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플레이오프 연속 우승
그동안 골프에선 세기의 스타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그리고 지난해 까치발 장타로 이름을 날린 저스틴 토머스까지 프로 선수의 수만큼 다른 스윙과 개성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필드 위의 괴짜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5·미국)가 등장하면서 그들 간 차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됐다. 디섐보 입장에서 이들은 모두 서로 길이가 다른 14개 클럽으로 플레이하는 '평범한 골퍼'에 지나지 않는다.
‘필드 위의 괴짜 물리학자’브라이슨 디섐보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1·2차전을 잇달아 우승하면서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사진은 4일 델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디섐보가 두 팔을 치켜들며 기뻐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
필 미켈슨은 8타를 줄이며 공동 12위(10언더파)로 올라선 반면, 우즈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24위(7언더파)에 머물렀다.
디섐보는 지난 14개월 동안 4승을 올렸다. 더 이상 그를 괴짜나 이단아 취급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그는 서던메소디스트대학(SMU)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여섯 살 때 대수학(代數學·수 대신에 문자를 사용해 방정식의 풀이 방법이나 대수적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을 이해했을 만큼 수재였다. 어렸을 때 시작한 골프에도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다. 2015년 미국대학스포츠(NCAA) 챔피언십과 US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사상 다섯 번째 동시 우승했다. 니클라우스와 우즈도 그 역사 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다.
디섐보가 클럽 길이를 통일하게 된 것은 열여덟 살 때부터다. 호머 켈리가 쓴 '골핑머신'이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디섐보는 "똑같은 궤도로 스윙해야 한다고 배워 클럽 길이를 같게 만들었다. 거리 차이를 만드는 것은 클럽 길이가 아니라 로프트 각도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클럽은 길이(95.25㎝)와 헤드 무게(280g), 그립 무게(123g)가 똑같다. 클럽을 바닥에 놓았을 때 각도(라이)도 70도로 통일했다. 로프트(클럽 페이스 각도)만 4도씩 다르다. 10개의 아이언을 사용하면 공과 클럽, 공과 양발 사이 위치 등이 다르지만, '디섐보 스윙'은 오로지 하나의 스윙 면과 하나의 볼 위치만 존재하는 셈이다. 대신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통의 두 배가 넘는 훨씬 크고 무거운 그립을 사용한다.
디섐보는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며 내 방법이 누구나 더 쉽게 골프를 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주장한다. 물리학자인 김선웅 고려대 명예교수는 "클럽 간 비거리 차이에서 로프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르기 때문에 디섐보처럼 클럽 길이를 하나로 통일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실험으로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디섐보가 워낙 뛰어난 신체 조건(186㎝, 86㎏)과 운동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내에도 디섐보처럼 아이언 길이를 똑같이 한 클럽이 판매되고 있다. 임경빈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6번 아이언 거리에 맞춘 3번이나 4번 아이언으로 제 거리를 내는 건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디섐보는 지난해 반원 모양 헤드에 샤프트가 몸통 한가운데 꽂혀 있는 '앞뒤가 똑같은' 퍼터를 사용하다 불법 장비 판정을 받았고, 올해엔 제도용 컴퍼스를 사용해 야디지북에 선을 긋다가 규칙 위반 판정을 받았다. 그는 "내 행동이 미쳤다는 이들이 있지만 미쳤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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