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선수 출신 아버지 안재형과 개막 앞두고 기분전환 대결
"라운드 시작되니 공이 홀에 쏙쏙"
임성재 4언더파, 최경주 3언더파
안병훈이 17일 제주도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투어 CJ컵 1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하는 모습. 안병훈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잡아 단독 선두(8언더파 64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JNA GOLF |
이 대회에 출전한 안병훈(28)과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 안재형(54)씨가 탁구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제대로 된 탁구 라켓으로 치는데, 아버지는 작은 나무 밥주걱을 들고 쳤다. 먼저 11점을 올리면 이기는 방식으로 1세트 경기를 했는데 아들이 여유 있게 이겼다. 안재형씨가 대단한 탁구 선수 출신(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이 아니었다면 공을 맞히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밥주걱이 조금만 컸어도 상대가 안 되는데…"라고 하는 아버지 앞에서 아들은 두 팔을 치켜들고 환호성을 올렸다. 안병훈은 한국과 중국의 '핑퐁 커플'인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이다. 원래 왼손잡이인 안병훈은 탁구는 왼손으로 치고, 골프는 오른손으로 친다.
팬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설정 동영상'이었지만, 안병훈이 기분을 전환하는 효과는 확실했던 것 같다. 요즘 샷이 안 맞아 고민이라던 안병훈은 CJ컵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8언더파 64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는 "경기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을 풀 때까지도 샷이 안 돼 걱정이었는데 막상 라운드가 시작되니 공이 홀을 찾아다녀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4개를 잡아냈고, 후반에도 11~13번 3연속 버디를 몰아쳤다. 그리고 16번홀(파4)에서 약 4m 거리 버디를 떨어뜨리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안병훈은 PGA 투어에서는 우승이 없고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2015년 우승한 경력이 있다. PGA 투어에서는 2016년 5월 취리히 클래식, 2018년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7월 RBC 캐나다오픈에서 준우승만 세 번 했다.
이날 1라운드는 경기 내내 바람이 불지 않는 온화한 날씨여서 스코어 줄이기 경쟁이 벌어졌다. 칠레의 신예 호아킨 니만(21)이 7언더파로 1타 차 2위에 올랐다. 칠레 출신 첫 PGA 투어 선수인 니만은 지난달 PGA 투어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투어 첫 승을 올렸다. 제이슨 데이(호주)가 3위(6언더파)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안병훈을 포함해 1라운드에서 10위 이내에 4명이 이름을 올려 3회째를 맞은 이 대회 첫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황중곤이 공동 4위(5언더파), 임성재와 이수민이 공동 9위(4언더파)에 올랐다. 교포 선수 대니 리(뉴질랜드)는 공동 4위(5언더파)였다. 베테랑 최경주를 비롯해 김시우, 이경훈이 나란히 공동 15위(3언더파)를 달렸다. 한국 선수의 CJ컵 최고 성적은 2017년 김민휘(27)의 4위다.
이 대회 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공동 9위(4언더파), 지난해 챔피언 브룩스 켑카(미국)는 공동 15위(3언더파)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필 미켈슨과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는 나란히 공동 29위(2언더파)였다.
티잉 구역을 작년보다 39야드 후방으로 배치해 495야드로 조성한 6번홀(파4)은 이날 가장 어렵게 플레이됐다. 최고 장타자 중 한 명인 켑카도 티샷 지점부터 300야드 지점에 놓인 페어웨이 중앙의 돼지코 벙커(2개의 벙커 모양이 돼지코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칭) 중 왼쪽에 티샷을 빠트려 보기를 했다. 이날 버디는 4개, 파 40개, 보기 30개, 더블보기 이상 4개가 나오면서 홀 평균 타수가 4.495타였다. 지난해 대회 이 홀 평균 스코어는 3.974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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