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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은 ‘GOLF CHAMPION TROPHY’...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까지 147명의 챔피언 이름 새겨넣어 
제147회 디오픈 우승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이름을 클라레 저그에 새겨 넣는 모습. /디오픈 홈페이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이탈리아에 처음으로 선사한 디오픈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Claret Jug). ‘클라레 저그(Claret Jug)’는 은제 주전자로 ‘‘claret’는 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의미한다. 클라레 저그는 1병 분량의 포도주를 담으면 꽉 차는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정식 명칭은 ‘골프 챔피언 트로피’(Golf Champion Trophy)다. 높이 512mm, 무게 2450g의 클라레 저그는 전 세계 골프 대회 트로피 중 가장 유명하다. 클라레 저그의 손잡이는 약간 비뚤어져 있다. 대회 5승 기록을 갖고 있는 톰 왓슨(미국)이 보관하던 중 백스윙 연습을 하다가 골프채로 쳐버렸기 때문이다.

진짜 클라레 저그는 우승자도 시상식 때 한 번 만져볼 수 있다.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제작비 10만원 정도의 복제품이다. 1년 뒤에는 다음 우승자에게 넘겨주기 위해 반납해야 한다.
그래서 최고의 귀중품으로 애지중지하는 이도 있고 포도주외에도 맥주·콜라·물 등 각종 음료수의 ‘주전자’로 사용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해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는 이 클라레 저그를 아꼈다. 그는 대회 개막 이틀전 대회를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 반납하면서 “클라레 저그는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멋진 트로피다. 일주일만 내 곁을 떠나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디오픈의 상징이자 모든 선수들이 한 번쯤 품어보고 싶어 하는 클라레저그는 어떤 탄생 비화를 가지고 있을까.

디오픈은 1860년 스코틀랜드의 프레스트윅 골프클럽에서 시작됐다. 초창기 10년 동안 우승자에게는 ‘챌린지 벨트’를 수여했다. 모로코 산(産) 가죽 벨트로 은색 버클과 엠블럼이 장식돼 있었다. 당시 3회 연속 우승자가 영구 소유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톰 모리스 주니어가 1868~1870년 3년 연속 우승하면서 챌린지 벨트는 영원히 그의 소유가 됐다.

우승자에게 줄 챔피언 벨트가 없자 1871년에는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디오픈을 단독으로 열던 프레스트윅 골프클럽은 1872년 9월 11일 세인트앤드루스의 로열앤드에이션트(R&A), 에딘버러 골프클럽과 공동으로 대회를 주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또한 10파운드씩 갹출해 새로운 트로피를 만들기로 했다. 모양은 주전자 형태, 그리고 ‘골프 챔피언 트로피’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식 명칭인 ‘GOLF CHAMPION TROPHY’ 글귀는 클라레 저그의 뒷면에 각인돼 있다. 옆면에는 골퍼의 피니시 장면이 양각돼 있다. 흥미로운 건 왼손잡이 골퍼를 모델로 했다는 점이다. 손잡이 상단에는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얼굴 조각상이 있다. 제우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 밑에는 동물의 얼굴이 있다.

클라레 저그에는 우승자의 이름, 연도, 개최장소, 그리고 우승 스코어가 순서대로 빼곡하게 음각돼 있다. 우승자가 탄생하면 클라레 저그에 이름을 새기는 장면이 매년 중계 화면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다.

우승자의 이름 등을 맨 처음 새긴 곳은 트로피 뒷면이다. ‘골프 챔피언 트로피’ 문구 바로 아래에서부터 시작한다. 클라렛저그는 1873년 제작됐지만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린 선수는 그해 우승자인 톰 키드가 아니라 전년도 우승자인 톰 모리스 주니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해 챔피언 벨트를 영구 소유하게 됐던 톰 모리스 주니어는 1872년에도 디오픈을 제패했다. 하지만 트로피 제작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에게 줄 클라레 저그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톰 모리스 주니어는 그해 ‘골프 챔피언 트로피’라고 새겨진 ‘메달’을 받아야만 했다. 대신 완성된 클라레 저그에 그의 이름을 맨 처음 새겨 넣었다. 톰 모리스 주니어의 4회 연속 우승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불멸의 신화다.

디오픈 조직위원회는 세월이 흐르면서 우승자의 이름을 새길 곳이 부족해지자 클라레 저그의 주둥이 뒷면에도 이름을 새겼다. 이마저도 공간이 부족해지자 이후에는 받침대를 하나씩 늘려가며 우승자들의 이름을 넣고 있다. 현재 받침대는 3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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