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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골퍼의 일생을 몇마디로 정리한다면 ‘골프 신동’으로 시작해 ‘미완의 대기’로 끝난다고 해야할까. 처음 필드에 나선날 공이 몇차례 뜨기라도 하면 "골프 신동 나왔다"는 주변 칭찬이 쏟아진다. 하지만 간신히 백돌이 신세를 면하면 90대의 벽을 깨기가 만만치 않다. 드라이버 OB 한 두방 나면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열성적인 골퍼라면 그래도 90 관문을 깨고 80대 타수를 친다. 그 다음이 어렵다. 섬세한 쇼트게임 능력은 기본이고 스리 퍼팅은 금물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70대 타수를 치는 싱글로 가는 문은 정말 좁은 문이다. 어쩌다 한번 가기도 힘들지만, 다시 가기도 어려운 싱글의 문턱. 좁은 문이라도 길만 있다면 갈 수 있는 것이다. 유명 프로들을 지도하다 지금은 아마추어들을 대상으로 골프레슨을 하고 있는 고덕호 프로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사람에게는 좀처럼 잊지 못하는 아쉬운 순간 한두 개가 마음에 걸려 있기 마련이다. 중학교 때 야구를 하다 감독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끝내 글러브를 벗고 말았던 40여년 전 기억을 고덕호(56) ‘PGA 아카데미’ 원장은 마치 어제 일처럼 이야기했다. "제가 일곱 살 때 학교를 갔으니 동급생 사이에서 체격이 그리 크지 않았어요. 공을 잘 맞혔다 싶어도 내야를 벗어나기 힘들었어요. 이런 고민을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폐타이어가 찢어지도록 방망이를 휘두르면 된다고만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해봤지만 제 손바닥만 찢어지고 말았죠. 오히려 좌절감만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보다 ‘제대로 공을 칠 수 있는 테크닉을 배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돼요. 지금도."

운동과 공부 둘 다 어중간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198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했다. 운동을 할수록 올바른 테크닉만 익힌다면 누구나 어제보다 나은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미국 플로리다 지역 미니 투어에서 4차례 우승한 그는 내기도 마다하지 않는 ‘실전 골프’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클럽챔피언들과 대결을 통해 실전감각을 다진다. ‘강호’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백티에서 평균 70대 초반 스코어를 기록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6언더파다. 

그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고 하자 지인들이 조언했다. ‘한국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번듯한 자격증이 있어야 인정받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정회원이 되고 PGA클래스 A멤버 자격증을 땄다.

그가 2004년 귀국해 골프 교습가로 명성을 쌓는 데에도 PGA란 세 글자가 주춧돌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골프의 기본 3요소인 ‘파스처(posture)’ ‘그립(grip)’ ‘얼라인먼트(alignment)’를 자신이 지도하는 프로 골퍼, 주말 골퍼, 그리고 TV 시청자들에게 늘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스윙은 항상 똑같이 반복할 수 있는 스윙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스윙보다는 늘 멋져 보이는 남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죠. 결국 자신의 것은 남아 있지 않게 돼요. 이런 ‘골프병’에 걸렸을 때에도 스윙의 기본 3요소인 PGA를 차근차근 다지면 마치 전자제품을 리셋하듯 자신의 골프를 되찾을 수 있어요."

그는 최근 ‘고덕호 프로의 미스 & 트러블 샷 완벽해결’이란 책을 내놓았다. 고 프로의 스윙 사진과 함께 미스 샷의 원인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스윙 레슨서다. 여기서도 ‘PGA’란 세 글자가 만능키처럼 등장한다. 

그는 대표적인 제자였던 서희경 프로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2009년이었을 거예요. 서 프로는 제주에서 대회를 하고 있었고, 저는 중계를 하고 있었는데 볼이 잘 안 맞는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얼라인먼트가 약간 틀어진 것뿐이었어요. 결국 서 프로가 우승했죠. 전성기에 있는 프로 골퍼도 이렇게 기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골프는 정말 어렵죠. 하지만 ‘PGA’란 기본만 잘 지키면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골프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참 쉽지 않나요?" [주간조선 연재 민학수의 올댓골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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