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상현과 김세현, 김건율 어린이. /대회조직위
대구에서 새벽에 차를 타고 출발해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골프장에 도착했는데 장대비가 쏟아졌다. 혹시라도 길이 막힐까 행사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한 이 아이는 “우리 라운드 어떻게 해요, 비 와도 할 수 있는 거죠”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꼭 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난 22일 비슷한 걱정을 지닌 골프 꿈나무 72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을 앞두고 대회 주최사인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특별한 고객(VIP)들을 초청해 프로 선수와 함께 라운드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암 대신 미래 세대 육성 프로젝트의 하나로 ‘우리금융 드림 라운드’를 열었다.
드림 라운드 참가자 단체 사진. /대회 조직위
프로 선수를 꿈꾸는 지방 골프 특성화 초등학교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의 하나로 마련했다고 한다. 이들 꿈나무 72명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KPGA 투어 선수 36명과 한 팀을 이뤄 라운드하며 직접 레슨을 받고 골프 선배의 경험담을 들어볼 기회였다. 아이들의 뜨거운 눈빛에 다음 날 프로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프로 골퍼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드림 라운드는 극적으로 이뤄졌다. 많은 비에 18홀 라운드를 9홀로 줄였지만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최진호 프로와 같은 조에서 공을 친 소래초등학교 6학년 최대휘 어린이는 “TV로만 보던 프로님들과 라운드를 해서 아주 영광스러웠다”며 “최진호 프로님이 스무 발자국 내리막 퍼팅을 정확하게 넣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엄지 척을 했다.
드림 라운드 베스트 스코어 시상식. /대회 조직위
두 아들을 키우는 최진호 프로는 “비가 오든 날씨가 어떻든 너무 골프를 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했다”며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아들 셋을 둔 문경준 프로는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즐기면서 가까워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아이들은 저희를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기업의 이런 사회공헌 활동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문경준 프로와 함께 라운드를 한 하빈초등학교 6학년 현창민 어린이는 “제가 드라이버를 칠 때 성급하게 치는 경향이 있는데 한 박자 정도 늦게 치면 더 잘 칠 수 있다고 해주셔서 그렇게 치니까 정말 잘 맞았다”며 싱글벙글했다.
우리금융 드림 라운드 행사를 앞두고 참가 프로들은 행사에 참가할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미리 만나는 기회를 만들었다. 해남초등학교를 방문했던 이정환 프로는 “그때 만났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서 아주 반가웠다”며 “요즘은 과거보다 골프 유망주들이 줄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생기면 더 쉽게 골프를 접할 수 있고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상현 프로는 “이런 궂은 날씨에도 ‘프로님 18홀 돌아요~’ 하는 아이들 표정에서 이 행사가 얼마나 뜻깊은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태희 프로는 “아이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이 골프 저변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유일의 발달장애 프로 골퍼로 2라운드 공동 4위로 컷을 통과한 이승민 프로도 이 행사에 참가했다. 이승민 프로는 “어릴 적 골프를 배울 때 그냥 소풍 가는 마음으로 했다(미국에 거주)”며 “오늘이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나중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하빈초등학교 교사인 진성호씨는 “골프 꿈나무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 학생들까지 초대해 주시고 뜻깊은 행사를 진행해 주셔서 감사하다. 학생들이 KPGA 투어 선수들과 라운드를 돌면서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소중히, 그리고 극진히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현초등학교 5학년 임성민 어린이와 양성빈 어린이는 “선생님(프로) 치는 순간 공이 쭉쭉 뻗어 가는 게 너무 신기했다. 골프에 더욱더 빠지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지방 골프 특성화 학교 학생들의 안정적 훈련을 위한 지원금 전달식도 함께 진행됐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아이들이 골프를 통해 꿈을 키우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우리금융그룹은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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