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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한국 골프와 스포츠를 바꿔 놓은 일대 사건
USGA 20주년 맞아 초청행사
“세계 골프에 영감을 준 쾌거”

“벌써 20년이 되었다. 나도 믿겨지지 않을만큼 감회가 새롭고, 20년이 지났지만, US 오픈은 늘 어제일과 같이 생생하고, 올해같은 경우에도 20주년 기념으로 대회장에 참관하게 되었는데, 지금 선수는 아니지만, 선수때와 같이 기대감도 있고 설렘도 있고, 옛 친구들을 보게 되어서 감회가 새롭다.”(박세리 현지 인터뷰)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 감독으로 참가했던 박세리. 이 대회에서 여자골프는 116년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했고, 한국의 박인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며 골프를 배운 ‘세리키즈’들이 이뤄낸 한국 스포츠의 쾌거였다. 당시 박세리 감독과 출전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왼쪽부터 박인비, 양희영, 박세리, 김세영, 전인지./남강호기자
 US여자오픈은 두가지 상징성이 있다. 1946년 창설돼 올해 73회 대회를 맞은 전 세계 여자 골프 대회 중 최고 권위의 대회이다. 최고 권위에 여자골프 최대 상금 규모를 지니고 있다. 총상금 500만달러에 우승상금 90만달러다.
그리고 미국의 내셔널타이틀 대회이다. 한국에 한국오픈, 일본에 일본오픈이 있듯이 미국에 미국오픈이 있는 것이다. 이 내셔널 타이틀 대회를 언제부터인가 미국 언론들이 US사우스코리아 오픈이라고 부른다. 한국 선수들이 지난 10년간 7차례 우승하고, 지난해에는 1위 박성현 2위 최혜진을 비롯해 무려 한국 선수 8명이 톱10에 올랐다.

이런 US여자오픈이 미국 앨라배마주 쇼얼크리크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73회째를 맞는 US여자오픈은 올해 특별한 이벤트 하나를 마련했다. 꼭 20년 전인 1998년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정상에 오른 박세리(41)의 우승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박세리를 초청해 당시 우승 장면을 담은 영상 상영회, USGA 리더들과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승 20주년을 맞았던 다른 선수들도 많았을 텐데 USGA는 왜 유독 박세리를 특별하게 대하는 걸까.

박세리의 우승은 스포츠사에 보기 드문 드라마였고 역사가 됐다.
당시 스물한 살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이던 박세리는 동갑이자 태국계 미국인 아마추어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연장전을 벌였다. 연장 18번 홀에서 박세리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 구르더니 해저드 구역으로 가고 말았다. 다행히 공은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경사지 잡초 사이에 잠겨 있었다.

위기의 순간 잠시 고민을 하던 박세리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과감히 샷을 날렸다. 이 홀을 보기로 막아 추아시리폰과 동타를 이룬 박세리는 서든데스 연장전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마침내 한국 선수 최초로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박세리가 맨발로 물에 들어가 샷하는 모습. 한국 스포츠사에 남는 명장면이다. /조선일보DB
당시 박세리의 하얀 발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박세리가 물에 들어가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는 순간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하얀 발이 드러났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이나 종아리와는 극명하게 대비된, 그 하얀 발은 마치 박세리의 숨은 노력을 대변하는 듯했다. 외환위기로 시름에 젖어 있던 국민들은 박세리의 우승 드라마에 환호했고, 한편으로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박세리 역시 US여자오픈 우승을 자신의 골프 인생 중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여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1997년 예선전을 거쳐 US여자오픈에 출전했는데 그때 대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욕심이 생겼다. ‘이 시합을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그 뒤 1년 만에 우승했다. 당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했다. 

박세리가 골프 인생의 마지막 무대로 US여자오픈을 낙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박세리는 2016년 11월 국내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공식 은퇴식을 치렀지만 사실상의 은퇴 무대는 그해 US여자오픈이었다. 당시에도 USGA는 출전 자격이 없던 박세리를 특별 초청 선수로 뛰게 배려했다. 

박세리의 우승 드라마가 더욱 빛난 건 한 사람의 영광으로 끝난 게 아니라 수많은 ‘세리 키즈’에게 영감을 줬다는 데 있다. 그 결과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그리고 지난해 박성현이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특히 박인비는 자신의 롤 모델로 생각하던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20세9개월8일)을 꼭 10년 뒤인 2008년 새롭게 갱신하기도 했다. 당시 박인비의 나이는 19세 11개월17일이었다. 

박세리의 개척 덕에 현재 LPGA 투어는 사실상 한국 선수들이 점령하고 있다. 1위 박인비를 비롯해 세계 랭킹 톱10 안에 5명의 선수가 있고, 100위 안에도 40명이나 포진해 있다. 새로운 꿈나무들은 지금 이 순간도 세계 제패를 꿈꾸며 클럽을 휘두르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LPGA 투어에 있어 해외 주요 거점 무대로도 성장했다. 그동안 열렸던 하나은행 챔피언십 외에 내년부터는 부산에서도 BMW코리아가 후원하는 LPGA 대회가 열린다. 올해는 여자골프 주요 국가 대항전인 UL인터내셔널크라운도 예정돼 있다. 박세리는 이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지난 20년 사이 변화된 모습들이다. 

스포츠 역사에 한명의 선수가 이렇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은 경우는 드물다. 골프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이 이루어졌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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