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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US오픈서 '펄펄'… 어려울수록 강한 한국女골프

'핫식스' 이정은은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인 10번째 우승자가 됐다.

1998년 박세리가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2년 동안 절반 가까운 10차례나 한국 여자 골퍼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 선수(51명) 다음으로 많다.

이 범위를 '세리 키즈' 박인비(31)가 2008년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것부터 따지면 더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온다. 12년간 한국 선수 8명이 US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67%의 비율이다. 세계 무대를 석권하는 한국 양궁에 버금가는 쾌거다. 프로 스포츠 개인 종목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우선 미국 언론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US코리아오픈'이라는 말부터 풀어보자. 2000년대 초반 한국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대거 진출해 US여자오픈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한국 선수가 40여 명에 이르고 우승을 차지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자 이런 말이 나왔다. '이름은 US오픈이지만 사실상 코리아오픈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올해 US여자오픈에는 한국 선수 21명이 출전했다. 13%의 비율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연간 30개 안팎의 대회를 열면서 미국 진출 선수가 줄었다. 하지만 그 스물한 명 중에는 세계 1위 고진영을 비롯해 20위 이내 9명(10위 이내 4명)이 포함돼 있다. 이번 우승자인 이정은은 대회 시작 전 세계 랭킹이 17위였다. 양과 질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유독 US여자오픈에서 강한 이유는 따로 있다. 나머지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위민스 PGA 챔피언십 7회,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6회, ANA 인스퍼레이션 5회, 에비앙 챔피언십 2회 정상에 올랐다.

2011년 우승하고 올해는 공동 2위를 차지한 유소연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뛰는 선수들은 1998년 박세리 언니가 '맨발 투혼'으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세리 언니처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한국 여자 골퍼들에게 US여자오픈이 성지(聖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이다.

두 차례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박인비는 "한국 선수들은 1년 스케줄을 US여자오픈에 맞춰 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이 대회에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한국 선수들 우승이 늘어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여자 골프 대회인 US여자오픈은 여자 대회 중 코스 세팅이 가장 까다롭다. 대회를 주관하는 US GA는 '14개의 클럽을 모두 잘 사용하는 선수가 우승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코스는 길고, 페어웨이는 좁고, 러프는 깊고, 그린은 단단하고 빠르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코스에서 잘하기 위해선 약점이 없어야 한다. 장타를 쳐도 방향이 좋지 않으면 러프를 헤매게 된다. 똑바로만 쳐서는 긴 코스에서 투온이 버겁다. 단단하고 빠른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선 섬세한 쇼트게임과 퍼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흘간 이런 '지옥 코스'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과 집중력이 뛰어나야 한다. 주니어 시절부터 난코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한국 선수들에게 잘 어울리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잔디도 다르고 분위기도 낯선 미국 코스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초청 선수로 참가했던 유소연(2011년)과 전인지(2015년)가 우승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임경빈 골프 아카데미 원장의 설명이다.

또 LPGA 투어 루키인 박성현(2017년)과 이정은(2019년)이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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