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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전쟁 앞두고 '파3 콘테스트' 

"잭!" "잭!"

약간 구부정한 자세에 걸음이 불편해 보이는 잭 니클라우스(79·미국)와 게리 플레이어(84·남아공), 톰 왓슨(70·미국) 등 '골프 레전드 삼총사'가 걸어 들어오자 팬들이 기립박수와 함께 이름을 외쳤다. 가족과 함께 덩달아 박수를 보내던 어린이들이 "저 할아버지들 누구야"라고 속삭이듯 물었다.

시즌 첫 미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화창한 날씨 속에 이벤트 행사인 파3 콘테스트가 열렸다. 이 행사는 선수와 일일 캐디로 나선 선수 가족들이 대회를 앞두고 한바탕 웃고 떠드는 '명랑 운동회'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골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각별한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작고한 마스터스 4회 우승자 아널드 파머는 그런 의미를 강조하듯 "파3 콘테스트는 전주곡이 아닌 토너먼트의 중요한 일부"라고 했다.

‘전설’의 티샷 - 시간이 멈춘 듯했다. 마스터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각) 파3 콘테스트에 나선 잭 니클라우스가 티샷을 하자 동료, 갤러리, 방송 중계 카메라까지 일제히 공의 궤적을 좇고 있다. 마스터스 대회에는 프로암이 없다. 대신 1라운드 전날 정규코스 옆에 별도로 만든 9홀짜리 파3 골프장(총 1060야드)에서 이벤트 행사인 파3 콘테스트가 열린다. /UPI 연합뉴스

'레전드 삼총사'는 여전히 올드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이들이 미 PGA투어에서 거둔 우승은 모두 136회. 메이저만 따져도 35회다. 잭 니클라우스 73승(메이저 18승), 게리 플레이어 24승(메이저 9승), 톰 왓슨 39승(메이저 8승)이다. 마스터스에서는 니클라우스가 최다승인 6승(1963, 1965, 1966, 1972, 1975, 1986년), 플레이어는 3승(1961, 1974, 1978년), 왓슨은 2승(1977, 1981년)을 올렸다.

골프에 본격적인 피트니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듣는 플레이어는 나이를 믿기 힘들 정도로 유연했다. 앞으로 몸을 숙이면 양손이 바닥에 닿고, 한쪽 다리로 지탱하며 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보이는 어려운 동작을 척척 해냈다. 그는 올해 한 용품회사와 홍보 모델 계약도 했다. 니클라우스가 플레이어를 따라 하는 시늉을 하자 또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해 파3 콘테스트에서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던 왓슨은 2언더파로 톱10에 드는 여전한 솜씨를 뽐냈다. 이들 경기를 중계하는 현지 방송은 "잭 니클라우스는 코스 안팎에서 롤 모델이다. 그는 아내 바버라와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뤄 자신의 손자 손녀들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인에게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고 했다.

①홀인원 자축 - 파3 콘테스트 8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매트 월리스가 공을 집어던지는 모습. ② 미녀 캐디 3총사 - 필드에 뜬 미녀 캐디 삼총사. 왼쪽부터 조던 스피스의 아내 애니 베렛, 저스틴 토머스의 여자친구 질리언 위스니엡스키, 리키 파울러의 여자친구 앨리슨 스토키. ③케빈 나 “아빠 쳐야 되는데” - 케빈 나(왼쪽)가 공을 잡으려고 하는 딸 소피아를 보며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AP 연합뉴스

이들 바로 다음 조로 '영건 3총사'가 싱싱한 활력을 뿜어냈다.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멋쟁이 리키 파울러(31)를 비롯해 조던 스피스(26)와 저스틴 토머스(26) 등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쾌하게 라운드를 했다. 이들은 퍼터로 공을 띄워 앞에 놓인 공을 넘겨서 홀에 집어넣는 묘기 퍼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골프는 여전히 매력 넘치는 스포츠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파울러가 경기 도중 여덟 살쯤 돼 보이는 어린이에게 퍼팅을 대신 하게 하고 공에 사인해줬다. 그러자 토머스와 스피스도 즉석에서 사인한 공을 건넸다. '대박'을 친 어린이에게 팬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환호성을 보냈다.

1960년부터 정규코스 옆에 별도로 만든 짧은 9홀짜리 파3 골프장(총 1060야드)에서 여는 파3 콘테스트엔 본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하는 선수가 많다. 올해도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등이 빠졌다. 하지만 다른 대회 프로암과는 질적으로 다른 전통으로 자리 잡아 최근엔 4만여명의 팬이 몰리고 TV 생중계가 따라붙는다. 웬만한 PGA 투어 마지막 날 열기를 능가한다.

올해 우승은 매트 월리스(29·잉글랜드)가 차지했다. 월리스는 앞서 8번 홀에서 파3 콘테스트 사상 100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월리스는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앞엔 지난해까지 파3 콘테스트 우승자는 단 한 번도 본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징크스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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