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모리야 쭈타누깐(24)은 일곱 살 때, 16개월 늦게 태어난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은 다섯 살 때 처음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태국 방콕 인근에서 골프숍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운동 좋아하는 자매에게 나란히 골프 클럽을 쥐여줬다. 어려서부터 덩치 큰 동생과 생각 깊은 언니는 '다정한 경쟁'을 이어가며 태국 여자골프에서 한국의 박세리 같은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엔 동생 우승만 바라보던 언니가 해냈다.
23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 4라운드가 열린 미국 LA 윌셔컨트리클럽. 먼저 공동 24위로 경기를 마친 에리야 쭈타누깐이 어머니, 동료 태국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 조를 따라다니며 언니를 응원했다.
우승한 언니보다 동생이 더 울었다. 23일 LA오픈에서 데뷔 6년 만에 처음 우승한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등이 보이는 선수)을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에리야 쭈타누깐. /AP 연합뉴스 |
그린에서 부둥켜안은 쭈타누깐 자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니는 눈물을 참는데, 동생은 자신의 한이 풀리기라도 한 듯 눈물을 쏟아냈다. LA의 랜드마크인 할리우드 대형 글자판이 바라보이는 골프장에서 이루어진 한 편의 드라마였다.
시상식에서 두 손을 합장하며 활짝 웃는 모리야 쭈타누깐. /AP 연합뉴스 |
LPGA 투어 68년 역사에 자매 골퍼가 활약한 것은 8번인데, 쭈타누깐 자매는 두 번째 우승 자매가 됐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에리야는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이미 7승을 올렸다. 자매 우승은 72승을 거둔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동생 샬로타가 2000년 3월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18년 만이다.
모리야는 이날 경기 도중 환한 미소를 여러 차례 지었다. 동생 에리야가 몇 년 전부터 샷 하기 전 미소 짓는 습관을 들인 것과 비슷했다. 쭈타누깐 자매는 안니카 소렌스탐을 지도했던 코치들로부터 함께 멘털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동생은 엄청난 장타력, 언니는 정교한 아이언 샷이 장기다.
이들 '다정한 자매' 앞에선 질투나 시기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리야는 2013년 동생보다 2년 먼저 LPGA 투어에 진출해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이후 동생의 그늘에 가리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동생이 우승하면 기뻐하고, 동생이 부진하면 위로하는 언니였다. 모리야는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지금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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