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 기자 |
"한국 골프 선수들의 실력은 아시아의 중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전통을 아끼고 골프의 기본 정신을 키워가는 부분은 아직 할 일이 많지요."
지난달 한국 골프의 요람인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에 당선된 이심(80·사진) ㈜주택문화사 회장은 활력이 넘쳤다. 그는 2010년부터 8년간 대한노인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합리적이면서도 뚝심 있는 추진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인물이다. 지역 경로당까지 전국 조직을 활성화하고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어 4만여명이 취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취임 후 매일 서울·한양CC(경기도 고양시 원당)에 출근한다. 무보수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골프의 뿌리부터 현재까지 재조명할 수 있는 공간이자 지역사회의 중심지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낡은 클럽하우스는 곧 세계 10대 골프 건축가와 한국 건축가의 협업으로 신축에 들어가고, 골프장 정문 근처에 골프박물관을 조성해 민망할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한국 골프의 사료들을 모아 전시할 계획이다.
이 골프장은 한국 최초의 컨트리클럽이었던 서울CC가 1964년 문을 연 한양CC의 주식을 100% 인수한 독특한 형태다. 역사적 배경이 있다. 서울 CC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있던 군자리 골프 코스에서 출발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던 이 골프장은 1950년 5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복원됐다. "미군들이 한국에 골프장이 없어 휴일이면 오키나와에서 골프를 즐긴다"는 얘기를 들은 이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해 결심했다고 한다. 한 달 만에 6·25전쟁으로 다시 잿더미가 됐던 군자리 골프장은 1954년 복원돼 서울CC가 운영을 맡았다. 1972년 "어린이들이 뛰어놀 곳이 필요하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자리를 내주고 한양CC 주식을 인수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이사장은 "대한골프협회도 여기에 있었고, 골프의 주요한 결정들이 모두 이 골프장에서 내려졌다. 박세리와 김미현이 한국여자오픈 타이틀을 놓고 혈투를 벌였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며 "굵직한 국내외 대회를 다시 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회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도 했다. 새로운 혁신 바람이 불고 회원들 카트비를 면제하자 회원권 가격이 1억원 가깝게 뛰어올랐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CC와 한양CC 회원들이 뜻을 모아 창립한 '서울·한양CC 착한 골프포럼'도 잘 가꿔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골프의 정신은 배려와 예의, 규칙 준수'라며 "외국인들이 한국에 가면 꼭 한번 치고 싶은 골프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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