서 퇴원하자 오슬로 집으로 날아가 의사를 찾아갔지. 난 겁에 질려 있었어. 널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평소와 다르게 더 오래, 더 열심히 운동할 수 없었거든.
간호사가 초음파 검사를 한 후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말하더구나. 그러면서도 엄마가 플로리다에서 겪은 증세를 봤을 때 더 이상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고 말했어.
그런데 엄마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고 "내일 태국으로 갈 예정이에요"라고 말한 거야. 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위험을 무릅 쓰고 갈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답했지.
그래서 엄마는 얼른 생각해 본 뒤 말했어. "좋아요. 애리조나에서 파운더스컵이 열릴 때까지 여기에 있죠. 그런 후 투어를 뛰러 갈게요."
의사가 말했어. "제 말을 듣고나 있는 거예요? 당신은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요. 태국이나 애리조나, 잉글랜드, 모두 안 돼요."
엄마는 결국 오슬로에서 꼼짝 못하고 있었지.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건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일이었어.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돌봐주고 있었지만 첫달에는 무기력하게 보냈어. 매 순간 뭔가 일이 잘못 되고 있다는 생각했지. 하지만 의사들은 항상 나를 진정시키고 괜찮다고 말해줬어. 임신 4개월째가 됐을 때 다시 비행기를 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LPGA 투어에 합류하기에는 너무 늦었더구나.
엄마는 의사인 삼촌의 말을 기억해. "네 인생에서 9개월은 어떤 의미일까?" 엄마는 그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라고 이해했어.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추고, 가만히 있고,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 일년을 푹 쉬어야 한다는 게 분명해지자 모든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더구나.
20년 동안 골프를 하면서 쌓인 편협한 거품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을 때, 골프가 엄마를 지치게 했어. 일단 스위치를 끄자 별 거 아니더구나. 처음으로 골프를 치지도 않고, 보지도 않고, 생각하지 않았지. 몇 차례 부상을 입었을 때도 엄마의 머리는 컴백을 위한 계획 등을 짜곤 했었어. 하지만 이건 달랐어. 완전한 휴식, 그 자체였고, 너무 편했단다. 처음으로 머리도 정상으로 돌아왔지.
그런 후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의 머리는 다시 바뀌었지. 사람들이 그러더구나. 부모가 되면 모든 게 바뀌는 거라고 말야. 엄마는 그게 몇 주 혹은 몇 달, 몇 년이 걸릴 거라고 짐작했어. 하지만 엄마 생각이 틀렸더구나. 그건 한 순간이었어. 네가 처음으로 숨을 쉰 그 순간,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지.
아빠와 함께 있으면서 너를 안고 있을 때 엄마는 스스로에게 물었어. "또 다른 삶으로 돌아갈 이유가 있을까? 너를 놔두고 골프에서 이뤄야 할 뭔가가 있을까? 또 다른 메이저 우승이 너와 내 삶에 어떤 큰 차이를 만들까? 솔하임컵에 또 참가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엄마는 오랫동안 경쟁을 하면서 ‘자아의 거품’ 속에서 살아왔지. 모든 게 나와 내 게임에 집중돼 있는 작은 세계였지. 그 거품이 꺼지자 그걸 다시 부풀리고 싶다는 확신이 서질 않더구나. 너와 아빠에 대한 내 마음, 인내, 사랑을 시험하고 싶지 않았어.
아이가 삶을 변화시킨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뭐가 달라지냐?"고 묻는단다. 현실적인 답이 있지. 여행은 복잡해지고, 스케줄은 나와 상관 없어지지, 또 다른 인간의 삶이 부모에게 달려 있지.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근본적인 변화에 비하면 부차적인 거야. 변화 그 자체가 중요하고 현실이야. 진실은 이거야. 일단 부모가 되면 개인적인 삶은 없어진다는 거야.
골프채를 다시 잡기 전까지 몇 달 동안 너와 함께 집에 있었어. 그런데 2019년 7월 중순에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단다. 엄마는 참가 준비를 해야 했어. 다우는 엄마의 오랜 스폰서 중 하나이고, 골프를 못 쳐서 당황하고 싶지는 않았어.
일단 준비를 시작하자 엄마는 연습에 매달렸어.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가 너를 돌봤단다. 다행히 훌륭한 보모도 얻을 수 있었고 말야. 너도 그런 거에 익숙했고, 편안하고 행복했지.
