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를 불태워 버리자."
한 달 전 마스터스의 감동이 여전한데 타이거 우즈(미국)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하자 실망한 팬들 사이에서 이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우즈는 2000만달러짜리 개인 요트 '프라이버시(PRIVACY)호'에 머물며 치른 2006년과 2018년 US 오픈에서 컷 탈락해 '프라이버시호 징크스'라는 농담까지 있는데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자 나온 소리였다.
제101회 PGA챔피언십 2라운드가 막을 내린 18일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스테이트파크 블랙코스(파70·7459야드). 우즈를 향한 팬들의 응원은 '무조건'이라는 점에서 종교적인 열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우즈는 2라운드에서 페어웨이에 공을 보낸 게 3번밖에 안 되고, 10번 홀부터 3홀 연속 보기를 범했다. '골프 황제'라는 평소 찬사가 민망할 정도로 부진했다. 그런데도 우즈가 스윙만 해도 "고! 타이거"란 함성이 터졌다. 극성 스포츠팬이 많은 뉴욕에서 대회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지난 4월 '마스터스의 기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기고 새로운 기대를 갖게 했는지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우즈가 스윙만 해도 “고! 타이거” 함성 - 마스터스 우승으로 역사적인 재기를 했던 타이거 우즈(가운데)가 PGA 챔피언십에선 컷 탈락 수모를 겪었다. 대회 2라운드 1번 홀에서 우즈가 러프 탈출을 시도하는 두 번째 샷을 날리고 공을 바라보는 모습. 갤러리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우즈 곁을 쫓아다녔다. /UPI 연합뉴스 |
우즈와 이틀 동안 함께 경기를 한 브룩스 켑카는 첫날 7언더파로 코스 레코드이자 PGA 챔피언십 최저타 타이 기록을 세웠고, 2라운드에선 5타를 더 줄여 메이저 대회 36홀 최저타 기록(12언더파)을 작성했다. 우즈는 첫날 2오버파, 이튿날 3오버파 합계 5오버파로 컷을 1타 차이로 통과하지 못했다. 36홀 플레이에 켑카와 우즈의 타수 차이가 17타나 됐다.
그런데도 팬들의 주인공은 여전히 우즈였다. 우즈가 2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당겨 쳐 공을 왼쪽 러프에 빠뜨리자 그 홀에 있던 팬들이 몰려들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우즈와 러프에 빠진 공을 담으려 했다.
현지에선 30여 일 만에 급전직하한 우즈의 경기력과 대조적으로 뜨거워지는 우즈 열기의 불일치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어느 때보다 우즈를 향한 사랑이 커지고 있다'며 '우즈가 그리스 신화 속 존재처럼 극적으로 부활했고, 사생활과 사회 성취도를 나누어 보는 미국 사회의 특징이 이런 현상의 바탕에 깔려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닷컴은 '우즈는 베스페이지 블랙에서 기억할 만한 어떤 경기력도 보이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우즈의 이번 대회 부진에 대해선 '어딘가 아픈 곳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즈는 경기 하루 전 돌연 연습 라운드를 취소했다. 마스터스 이후 한 달간 실전에 나오지 않은 것도 몸 상태가 허락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수술받은 허리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란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날씨가 쌀쌀한 데다 대회 코스도 티샷 거리와 정확성이 성적에 결정적인 베스페이지 블랙이어서 우즈가 기를 펴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작 우즈 본인은 너무 심각하게 볼 것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한 작은 일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면서도 "나는 마흔셋이고 마스터스에서 챔피언이 됐다"고 했다.
켑카는 3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으나 중간합계 12언더파 198타로 더스틴 존슨 등 2위 그룹을 7타 차이로 크게 앞섰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강성훈은 공동 12위(2언더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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