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랭킹 1위이자 골든슬램(커리어그랜드슬램+올림픽 금)을 이룬 유일한 선수인 박인비(31)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에 대해 "지금 흠잡을 데가 없다. 다른 선수들은 함께 쳐 보면 '샷이 흔들릴 수 있겠다' '퍼팅이 안 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 고진영은 그런 게 없다. 거리도 뒤지지 않는다. 여러분은 한국 여자골프의 새 역사를 보고 계시는 것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고진영이 "어~ 언니가 왜 이러시죠. 언니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박인비와 고진영은 9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개막 하루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박인비와 고진영, 최혜진(20), 조정민(25) 등 4명이 참가했다. 2주 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메이저 시즌 2승)에 이어 지난주 브리티시여자오픈 3위에 오른 고진영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8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들. 왼쪽부터 조정민, 고진영, 박인비, 최혜진. /뉴시스 |
고진영은 '기술적으로 샷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 성적이 달라진 것 같다'는 질문에 "기술적으로 달라지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티가 안 나나 봐요"라며 웃었다. 기자회견 후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더 물어보니 노력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
"지난해 LPGA투어 신인상은 받았지만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마지막 대회(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때 새 쇼트게임 코치에게 경기를 보고 문제점을 고쳐달라고 했죠. 당시 경기력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잘 배울 수 있었던 같아요. 대회 후 다음 날부터 3주 정도 훈련했고, 잠시 한국에서 쉰 다음 또 동계훈련을 했어요."
고진영은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는 등 2승을 거두고 난 뒤 잠시 주춤하자 7월 2개 대회를 쉬고 미국에서 '극한 훈련'을 자청했다. "코치님(이시우)께 와 달라고 부탁해서 5일 정도 함께 훈련하고 혼자 1주일 더 머물렀어요. 오전 5시 반에 나와서 햄버거 하나 먹고 해 질 무렵까지(오후 8~9시) 하루 1000개 이상 공을 친 적도 있습니다. 손톱이 다 부러지고, 손가락 관절이 펴지지 않았고, 또 공을 보면 토할 것 같았어요."
골프 꿈나무에게 원포인트 레슨 -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이 제주도에 떴다. 고진영(왼쪽)이 8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원포인트 레슨에서 골프 꿈나무의 스윙을 지도하는 모습. 그는 9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연합뉴스 |
한국 선수들은 지나친 훈련으로 '번아웃 신드롬(탈진증후군)'에 취약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괜찮았을까?
"내가 원해서 하는 건데요? 힘든 훈련을 할 때 오초아나 소렌스탐 같은 선수들 모습이 어른거려요. 정말 멋진 선수가 되고 싶어요. 골프 로봇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를 줄이려 노력하는 겁니다."
고진영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59야드로 지난해보다 6야드 이상 늘었다. 그린 적중률은 지난해에 이어 1위인 77%에서 80%로 더 높아졌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지난해 23위(1.78개)에서 4위(1.75개)로 올랐다. 이런 성적을 바탕 삼아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LPGA투어 올해의 선수, 상금, 최저타수 등 전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유럽 대회를 치르고 온 박인비, 고진영, 최혜진은 이날 회견에서 "컷 통과가 목표"라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렸다. 이들은 시차 적응할 겨를 없이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컷 통과만 하려고 출전한 것이라고 생각할 팬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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