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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우즈-스피스-데이 등 정상급 골퍼 줄줄이 컷탈락

혈투의 주인공인 골퍼들보다 그 무대인 골프 코스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제118회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유서깊은 골프장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Shinnecock Hills Golf Club)은 이틀째 ‘골프란 말이지~’라며 묵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을 수 있어야 하고,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네콕 힐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타이거 우즈는 2라운드 10오버파로 컷탈락했다. /USGA

1라운드 8오버파로 흔들렸던 우즈는 16일 열린 2라운드에서도 2오버파를 쳐 중간 합계 10오버파 150타로 컷탈락했다. 2015년 컷탈락 이후 3년만에 US오픈 무대에 다시 섰던 우즈는 또 다시 2라운드만에 짐을 쌌다.
우즈는 지난 2년보다 많은 게 좋아졌지만 제대로 된 메이저대회의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지는 않았다. 첫날 트리플 보기를 했던 1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하며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웠다.

조던 스피스는 9오버파, 제이슨 데이는 12오버파, 욘 람은 15오버파로 탈락했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만이 2라운드에서도 3타를 줄여 중간 합계 4언더파 136타로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달렸다.

이번 US오픈은 첫날 시속 30km가 넘는 강풍이 불고, 이튿날엔 비가 내리다 잦아드는 등 천변만화하는 날씨속에 열리고 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를 연상시키는 시네콕 힐스는 이런 자연의 변화를 막아주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며 골프의 무서움을 일깨우고 있다.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은 2000년 미국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된 곳으로 미국 골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은 1891년 출범해 4년 뒤 미국골프협회(USGA) 설립을 주도한 5개 클럽 중 하나가 됐다. 1982년 건축된 클럽하우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하우스로 인정받고 있다. 최초의 18홀 코스이기도 하다. 1893년에는 여성 전용 9홀이 설립되기도 했다.

시네콕힐스는 설립자들이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를 마음 속에 그리며 만든 코스다. 코스에서는 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질기고 억센 페스큐 러프가 무성하다. 그린 주변의 잔디는 짧다. 웨지 대신 퍼터로 그린을 공략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공이 그린이 올라갔다가도 다시 굴러 내려갈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바람도 선수들을 괴롭힌다. 단순히 강한 게 아니라 순간순간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뉴욕타임스는 “시네콕힐스에 북동풍이 불면 클럽 멤버들은 바에서 카드놀이를 한다”고 했다.

시네콕 힐스의 코스를 이동하는 짐 퓨릭의 캐디. /USGA

미국 언론들은 이번 대회가 최신 장비로 중무장한 골퍼들과 19세기 올드 코스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했다.
지난해 역사상 가장 긴 전장(7741야드)과 깊은 러프로 무장한 위스콘신주 에린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선수들은 코스를 마음껏 유린했다. 브룩스 켑카(미국)는 US오픈 최저타 타이 기록인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올해로 US오픈을 다섯 번째 치르는 시네콕힐스는 1896년 2회 대회를 치렀지만 짧은 전장으로 인해 90년 동안 US오픈 코스에서 퇴출되는 아픔이 있었다. 

지난 2004년 대회 때는 6,966야드에 불과했다. 올해는 10개의 새로운 티를 만들어 전장을 7,445야드로 늘렸다. 그럼에도 현대적인 코스에 비하면 짧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 페어웨이 폭은 평균 41야드로 세팅됐다. 2004년 대회 때보다 오히려 15야드나 넓어졌다. 페어웨이 폭이 60야드가 넘는 홀도 있다. 이는 20야드 내외로 세팅하는 US오픈의 전통과 거리가 멀다. 
억지로 페어웨이를 좁히지 않고 자연의 힘에 맡기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시네콕힐스에서 앞서 열린 세 차례의 우승 스코어를 보더라도 이곳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1986년 대회 때 레이몬드 플로이드의 우승 스코어는 1언더파, 1995년에는 이븐파(코리 페빈), 2004년에는 4언더파(레티프 구센)였다. USGA가 원하는 우승 스코어와 근접해 있다. 또한 이들 세 명의 나이는 당시 35세 이상이었다. PGA 투어는 이런 이유를 들어 시네콕힐스에서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시네콕힐스의 휘장에는 인디언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이유가 있다. 
초창기 시네콕힐스 골프장의 벙커에서 샷을 하다 보면 종종 사람의 뼈가 나오기도 했다. 이곳이 원래는 인디언들의 무덤이었기 때문이다. 

이틀간 파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 분투하는 정상급 골퍼들을 보면 미국의 ‘올드 코스’ 시네콕 힐스가 골프의 명인들을 상대로 골프의 본질을 다시 알려주는듯 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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