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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배 제43회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 첫날 한 참가 선수가 수동 카트를 밀면서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다./신현종 기자

국내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서는 대부분 전동 카트를 타고 경기를 한다. 여기에 골프장 소속의 하우스 캐디 1명이 4명의 선수들을 담당한다. 선수들은 카트를 타니 체력적인 부담이 덜하고, 캐디를 통해 거리나 퍼트 라인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25일 대전 유성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제43회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는 ‘노 캐디, 노 카트’ 원칙에 따라 선수들이 캐디 없이 직접 카트를 끌거나 메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가 국내 주니어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세계 골프 흐름도 ‘선 체력, 후 기술’이 대세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참가 선수들은 캐디가 없기 때문에 남은 거리를 재는 것부터 클럽 선택까지 스스로 해야 했다./신현종 기자

평소와 다른 대회 방식에 선수들은 어땠을까. 아마추어 국가대표인 홍정민(17·대전여방통고2)은 "국가대표 합숙 때면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백을 메고 라운드를 돈다"며 "평소 했던 방식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역시 아마추어 국가대표인 김재희(18·인천금융고3)는 "평소 퍼팅 라인을 잘 못 보는 편인데 캐디 도움을 못 받으니 그런 부분에서 힘들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보통 한 달에 보름 가량 있는 합숙 훈련 때 혼자서 백을 메고 9홀 또는 18홀 라운드를 한다. 2005년 US여자오픈을 제패했던 김주연(38) 여자국가대표팀 코치는 "국내 선수들의 경우 프로 전향 후 기술보다는 체력 문제가 대두된다"며 "혼자 백을 메고 경기를 하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는 게 많아진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다 보면 트러블 샷 능력도 향상되고, 자신의 플레이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가대표가 아닌 일반 선수들은 어땠을까. 방신실(15·비봉중3)은 "전동 카트이긴 했지만 캐디 없이 처음으로 경기를 치른 데다 더운 날씨에 걸으니 힘들었다"며 "하지만 분위기에는 금방 적응했고, 할 만했다"고 말했다. 

수동 카트를 끈 정세빈(19·원주영서고3)은 "오르막을 올라갈 때는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제 능력을 시험해보는 느낌이었다. 힘들긴 해도 가끔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모든 걸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노 캐디 라운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골프 실력뿐 아니라 평소 룰에 대한 공부도 필요한 듯보였다. 이날 공을 나무 사이로 보낸 A 선수는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려고 했으나 처리 방법을 잘 몰라 레프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A 선수는 경기 후 "평소 같으면 캐디의 도움을 받으면 됐지만 오늘은 우리들끼리 해야 해서 살짝 당황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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