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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타계한 데이브 펠츠 영정 사진과 퍼트와 쇼트 게임에 대한 데이브 펠츠의 저서. /사진= pelzgolf(pelzgolf.com/)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은 홀을 지나치지 않으면 결코 볼은 들어갈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골프 격언이다. 그렇다고 너무 세게 치면 3퍼트의 위험성이 생긴다. 적절한 스피드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에서 골프 교습가로 전업한 데이브 펠츠(Dave Pelz·미국· 1939~2025)는 실험과 연구로 다양한 골프의 궁금증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내놓았다. 

펠츠는 무수히 많은 공을 굴려보며 관찰한 결과, 홀을 43㎝(17인치) 지나가는 정도의 스피드로 퍼팅할 때 홀에 볼이 들어가는 입사각이 가장 넓어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홀 주변에는 깃대를 꽂거나 빼기 위해, 홀에 들어간 볼을 꺼내기 위해, 퍼팅 라인을 보기 위해 지나치는 골퍼의 발자국으로 지면이 울퉁불퉁해진다. 홀을 둘러싸고 도넛 모양으로 생기기 때문에 ‘도넛 현상’이라고 부른다. 볼이 홀에 딱 떨어질 정도의 퍼팅 스피드라면도넛 현상으로 생기는 불규칙 바운스에 영향을 받기 쉽다. 홀을 43㎝ 정도 지나칠 정도의 빠르기라면 이런 불규칙 바운스를 극복하면서도 성공하지 못했을 때 다음 퍼트에도 큰 부담은 없다는 설명이다.

골프계 갈릴레이…쇼트 게임 레슨의 대가

3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전립선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펠츠는 골프에 물리학을 접목한 ‘골프계의 갈릴레이’였다. 미국 현지 언론은 3월 26일 뒤늦게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샷 통계 분석 시스템(shot link)이 나오기 전 이미 골프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쇼트 게임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일반 골퍼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개념을 어린아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필 미켈슨(미국)과 톰 카이트(미국), 콜린 몽고메리(영국), 비제이 싱(피지), 스티브 엘킹턴(호주),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미셸 위(미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 100여 명을 지도했다. 이들이 일군 메이저 대회 우승만 스무 차례가 넘는다.

쇼트 게임 레슨의 대가로 불렸던 그는 100야드 이내의 샷이 얼마나 중요한지 통계 연구를 적용해 분석했다. 대부분 골퍼가 파를 놓치는 80%의 샷이 100야드 이내 거리에서 발생하며, 퍼팅이 게임의 43%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D.C. 외곽에 있는 NASA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에서 행성의 대기를 연구하고 위성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핵물리학자였던 펠츠는 어떻게 ‘쇼트 게임의 마법사’ 미켈슨을 지도하는 골프 레슨의 대가로 변신한 것일까.

펠츠는 1939년 10월 8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났다. 주니어 골프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골프 장학금을 받고 인디애나대에 진학해 물리학을 전공했다. 수학, 철학, 천문학을 부전공했다. 그는 프로 골퍼가 되고 싶었지만, 아마추어 대회에서 한 살 아래 잭 니클라우스(85·미국)에게 22전 전패를 당하며 선수의 꿈을 접었다. NASA 연구원으로 일하면서도 골프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던 그는 결국 1976년 NASA를 떠나 골프에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1961년에 NASA에 입사한 펠츠는 익스플로러를 포함한 여러 위성 프로그램을 감독했다. 빨간색 화살표 표시가 데이브 펠츠. /사진= pelzgolf(pelzgolf.com/)

퍼터와 웨지의 스윙 메커니즘 연구

펠츠는 어떻게 하면 골퍼가 타수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다. 골프 레슨과 골프 기구 발명, 저술 및 방송 활동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했다.

PGA투어 3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든 샷의 60% 이상이 100야드 이내의 쇼트 게임인 것을 발견했다. 쇼트 게임이 좋은 선수가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을 확인했다. 100야드 이상 거리에서 나오는 샷 실수는 7%였지만, 거리가 짧은 100야드 이내 실수는 16∼20%로 올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골프 교습가로 변신한 지 2년 만인 1978년 그의 제자 앤디 노스(미국)가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순식간에 유명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처음 ‘데이브 펠츠 스코어링 게임 스쿨’을 연 펠츠는 미국 전역에 40개의 쇼트 게임 스쿨을 운영했다. 하루 레슨비가 2만달러(약 29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가 저술한 ‘쇼트 게임 바이블(Short Game Bible)’이 1년 만에 전부 팔리며 1999년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

펠츠는 퍼터와 웨지의 스윙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40여 개의 연습 기구를 개발하고 20개의 특허를 출원한 발명가이기도 했다. 소렌스탐이 사용하며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 캘러웨이의 오디세이 투볼 퍼터도 그의 작품이다. 정렬에 도움을 주기 위해 퍼터 페이스 뒤에 골프공과 같은 지름의 원 두 개를 배치한 독특한 디자인과 높은 관성 모멘트를 지닌 제품이다. 2001년 출시돼 2년 만에 미국에서 팔리는 퍼터 네 개 중 한 개 꼴로 팔려 시장을 완전히 석권했다. 양궁 과녁 같은 그림이 그려진 종이테이프를 퍼터 페이스에 붙여 어느 곳에 임팩트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티처 퍼터(Teacher Putter)’도 그의 아이디어 제품이었다.

쇼트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펠츠는 제자에게 긴 클럽을 하나 줄이고 웨지를 추가해 네 개의 웨지로 클럽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거리 조절을 더욱 정밀하게 할 수 있었다.

2000년 골프 다이제스트가 펠츠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강사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을 당시 모습. /사진= pelzgolf(pelzgolf.com/)

필 미켈슨 ‘1타 차 우승 실패’ 극복 도와

펠츠의 가장 유명한 제자는 미켈슨이었다. 2003년 말 당시 43차례 메이저 대회 출전에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미켈슨이 그를 찾았다. 펠츠는 “당신은 이미 최고인데, 왜 내가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미켈슨은 “18홀 평균 스코어에서 라운드당 0.25타를 줄여 4라운드 대회에서 1타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당시 미켈슨은 메이저 대회에서 여섯 번이나 1타 차로 패했다. 펠츠는 ‘AEMAX-(Analyze your game, Eliminate your weak-nesses, and Maximize your ability to score)’란 이름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경기 분석을 통해 약점을 제거하며 스코어를 만드는 능력을 극대화한다는 의미다. 펠츠는 미켈슨이 평균 10야드 거리의 벙커 샷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연습하게 했다. 2006년 샌드 세이브(벙커에서 파나 파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 순위 180위에서 2년 만에 3위로 올라섰다. 미켈슨은 펠츠와 함께 세 차례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여섯 차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미켈슨은 소셜미디어(SNS) X에 올린 글에서 “펠츠가 가르쳐 준 많은 것이 지금의 내 성공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이제 그 지혜를 수많은 골퍼에게 전하며 그의 가르침을 이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나눈 웃음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추모의 글을 올렸다.

펠츠는 진정 골프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텍사스 오스틴 저택 겸 연구소에 골프 역사상 가장 뛰어난 100야드 연습장을 만들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12번 홀과 페블비치의 14번과 17번 홀 그린, TPC소그래서의 17번 아일랜드 그린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앞마당에는 400야드 길이의 연습장까지 만들었다.

펠츠는 2019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 아침에 일어나 속옷 차림 그대로 연습할 수 있다. 거실에서 나와 웨지 샷을 하는 데 3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40년 전에 이런 시설을 가졌다면 얼마나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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