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2연패(連覇)는 못 이뤄냈지만, 박성현(26)은 마지막 홀 버디를 터뜨리며 승부를 1타 차이로 팽팽하게 끌고 간 멋진 추격자였다.
2006년 카리 웹 이후 호주 선수로는 13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해나 그린(23)도 멋진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세계 랭킹 114위 선수가 데뷔 2년 만에 첫 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뒀다. 그것도 4년 전 자신에게 골프 장학금을 줬던 '우상' 웹이 지켜보며 응원하는 가운데 이룬 승리였다.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6657야드)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85만달러). 이 골프장은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장소다.
박성현이 24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4라운드 17번홀에서 티샷한 뒤 공을 바라보는 모습. 박성현은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으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AP 연합뉴스 |
지난해 챔피언 박성현은 3라운드까지 그린에게 5타 뒤진 공동 5위였다. 하지만 이날 버디 5개, 보기 1개로 그린을 1타 차까지 추격하며 압박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이 압권이었다. 박성현은 6m 버디 퍼트를 성공하고 먼저 라운드를 마쳤다.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던 그린은 18번 홀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보내며 흔들렸다. 역전 분위기가 고조되자 팬들도 손에 땀을 쥐었다. 하지만 그린은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인 뒤 파를 지키며 1타 차 승부를 끝냈다. 그린은 "후반 들어 많이 떨렸다. 18번 홀 파퍼트를 성공해 너무 기뻤다. 그 홀에서 연장전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린은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9언더파 279타로 나흘간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상금 57만7500달러(약 6억7000만원)를 거머쥐었다. 호주 선수로는 얀 스티븐스, 웹에 이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자다. 박성현은 "아쉽지만 우승자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메이저 7승을 포함해 41승을 거둔 호주의 골프 영웅 웹은 이날 대회장을 찾아 그린을 응원했다. 웹은 매년 호주 주니어 선수들 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린은 2015년에 받았다. 웹은 "내가 경기를 하는 것보다 더 떨렸다"며 기뻐했다. 호주 출신 선수들과 호주 골프 투어에서 뛰는 그린의 남자친구가 호주 국기를 어깨에 두른 채 승리를 함께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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