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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 대결 같았던 1라운드

12일 화창한 날씨 속에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린 마스터스 1라운드를 지켜보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 독특하고 강력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마블의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더 자극적인 영웅 스토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튀어나왔다.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울퉁불퉁 근육에 초장타를 날리는 '수퍼맨' 브룩스 켑카(29·미국)는 이날 마지막 조에서 경기하면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6타로 브라이슨 디섐보(26·미국)와 1라운드 공동 선두에 올랐다. '마스터스가 별거 있나' 하는 표정으로 최장 340야드에 이르는 강력한 드라이버 샷, 그리고 초정밀 아이언 샷과 퍼팅으로 코스를 유린했다. 켑카는 PGA 투어 5승 중 3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따낸 메이저 사냥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몸이 많이 날씬해졌다. 지구를 구할 수퍼맨이 몸무게를 11㎏이나 뺐다면 어떤 소리를 듣겠는가? 93㎏의 우람한 체구이던 켑카는 올해 들어 하루 1800칼로리만 섭취하는 극단적 다이어트를 통해 82㎏의 날렵한 몸매로 마스터스에 등장했다. "미쳤다"는 소리가 나왔다. 골프 분석가 브랜들 섐블리는 "켑카가 허영심 때문에 몸을 바꿨는데, 그건 운동선수의 가장 어리석은 자기 태업(셀프 사보타주)"이라며 "몸을 급격히 변화시키면 잘하기는커녕 기량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사진 왼쪽부터)5번째 우승 노리는 우즈, 초장타 수퍼맨 켑카, 필드의 물리학자 디섐보, 최고령 우승 넘보는 미켈슨.

하지만 수퍼맨도 신세대는 달랐다. 켑카는 1라운드 후 "골프 하기에 너무 큰 체구였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이었다. 주위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필드의 물리학자'라 불리는 디섐보도 이날 오거스타를 거의 갖고 놀다시피 했다. 보기 3개를 범했지만 버디를 9개나 잡아냈다. 파3 16번 홀에서는 거의 홀인원이 될 뻔한 티샷으로 '탭인 버디'를 잡았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나왔다. 올해 바뀐 룰을 이용해 깃대를 꽂고 퍼팅하는 디섐보는 이글을 놓친 뒤 "깃대를 뺄 걸 그랬나"라고 농담했다.

샷 하기 전 캐디와 공기의 밀도와 습도까지 논한다는 디섐보는 지난주 14시간에 걸쳐 다섯 종류의 웨지 샤프트를 테스트했다고 한다. 그는 "클럽과 공의 움직임에 대해 진지하게 관찰하고 깊게 생각했다"며 "우리는 샤프트를 가지고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생각대로 했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공식'은 밝히지 않았다.

그린 굴곡 최대한 잘 보려고… - 잉글랜드 골퍼 매슈 피츠패트릭이 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마스터스 1라운드 17번홀에서 퍼팅하기 전 그린에 납작 엎드린 채 공이 굴러갈 코스를 살펴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수퍼맨과 물리학자 사이엔 그린재킷을 3번이나 입은 '쇼트게임의 마법사' 필 미켈슨(미국)이 끼어 있었다. 베테랑은 켑카와 디섐보에 한 타 뒤진 3위(5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현재 48세9개월인 그가 우승하면 역대 최고령 메이저 대회 우승자가 된다. 현재 기록은 1968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줄리어스 보로스의 48세4개월이다. 마스터스 기록은 1986년 잭 니클라우스(46세2개월)가 갖고 있다.

이들보다 한참 일찍 라운드를 마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도 "올해 그린재킷은 내 것"이란 희망을 안고 코스를 떠났다. 그는 2언더파로 공동 11위에 올랐다. 1라운드 2언더파는 그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4차례 대회 중 3차례나 기록한, '행운의 스코어'다. 우즈는 이날 1~2m 짧은 퍼트를 4차례나 놓쳤다. 지난 13년간 1라운드 10위 밖으로 처진 선수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는 통계가 살짝 마음에 걸린다.

베팅 업체는 1라운드 결과를 어떻게 봤을까. 미국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 수퍼북은 켑카 우승 배당률을 종전 20/1에서 9/2로 조정했다. 2달러 걸면 원금에 9달러를 얹어주는 배당률이다.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볼수록 배당률이 낮다. 4언더파로 공동 4위인 더스틴 존슨(35·미국)은 10/1에서 6/1로 조정됐다. 디섐보는 13/2, 타이거 우즈는 10/1, 미켈슨은 12/1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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