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가 2025 마스터스 1라운드 7번 홀에서 벙커 샷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가 유달리 마스터스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셰플러는 PGA투어 통산 13승 가운데 메이저 대회 2승을 차지했다. 그 2승이 2022년과 2024년에 거둔 마스터스 우승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유리알 위에 공을 굴리는 것처럼 빠른 그린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이다. 셰플러의 티샷 거리는 평균 305야드로 320야드에 이르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같은 장타자에 비해서는 한 클럽 정도 떨어진다. 하지만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높아 그린의 원하는 부분에 공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셰플러가 빛이 나는 건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쇼트 게임 능력이다.
셰플러는 11일(한국 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제89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솎아내 4언더파 68타를 쳤다. 마스터스 2연패와 통산 3승째를 향한 순조로운 출발이다. 45세의 베테랑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버디 8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 단독 선두를 달렸다.
이날 오전부터 강한 햇살이 내리쬐면서 악명 높은 오거스타 내셔널의 그린이 더욱 단단해졌다. 많은 선수가 생각보다 빨라진 그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셰플러는 2번 홀(파5)에서 3번째 샷을 홀 2m 남짓한 곳에 붙인 뒤 첫 버디를 낚았다. 4번 홀(파3)에서는 19m 가까운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떨어뜨린 셰플러는 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디보트에 놓이는 불운에도 버디를 추가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셰플러는 “깊고 큰 디보트에 떨어져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멋진 샷을 쳤다. 스핀이 잘 걸렸고, 핀 쪽으로 잘 돌아가 퍼트도 잘 넣었다”고 했다.
16번 홀(파3)에서 13m 퍼트를 넣어 한 타를 더 줄이며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트러블 상황도 잘 대처했다. 17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18번 홀(파4)에선 티샷이 각각 벙커에 빠졌으나 모두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셰플러가 2연패에 성공하면 마스터스 역대 9번째로 ‘3회 이상 우승자’에 이름을 올린다. 마스터스 최다 우승은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6회(1963, 1965, 1966, 1972, 1975, 1986년)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5회(1997, 2001, 2002, 2005, 2019년), 아널드 파머가 4회(1958, 1960, 1962, 1964년)로 그 뒤를 잇는다.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 5명이 3회 우승을 이뤘다.
셰플러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스코어카드를 깔끔하게 유지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두 번 정도 파 세이브가 쉽지 않은 상황이 있었지만, 대체로 코스를 잘 공략했고 플레이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부상 이후 시간을 갖고 준비했다. 특별히 다른 방식이 있었다기보다는 충분히 많이, 반복 훈련을 한 덕분이다. 2주 전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하며 감각이 올라오고 있다고 느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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