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쪽으로 바람 불때 큰 도움 돼"
'필드의 물리학자'라고 불리는 괴짜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6개의 버디 가운데 그린에서 깃대를 뽑지 않은 상태로 4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더스틴 존슨은 티샷이 종전 워터해저드(올해부터는 페널티 구역)에 떨어지자 거리낌 없이 바닥에 클럽을 튀겨가며 연습 스윙을 한 뒤 공을 페어웨이 지역으로 쳐냈다. 작년만 해도 깃대를 뽑지 않았거나, 워터해저드 지면이나 수면에 클럽을 댔다면 모두 벌타를 받을 상황이었다.
골프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브라이슨 디섐보가 먼저 체험했다. 디섐보가 지난 1일(현지 시각)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미국 하와이 카팔루아리조트) 연습 라운드에서 홀에 깃대를 꽂고 퍼팅하는 모습. 지난해까진 볼이 깃대를 맞으면 2벌타를 받아 선수들이 깃대를 빼고 퍼팅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올해부터 적용되는 룰은 골프라는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혁명적이다. 그린에서 깃대를 뽑지 않고 퍼팅해도 되고, 공을 찾거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공을 움직여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또한 홀과의 거리에 관계없이 먼저 준비된 선수가 샷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루하다는 평가를 듣던 골프 대회 경기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바뀐 규칙을 최대한 활용한 선수는 디섐보였다. 그는 이날 11번 홀에서 6m 거리 버디 퍼팅을 깃대를 뽑지 않고 집어넣는 등 4개 홀에서 깃대를 꼽혀진 상황에서 버디를 잡았다. 그는 "특히 16번 홀 그린에서는 약간 내리막 라인에 홀 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깃대를 뽑지 않고 퍼팅을 하는 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마크 레시먼(호주)도 5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20㎝ 거리에 붙인 뒤 깃대를 뽑지 않고 이글 퍼트를 성공했다. 레시먼은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 듯 뒤를 한 번 돌아보고 나서야 공을 홀에서 꺼냈다. 앤드루 랜드리(미국)는 드롭하는 과정에서 종전대로 어깨 높이에서 하려다가 자세를 풀고 무릎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렸다.
대회 중계를 맡은 미국 골프 채널은 새로운 룰을 종전 룰과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새해 첫 홀인원도 탄생했다. 패튼 키자이어(미국)는 8번홀(파3·186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다. PAG투어가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현장 선수 인터뷰(온 코스 인터뷰)의 첫 대상자가 된 키자이어가 "공을 그린 위에 올리려고 했을 뿐인데 홀인원이 됐다"고 말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온 코스 인터뷰는 방송사 리포터가 선수 동의 아래 라운드 도중 짧게 대화를 나눠 선수와 팬의 거리를 더 가깝게 하려는 취지이다.
이날 케빈 트웨이(미국)가 7언더파 66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더스틴 존슨과 저스틴 토머스, 게리 우드랜드(이상 미국)가 1타 차 공동 2위(6언더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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