그런데 처음에는 여전히 힘들었어. 너에게서 멀어질까봐 걱정했지. 그래서 준비에 전념하는 시간이 예전과 달라졌어. 좀더 집중하고 강렬하게 했던 거야. 연습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질적인 수준은 10배나 높았단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연습하던 걸 2시간이면 해냈을 정도였어.
갑자기 골프가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어. 내 생애 처음으로 골프를 즐기게 됐어. 내 기대가 미친듯이 높지 않았고, 스스로도 혹사시키지 않았거든.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은 팀 경기였는데 나의 친구인 카트리오나 ‘비니’ 매튜와 첫날을 마친 뒤 "정말 재미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리고, 골프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했던 마지막 순간이 언제였는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지.
대회가 끝난 후 비니(매튜)와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그리고 캐롤라인 헤드월은 엄마에게 "솔하임컵 준비를 위해서 계속 대회에 나오라"고 하더구나. 엄마는 그들에게 미쳤다고 했지. 하지만 안나는 "네가 연습을 하면서 계속 시합에 나온다면 우리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더구나.
엄마는 확신이 서지 않았어. 비니에게 말했지. "에비앙 챔피언십은 바로 다음주인데 거기에 나가지 않아. 여자 브리티시 오픈도 다가오고 있는데 대회 참가 신청도 벌써 끝났어." 설사 엄마가 단장 추천 선수로 뽑힌다고 하더라도 처음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는 스코티시 오픈이었어. 그런데도 비니는 진지했어. 결국 엄마는 여름 스케줄을 다시 조정했어. 아빠에게는 "만약 솔하임컵에 출전하게 된다면 몇몇 대회에 참가할 필요가 있어. 캐나다나 포틀랜드 대회에 나갈지도 몰라"라고 말했지.
아빠는 "둘 다 나가야 해. 일단 캐나다에 가면 포틀랜드로 넘어가기만 하면 되잖아"라고 했지. 엄마는 "헤르만과 2주 동안 떨어져 있지 않을 거야. 그럴 만한 가치가 없어"라고 했어.
하지만 아빠가 옳다는 걸 알았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대회 현장에 도착했지만 너를 떠나야 했던 엄마의 마음은 아팠단다. 포틀랜드 시내에 있는 멋진 호텔에 묵고 있었지만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너 혼자서만? 정말?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 없다면 아무 의미도 없어"라는 생각만 들더구나.
솔하임컵 우승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유럽팀의 모습. 뒤쪽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수잔 페테르센이다./가베 룩스_LPGA |
솔하임컵 주간에 너와 네 아빠는 스코틀랜드에 왔어. 덕분에 모든 일을 하면서도 너를 항상 볼 수 있었지. 잠시 동안 방에 와서 너와 놀 수 있었어. 널 안아주고, 흔들어주고, 밥 먹여주면서 말야. 너 역시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엄마는 네 볼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단다.
그 순간 또 다른 걸 깨우치게 됐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의 희생을 안다는 걸 몰랐어. 엄마들이 어떻게 하는지 몰랐고, 수백만의 워킹맘들이 있는데 나는 그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는지 몰랐지.
투어 맘들은 확실히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투어를 다니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어. 비니는 2명의 아이와 함께 다녔고, 줄리 잉크스터도 그랬단다. 너 하나만 데리고 경험했던 엄마로서는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없지. 물론 LPGA의 아동 개발 센터는 환상적이지.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여정에서 그건 아주 작은 부분이야. 엄마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가능한 자주, 그리고 큰 소리로 워킹맘을 칭송하는 노래를 불러야 해.
엄마는 스스로 솔하임컵에 단장 추천 선수로 뽑히는 게 논란이 있다고 생각했어. 2년 동안 대회에 나간 적도 별로 없었거든. 그래서 그런 정서를 이해했지. 하지만 팀 매치는 72홀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지. 대부분의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경쟁자들을 그렇게 가까이서 보지 못하거든.
금요일 매치 첫 번째 날에 엄마는 아너 판 담과 같이 플레이를 했어. 그녀는 내가 본 가장 다이내믹한 젊은 선수였단다. 분명히 내가 함께 친 최고의 장타자였어. 우리는 서로 상의하면서 경기를 했어. 내가 플레이를 잘 하지 못한다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에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우리는 완벽한 호흡을 과시하면서 이겼단다.
