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로 데뷔한 김영(38)은 18년 동안 한국에서 5승, 미국에서 1승, 일본에서 1승씩 했다. 한·미·일 투어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지만 노력한 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한 아쉬움도 남아 있다. 초등학교 시절 농구선수였던 그는 키 172㎝의 헌칠한 체격에 호쾌한 스윙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로는 파5홀에서 투온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 노력도 많이 했다. 미국에 있을 땐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한 한국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골프장에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났다. 취미가 웨이트트레이닝이었을 만큼 골프만 생각하며 살았다. 김영의 말이다. “어려서 춘천에는 골프를 배울 인프라 등 여건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배우려면 레슨비가 200만~250만원 필요했는데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나는 좋은 선생님이 없으니까 체력을 기르고 열심히 하면 하늘이 감동해서 내가 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SK텔레콤 |
은퇴한 뒤 2년간 방송해설을 하고 주니어와 아마추어 골퍼들 레슨을 하면서 현역 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 전날까지도 너무 많이 연습을 해서 오히려 성적을 못 낸 것 같아요. 해가 질 때까지 연습하고 호텔에 돌아오면 또 두세 시간 퍼팅 연습을 한 적도 있으니까요.” 그는 “생각해보면 바보 같았다”고 했다.
그가 골프 지망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이다. 우선 컨디션 조절.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죠. 저는 체력적으로 스스로를 아주 힘들게 만들어놓고 경기를 했어요.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스케줄을 만드는 것부터 골프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스윙 플레인(스윙 궤도)과 타이밍 같은 골프의 기본 개념을 깨닫는 것이다. 의외였다. 정상급 선수라면 당연히 아는 것 아닌가? 그의 말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코치들에게 배워본 적도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을 깨끗하게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러면 설명을 들어도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요. 하라고 해서 한 것뿐이죠. 이렇게 하면 정말 좋아지겠다고 느끼면서 하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방송해설과 레슨을 위해 골프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이젠 분명하게 알게 됐다.
“스윙 플레인은 클럽의 원심력에 의해 치면서 아웃-인이든 인-아웃이든 공의 구질을 결정하는 궤도를 갖는 것이죠.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궤도인지 알 수 있어야 해요. 제 경기를 다시 보면 서른 넘어서도 장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아웃으로 드로를 만들어내는 스윙 궤도를 가질 필요가 있었어요.”
타이밍은 가장 알 듯 말 듯 한 단어였다고 한다. “세게 칠 때는 너무 세게 치고, 약할 땐 너무 약하게 쳤어요. 힘을 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빼야 할지 몰라서 전체적으로 다 뺐던 거죠. 망치로 못을 박듯 임팩트 순간에만 힘을 100% 주면 낭비가 없죠. ‘슬로~ 퀵’ ‘슬로~ 퀵’ 스텝 밟듯이요.”
골프도 인생만큼 어렵다. 열심히 했는데 그게 최선이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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