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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선수들 체력 한계 절감… 내셔널 타이틀 대회선 ‘걷는 플레이’ 원칙

강민구배 제43회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 첫날 참가 선수들이 직접 카트를 끌고 경기를 치르고 있다./신현종 기자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의 요람인 강민구배 제43회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가 막을 올린 25일 유성컨트리클럽. 1번홀로 내려가는 길목에 최근 우승자들의 얼굴이 담긴 깃발이 나부꼈다. 2005년 신지애, 2006년 김세영, 2012년 김효주, 2013년 고진영, 2015년 최혜진 등 국내와 미국과 일본 무대를 주름잡는 화려한 면모들이다. 이 대회는 1976년 창설돼 2000년부터는 유성컨트리클럽에서 줄곧 열리고 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속에 열린 이날 경기는 한 눈에도 플레이 장면이 크게 바뀐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수들은 골프백을 얹은 수동 카트나 전동 카트를 손으로 끌고 다니거나 골프백을 어깨에 메고 경기했다. 18홀을 걸으며 경기하는 게 기본이 된 것이다.

캐디도 없었다. 혼자서 코스 공략을 결정하고 그린을 읽으며 플레이했다. 이런 모습을 보던 한 전문가는 "혁명적인 변화"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대부분 국내 아마추어 대회는 주말 골퍼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경기했다. 네 명이 한 조로 전동 카트를 타고 다녔다. 조마다 한 명씩 클럽하우스 캐디가 배치돼 조언을 해주고 클럽을 건네주었다. 전동카트가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이 같은 관행이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엔 직접 카트를 끌고 경기하거나 캐디가 두 명의 백을 카트에 끌고 다니며 경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선수들은 ‘노(NO) 캐디, 노(NO) 카트’ 원칙에 따라 경기했다. 가파른 코스를 걸어 올라갈 땐 선수들 입에서 "에고 힘들어~"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현장에서 경기를 보던 한동엽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연구 교수는 "셀프백에 적극 찬성이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16~17세 때가 생리적으로 최고 피크일 때다. 이때 체력을 키워야 한다"며 "그래야 프로가 됐을 때 여유가 있다. 기술은 나중에 경험과 연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선수들이 일찍 은퇴하는 조로 현상도 주니어 시절 체력을 키우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1라운드 결과는 어땠을까? 평균 타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평균 74.1타에서 올해 74.3타로 0.2타 늘어났다. 중학교 1학년인 이정현(운천중)이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고등학교와 대학교 언니들을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랐다.

지나치게 경기 시간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했던 플레이 시간은 작년 5시간 13분에서 올해는 5시간25분으로 12분 늘었을 뿐이다.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늦었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전동 카트를 끄는 선수가 수동 카트나 골프백을 메는 것에 비해 다소 체력적으로 유리하다는 형평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지난해 US여자아마추어에서 준우승했던 전지원은 이날 골프백을 메고 경기했다. 그는 “외국 주요 대회는 노 캐디, 노 카트가 기본이다”고 했다./신현종 기자
지난해 US여자아마추어에서 준우승했던 전지원(22·앨라바마대학)은 이날 골프백을 메고 경기했다. 그는 세계랭킹 6위로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순위가 가장 높다.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나온 그는 고등학교는 호주에서, 대학교는 미국에서 다녔다. "호주와 미국 모두 주요 대회는 모두 노 캐디, 노 카트가 기본이다"며 "한국에서 경험하지 않았던 거여서 처음엔 두려웠는데 적응이 되니까 체력도 좋아지고 코스에서 독립심이 생기더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한국골프는 지난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렸던 세계아마추어팀선수권에서 한계를 절감했다. 남자는 72개 출전국 가운데 23위에 그쳤고, 여자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했다. 2016년 대회에서 여자는 우승하고 남자는 13위였다.

당시 현장에 갔던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성적보다 더 심각하게 느낀 것은 체력 차이였다"고 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도 2006년과 2010년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 4개의 금메달을 모두 석권했지만 2014년엔 여자 개인전 금 하나에 그쳤다. 그리고 2018년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세계아마추어 대회는 ‘노 캐디, 노 카트’가 원칙이다. 대회 초반만 해도 상위권에서 경쟁하던 한국 선수들은 막바지로 갈수록 체력저하를 드러내며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세계골프의 흐름은 급격히 ‘선체력, 후기술’의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수퍼맨’ 브룩스 켑카(29·미국)가 이런 흐름의 상징적 존재다. 메이저 대회 경기 당일에도 그는 하루 1시간반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경기에 나선다.

허광수 대한골프협회 회장은 "올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여자아마추어와 한국주니어, 한국아마추어 선수권부터 이 같은 ‘노 캐디, 노 카트’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한국 골프의 기본 패러다임을 지금부터라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대전=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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