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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PGA투어 데뷔한 조지아 홀, 잉글랜드 출신으론 14년 만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항아리 벙커가 무섭긴 무서웠다.

공을 벙커에 빠트린 유소연이 3번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 박성현은 4번(파4)과 5번(파3) 홀에서 연속 더블보기를 하며 무너졌다. 내심 역전 드라마 연출을 기대한 두 한국 선수가 초반부터 흔들리자 국내 많은 골프 팬이 '오늘은 안 되겠구나~' 하며 관심을 돌렸다.

6일 잉글랜드 랭커셔주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한국 팬들이 혀를 차던 그 시각, 여자 골프 변방 취급을 받던 잉글랜드 팬들은 신이 났다.

조지아 홀의 해외 경기가 늘어나면서 지난 1년간 캐디는 남자 친구가 맡았다. 하지만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이번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앞두고 아버지 웨인이 나섰다. 가난을 유머 감각으로 이겨냈던 이 부녀는 대회 내내 음식 이야기 등을 주고받으며 신나게 라운드를 돌았다. 사진은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의 꿈을 이룬 딸을 끌어안고 하늘로 추켜올리는 아버지의 모습. /게티이미지 코리아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조지아 홀(22·잉글랜드)이 신들린 듯 버디 사냥을 하며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3라운드까지 1위였던 폰아농 펫람(태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유소연이 3위(13언더파), 김세영이 공동 4위(9언더파), 박성현이 공동 15위(5언더파)였다.

홀은 4년 전부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활동했고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김인경이 우승할 때 끝까지 추격하며 공동 3위에 오른 잉글랜드의 기대주였다.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미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1타 차 2위로 출발한 홀은 이날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하기 전까지 버디를 6개 잡으며 무려 5타를 줄였다.

홀이 18번 홀 그린으로 올라서는 순간 잉글랜드 팬들은 "조지아~ 조지아~"를 연호했다. 잉글랜드 선수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2004년 캐런 스터플스 이후 14년 만이었다.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올린 홀은 잉글랜드 여자 골프 사상 네 번째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앞서 로라 데이비스(4승), 앨리슨 니컬러스, 캐런 스터플스(이상 1승)가 잉글랜드 출신의 메이저 챔피언이었다.

조지아 홀이 브리티시여자오픈 시상식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감동적 순간이 이어졌다. 홀이 챔피언 퍼트에 성공하고 펫람과 인사를 나누자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 웨인이 딸을 끌어안고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홀은 아마추어 시절 브리티시 걸스, 브리티시 레이디스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3차례나 미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초청을 거절했다. 경비를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장이로 일하던 아버지는 자기 클럽을 팔아 딸의 대회 참가비를 마련한 적도 있다. 이날 받은 우승 상금 49만달러(약 5억5000만원)는 이 가족이 평생 만져보지 못한 거금이었다.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와 딸 이야기는 홀이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홀은 1996년 마스터스 2라운드가 열린 날 태어났다. 그해 마스터스에서 잉글랜드의 닉 팔도는 호주의 그레그 노먼에게 대역전승을 거두고 그린 재킷을 입었다.

핸디캡 2로 골프를 좋아하던 아버지 웨인은 딸 이름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있는 미국 조지아주(州)에서 땄다. 그리고 일곱 살 때부터 골프장에 데려갔다. 영국 퍼블릭 골프장은 큰돈이 들지 않는 곳이다.

홀은 "아홉 살 때부터 브리티시오픈 우승이 꿈이었다. 첫 우승은 메이저에서 이루겠다고 다짐했는데 농담처럼 꿈이 이루어졌다. 이제 골프를 좋아하는 많은 잉글랜드 소녀가 나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홀은 이 골프장에서 1996년 디오픈 우승을 차지한 톰 레이먼(미국)이 최종 라운드 전날 응원 문자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밝혔다. 레이먼은 '티샷을 짧게 치더라도 반드시 페어웨이 벙커를 피해야 한다. 3번 아이언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얼마 전 프로암 대회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 웨인은 "이제야 나흘간 신었던 양말을 벗을 수 있게 됐다. 냄새가 코를 찌른다"며 넉살을 부렸다. 첫날 67타를 친 딸이 이제 변화를 주지 않는 게 좋다며 아버지도 양말을 갈아신지 않는 게 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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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역시 아빠의 딸을 향한 승부욕과 딸의 아빠에 대한 믿음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군요.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의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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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동적입니다. 역경을 딛고 우뚝 솟은 인간의 이야기는 항상 심금을 울립니다.! Go~ Geor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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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양말은 좀 갈아신지^^. 참 아름다운 스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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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유쾌, 상쾌, 통쾌한 모녀 이야기네요. 브리티시 유머인가요? ㅎ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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