토요일이 되자 내 게임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조금 편안한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일요일의 싱글 매치 때는 예전의 실력을 회복했지. 엄마는 마리나 알렉스와 맞붙었어. 그녀는 솔하임컵에 처음 출전했지만 훌륭한 선수이자 베테랑이었지. 우리는 17번 홀까지 엎치락뒤치락 했고, 한 홀을 남기고 동률을 이뤘지.
우리는 둘 다 마지막 그린을 향해 완벽한 웨지를 샷을 날렸단다. 내 공은 백스핀이 걸리면서 홀 아래쪽에서 멈췄어. 반면 마리나는 공이 좀 더 굴러서 홀 위쪽에 멈추는 바람에 조금 까다로운 내리막 퍼트를 남겨두고 됐어. 그 순간 엄마는 우리의 매치가 3일 동안 경기의 모든 결과를 결정한다는 걸 몰랐단다. 엄마 뒤 조에서 플레이를 하던 브론테 로가 마리나와 엄마가 퍼트를 하기 바로 직전 게임을 이겼었지. 마리나는 퍼팅을 잘 했지만 공은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갔고, 엄마가 1.8m의 퍼팅을 성공해 이겼단다.
솔하임컵에는 그랜드 스탠드 등 모든 마케팅 도구에 사용되는 하나의 문구가 있단다. 그게 뭐냐면 "모든 건 바로 이 순간으로 이어진다"야. 골프에서는 완벽한 퍼팅을 했더라도 마지막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공이 홀 속으로 사라지고, 그린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팬들이 함성을 지른 그 순간 엄마는 내 골프 경력의 완벽한 요약이라는 걸 알았단다. 모든 건 그 순간으로 이어진거야. 나의 가족도 그곳에 있었고 말야. 넌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나중에 비디오 화면으로 볼 거라고 확신해.
네가 비디오를 통해 볼 수 없는 건 엄마가 느꼈던 안도감일 거야. 나는 그 순간 "만약?"이라고 스스로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어. 내가 다시 예전처럼 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됐지. 엄마는 모든 것에 대해 대답을 했던 거야. 그건 상상할 수도 없었던 동화 같은 엔딩이었어.
관객들과 팀 동료들이 18번 홀 그린으로 달려들었고, 기쁨에 취했어. 그 혼잡한 상황에서 너와 네 아빠를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단다. 아빠의 팔에 안긴 너를 봤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 "바로 이거야. 아무 것도 이걸 능가하진 못해." 엄마는 위대한 팀, 위대한 단장, 위대한 시합,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결과까지 모든 걸 가졌지. 바로 여자 골프에서 역사적인 그 일주일동안 말야. 엄마는 네가 그곳에 있어서 너무 황홀했어. 비록 네가 기억을 하지 못하더라도 너와 함께 한다는 건 엄마가 영원히 간직할 소중한 것이지. 엄마와 골퍼로서의 책임을 조화롭게 하는 게 필요했어.
그래서 엄마는 그 자리에서 프로 골퍼로서의 삶을 은퇴한다고 선언했지. 여러 반응이 왔는데 처음 엄마를 강타한 건 일요일 밤이었어. 우리는 팀 룸으로 돌아와서 축하 만찬과 성대한 파티를 했지. 밤 11시쯤 네가 잘 있나 확인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어. 나는 글렌이글스 호텔의 어두운 방에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너의 숨소리를 들었지. 휴대폰에는 전 세계에서 보내준 감사 메시지가 가득했어. LPGA 선수들, 스태프들, 유럽과 미국 선수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고, 메시지는 계속 들어오고 있었지.
나는 엄마로서 더 감정적이 됐단다. 분위기에 압도됐지. 마치 몇 년 동안 울지 않았던 것처럼 울었어. 골퍼로서 처음으로 완벽하게 만족했고, 평화로운 순간이었지.
엄마는 이 이야기를 통해 네가 우리 가족을 좀더 잘 이해하길 바랄거야.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규율과 결단력의 가치를 아는 데 도움이 되기도 원하고 말야.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를 거야. 때로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지. 엄마가 골프에서 그랬듯이 네가 무엇을 하든 열정을 찾길 원해. 그건 마음 속 깊이 스며든 사랑이야. 그리고 솔하임컵의 믿을 수 없는 일주일에 담긴 이 스토리를 알았으면 해. 그곳에는 삶의 모든 걸 위한 시간이 있었단다. 그 일요일은 내가 골프에서 물러나 아내와 엄마가 되는 시간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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