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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진다는 게 이런 건지 모르겠네요. 20~30대분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경기도 남부 유명 골프장 부설 연습장 이모 코치는 코로나 사태 기간 급증했던 MZ세대 골퍼들이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래 고객들이 빠지고 있다는 전조(前兆)로 침체 조짐을 보이는 한국 골프장들엔 악몽이 될 수 있는 신호다. 직장인 김호빈(29)씨는 올해부턴 2년간 즐기던 골프 대신 테니스장에 나간다. 김씨는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서 ‘골프가 성인이 된 증표’처럼 유행했다”면서 “가격 거품이 너무 심해 점점 흥미를 잃게 되더라”고 전했다. 그는 “테니스도 라켓이나 신발 등 장비가 적지 않지만 비용은 골프와 비교하면 10~20%에 불과하다”면서 변심(變心)을 설명했다.

골프에 열광했던 MZ세대 실망

한때 골프장을 누비던 MZ들은 ‘높은 그린피’ ‘터무니없는 식음료 가격’ ‘진행 불친절’ ‘코스 관리 부실’ 등 각종 ‘갑(甲)질 패키지’에 실망해 점점 그린을 떠나고 있다. 직장인 이상민(26)씨는 “가격대가 낮은 새벽 타임부터 찾게 되지만 그래도 20만원이 든다”면서 “취미로 유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송모(29)씨는 “비싼 돈 주고 필드에 나갔으니 여유 있게 즐기려 해도 뒤 팀이 자꾸 따라와 마음이 급해진다. 캐디까지 자꾸 재촉해 ‘내가 손님인지 잡상인인지’ 씁쓸해진다”고 했다. 김모(28)씨는 “막걸리 한 병에 2만원, 식사하면서 계란 프라이 추가하면 4000원을 더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그래픽=박상훈

이 같은 불만의 근원에는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허세와 거품이 끼어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에서도 골프를 자주 치는 재미 교포 김씨는 “한국 골프장은 무슨 성채처럼 만들었다. 미국 유서 깊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아담하고 소박한 것과 분위기가 판이하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장들은 내실보다 과시에 치중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굴지 대기업들이 프리미엄을 표방하면서 호화 클럽하우스를 만들자 중소기업 골프장들도 이를 따라 하면서 건설 비용이 급증했다. 이 비용을 만회하려다 보니 비상식적 요금 구조가 침투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박상훈

최근 골프장마다 자주 보이는 ‘리무진 카트’는 일반 카트보다 넓고 여름엔 냉풍, 겨울엔 온열 시설을 구비했지만 이용료가 20만원 이상으로 일반 카트 2배 안팎이고 거의 반강제로 배치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일반 카트 구입비는 1600만원 정도지만 리무진 카트는 6000만원 선. 무리하게 호화 장비를 갖춰 놓고 이를 골퍼들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한 수도권 골프장 대표는 “골프장 코스와 잔디 관리 상태 수준에 따라 적정한 요금이 있다”면서 “체육시설이란 골프장 본연 개념에 집중하는 ‘가성비 골프장’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골프장 위기 답습하는 한국

이런 악순환은 버블 경제 시대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은 1970~1980년대 골프장마다 초호화 클럽하우스 건설 경쟁이 붙었다. 미국과 유럽 일류 설계가에게 코스 설계를 맡겼고, 고가 그림과 조각을 사들여 전시했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면서 골프장들은 경영난에 빠졌고 골프 인구마저 줄면서 시설 일부를 태양광 발전에 내어준 골프장도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1990년대 버블 붕괴와 과잉 공급으로 인한 골프장이 연쇄 도산한 1기 암흑기에 이어 고령화로 인한 2기 암흑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에도 적용되는 흐름이다.

골프장마다 외관만 화려하지 골프 저변 확산을 위한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주니어 골퍼들에게 인색하다. 거의 모든 골프장들이 어린 선수들에게도 2만원 정도 특별 소비세를 빼고는 (20만원 안팎에 이르는) 성인 요금을 그대로 받는다. 한 주니어 골프 유망주 아버지는 “평일 오후 한가한 시간에라도 청소년 골퍼들에게 저렴하게 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주면 좋은데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골프장과 연습장을 운영해본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미국에서는 오후 서너 시 이후에는 트와일라이트(일몰)와 수퍼 트와일라이트, 주니어, 시니어 요금 제도 등을 통해 더 많은 이가 더 싼 가격에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곳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골프장 시설·요금 개선 노력해야

골프장 대표들도 골프 코스와 잔디 관리 상태 수준에 따라 골프장마다 어울리는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데는 상당수 동의하고 있다. “체육시설이란 골프장 본연의 개념에 집중하는 ‘가성비 골프장’이 늘어야 한다”면서 “그럴 때 MZ세대도 다시 골프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선 PGA투어 클래스 A 자격증을 갖춘 지배인이 클럽 하우스부터 코스의 잔디 관리까지 한다. 골프장은 골프를 치기 좋은 코스 상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미교포 김모씨는 “한국에 오면 클럽하우스에 수백억원을 들였다고 자랑하는 곳이 많던데, 정작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하더라”고 말했다.

다양한 체육 시설과 부대 시설을 갖춘 미국 골프장은 지역 주민 결혼식이나 행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대중 스포츠로 거듭나려면 이런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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