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인근에 사는 터줏대감, 그린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봐…
우즈도 "진짜 잘 치더라" 감탄
"정말이야, 그는 진짜 잘 쳐."
7일(현지 시각) 마스터스 3라운드가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출발을 위해 연습 그린을 벗어나는 폴 케이시(잉글랜드)에게 타이거 우즈가 슬쩍 말을 건넸다.
오전 10시에 가장 먼저 티 오프 하는 골퍼는 케이시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티잉 그라운드에는 케이시 말고 한 명이 더 몸을 풀고 있었다. 조 편성표를 보니 이름은 없고 괄호 안에 '마커(Marker)'라고만 적혀 있었다. 마커의 이름은 제프 녹스(55). 우즈가 조심하라고 일러준 이가 바로 녹스였다.
오거스타엔 프로 뺨치는 아마추어가 있다. 마스터스의 ‘마커’인 제프 녹스가 샷 하는 모습.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
PGA투어는 컷 통과 선수가 홀수일 때 함께 공을 치면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출전선수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마커를 둔다. 컷 통과자가 결정된 뒤 3·4라운드에만 가장 먼저 혼자 출발하는 선수와 경기한다.
마스터스는 올해 53명이 컷을 통과했다. 공교롭게 8년 연속 컷을 통과한 선수 수가 홀수였다. 8년 연속 '나 홀로 골퍼'와 나란히 채를 잡은 게 녹스다.
'마커'라고 녹스를 깔보면 큰코다친다. 그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같은 정상급 골퍼도 긴장시키는 '전설의 주말 골퍼'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원인 녹스는 조지아주 아마추어 챔피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아마추어 대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엔 챔피언 티보다 짧은 멤버 티에서 클럽 최저타 기록인 11언더파 61타를 쳤다.
녹스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14년이다. 녹스는 당시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당시 세계 1위이던 매킬로이와 동반 플레이를 펼쳐 70타를 쳤다. 똑같이 챔피언 티에서 경기를 해 71타를 친 매킬로이를 1타 앞섰다.
매킬로이는 2014년 녹스와 플레이한 뒤 "그린의 모든 잔디의 생김새까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거스타 골프클럽 인근에 사는 녹스는 라운드 경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마스터스 대회의 핀 위치를 결정하는 위원회 멤버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그린을 손바닥 보듯 하는 데다 퍼팅 실력도 우즈가 감탄할 정도로 뛰어나다.
녹스는 7일 3라운드에서 케이시와 경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히는 11번 홀(파4·505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을 러프에 보내고도 버디를 잡았다. 이날 출전한 53명의 세계적 골퍼 중 아무도 버디를 잡지 못한 홀이었다. 하지만 '마커'의 성적은 공개되지도 않고, 공식 기록으로도 남지 않는다. 녹스의 이날 3라운드 11번 홀 버디도 사람들 입을 통해 '재야의 전설'로 오르내릴 것이다.
녹스는 2003년 처음 마커로 나서 올해 3라운드까지 총 11차례 마스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해 크레이그 스태들러와 플레이한 것을 비롯해 짐 퓨릭, 미겔 앙헬 히메네스, 키건 브래들리, 제이슨 데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어니 엘스, 버바 왓슨의 마커 역할을 했다. 공식기록은 없지만 상당수가 녹스와의 '한판 대결'에서 굴욕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7일엔 케이시가 좀 더 잘 쳤던 듯하다. 꼴찌로 컷을 통과했던 케이시는 7일 3언더파 69타로 이번 대회 1~3라운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케이시는 "녹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난 데다 경기 진행도 매끄러워 동반자 스코어를 올려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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